[우리 아이를 위한 신간] 도시 아이들을 위한 '나무' 이야기
2014.01.09 키즈맘/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박상진
‘오자마자 가래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칼로 베어 피나무, 너랑 나랑 살구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스무 갑절 시무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거짓 없어 참나무, 그렇다고 치자 치자나무, 하느님께 빌어 비자나무’
학교 운동장에서, 등굣길에서, 산에서, 놀이터에서 우리 아이들은 많은 나무를 마주친다. 그런데 그 많은 나무 중에서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 나무는 몇 그루나 될까. 이는 어른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무의 정확한 이름을 알려면 식물도감을 보는 방법이 최우선이다. 그런데 식물도감을 봐도 어렵기는 어른도 마찬가지. 식물도감은 전문 지식을 기본으로 쓴 책이다 보니 어렵기도 하고 괜히 흥미도 떨어진다. '나무 박사' 박상진 교수가 신간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뀌어 뽕나무'(주니어김영사)를 내놨다. 이 책에는 나무의 유래, 쓰임, 전설 등과 나무를 알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 나무가 우리 삶에 미치는 환경까지 다루어 나무 하면 보통 떠오르는 ‘푸르름’이 아닌 나무 자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나무는 오랜 시간 자손을 번식하면서 지금의 숲을 이루었다. 그러나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면서 나무와 숲은 점점 병들어 가고 있다. 사실 나무와 숲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어린이들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요성만 인식하고 있을 뿐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생각하는 아이들은 드물 것이다. 우리는 나무와 숲을 멀리 있는 바라보는 존재로만 인식하는 게 사실이다. 옛날 어른들은 나무 이름을 잘 아는 것은 물론, 나무에 얽힌 사연까지 줄줄 꿰고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무를 알아갔기 때문이다.
껍질 모양이 어떻고, 잎은 어떤 방식으로 나는지 보다 수천 년 동안 양식을 얻고, 시원한 그늘을 즐기고, 애달픈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숲과 나무에 기대어 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려운 전문 용어 대신 생태, 유래, 전설 등을 쉬운 말로 풀어 썼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은 이제 나무를 보고 길에 있는 가로수, 학교 운동장에 있는 나무로 기억하는 대신 삶을 함께하는 친구로 기억할 것이다.
김예랑 기자 yesrang@hankyung.com
[어린이 책] 우리 문화·역사 속에 숨은 나무 이야기를 꺼내다
2014.02.08 부산일보/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박상진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은 고려 고종 때인 1236년부터 1251년까지 16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8만 1천258장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불경을 새긴 나무판이다. 몽골 침략군을 물리치기 위한 백성의 간절한 소망이 아로새겨져 있다. 불경을 새긴 나무판을 경판이라고 한다. 경판은 긴 직사각형의 나무판자로 글자를 새긴 부분과, 인쇄와 보관을 위해 만든 양옆의 손잡이로 이뤄져 있다. 길이는 다섯 종류로 68㎝와 78㎝가 대부분이다. 너비는 24㎝, 두께는 3㎝ 정도다. 사용한 나무 종류에 따라 무게가 다르나 대부분 3.5㎏이다.
그렇다면 경판의 주재료가 된 나무는 무엇일까? 60% 이상이 산벚나무다. 봄에 우리나라 산에서 화사한 벚꽃을 피우는 나무다. 돌배나무, 단풍나무, 후박나무 등도 경판을 만드는 데 쓰였다. 경판을 전부 한꺼번에 쌓아 놓으면 높이가 3천400m에 달해, 2천700여m인 백두산보다 더 높다. 한 장씩 이으면 길이는 60㎞정도가 된다고 한다. 또 전체 무게는 280t에 달한다. 경판은 320여 자의 한문 글자가 앞뒤로 새겨져 있어 경판 한 장의 글자 수는 640자다. 그러므로 경판 전체에는 글자가 대략 5천200만 자가 새겨져 있다. 과연 세계 최대 규모의 '나무판 유물'이라 할 만하다.
이처럼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는 우리 문화와 역사 속에서 펼쳐지는 나무의 세계를 조명한다. 책은 나무의 생태, 역사와 문화 속의 나무, 나무와 환경으로 구성돼 있다. 나무 문화재 연구 전문가인 저자는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등에서 나무와 관련된 기록을 찾아 정리했다. 책에는 나무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가 다양하게 나온다. 옛날에는 쳐들어오는 적군을 막기 위해 성 밑에 탱자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탱자나무에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날카로운 가시가 가지마다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려 있다. 그래서 적군들이 탱자나무 가시를 밟고 성벽을 기어오르는 일은 불가능했다. 함부로 성을 공격할 수 없었으니 탱자나무는 나라를 지켜 주는 고마운 나무였다. 탱자나무로 둘러쳐진 성을 탱자성이란 뜻으로 '지성'이라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은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이다.
나무의 환경과 관련된 상식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비 오는 날 큰 나무 아래 있으면 위험한 이유는 뭘까? 산속이나 넓은 들에는 피뢰침이 없어 번개는 다른 물체를 찾는다. 번개가 가장 좋아하는 통로는 높이 자란 나무다. 살아 있는 나무는 수분이 많아서 마치 굵은 전깃줄과 같다. 그래서 큰 나무나 높은 곳에 자라는 나무를 타고 천둥 번개가 칠 때 만들어진 전기가 순식간에 땅으로 떨어진다. 번개가 치는 날 절대로 큰 나무 밑에 들어가면 안 되는 이유다. 아름다운 나무들의 세상에 이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니!
어려운 전문 용어 대신 생태, 유래, 전설 등을 쉬운 말로 풀어써서 그런지 내용이 쏙쏙 들어온다. 70여 장의 생생한 나무 사진도 산뜻하다. 초등 3~6학년용. 박상진 지음/김명길 그림/주니어김영사/132쪽/9천500원. 김상훈 기자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뀌어 뽕나무
소년한국일보/박상진 글ㆍ김명길 그림
우리나라 나무 문화재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지은이가 어린이를 위해 쉽고 재미있게 쓴 나무 이야기.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하기 위해 오 리마다 심었다는 ‘오리나무’, 나뭇가지가 층층으로 뻗어 있는 ‘층층나무’, 가지를 꺾어 물에 담그니 푸른 물이 우러나왔다는 ‘물푸레나무’ 등 각 나무의 유래에서부터 쓰임, 전설, 생태 등과 같은 내용을 두루 담았다. 30종의 나무를 70여 장의 사진으로 보다 생생하게 소개하는 게 특징이다.(주니어김영사 펴냄ㆍ값 9500원)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뀌어 뽕나무
독서신문/박상진 글ㆍ김명길 그림
우리나라 나무 문화재 연구 최고 권위자인 박상진 교수가 어린이을 위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쓴 재미있는 나무 이야기. 나무의 유래에서 부터 쓰임, 전설 등과 나무를 알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지식, 나무가 우리 삶에 미치는 환경까지 나무 자체의 이야기를 실어 놓았다. 책은 어려운 전문 용어 대신 생태, 유래, 전설 등을 쉬운 말로 풀어 썼으며, 30종의 나무를 70여 장의 사진으로 보다 생생하게 소개한다. 박상진 글 | 김명길 그림 | 주니어김영사 펴냄 | 132쪽 | 9,500원
양미영 기자
[THE 인터뷰] 어린이 책 펴낸 '나무 박사' 박상진 교수
2014.02.05 소년조선일보/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 박상진
"나무엔 역사 비밀이 고스란히 스며 있죠"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갑판 위에 철갑을 씌운 '거북선'과 3층 구조의 '판옥선'을 이용해 일본을 무찔렀다. 우리 군이 내세운 전술은 '당파(撞破)'. 박치기를 해서 일본 배를 부숴버리는 방법이다. 이런 전술이 가능했던 건 거북선과 판옥선이 소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배를 만드는 침엽수 중 가장 단단한 나무다. 반면 일본 배는 이보다 훨씬 무르고 약한 삼나무로 제작됐다. 튼튼한 조선의 전투함이 박치기하면 일본 배는 박살이 나버렸다. 임진왜란 때 나라를 지킨 일등 공신이 소나무인 셈이다.
'나무 박사' 박상진(74) 경북대 명예교수가 펴낸 어린이 책 '오자마자 가래나무 방귀 뀌어 뽕나무'(주니어김영사)에는 흥미로운 나무 이야기가 가득하다. 나무에 얽힌 역사와 문화, 전설은 물론 재미난 상식도 담겼다. 지난 3일 만난 박 교수는 "온라인상에서 어린이 대상 Q&A 코너를 2년간 운영했다. 그걸 모으고 살을 붙여 책으로 냈다"고 설명했다.
◇1㎜ 나무 부스러기가 품은 역사
박 교수는 '나무 문화재' 연구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나무와 인연을 맺은 건 대학에서 임학을 전공하면서부터다. "임학은 나무와 숲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1950년대 우리나라 산은 '벌거숭이 산'이었어요. '저 산을 한번 푸르게 만들어보라'는 고3 때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임학과 진학을 결심했어요." 그는 1963년 서울대를 졸업한 뒤 일본 교토대 대학원에서 '목재조직학'을 공부했다. "의학에 인체해부학이 있다면 임학에는 목재조직학이 있어요. 쉽게 설명하면 나무 세포를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학문이죠." 전자 현미경으로 나무 속만 들여다보던 그가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살펴보니 우리나라에 목조 문화재가 참 많았어요. 목재조직학이라는 전공을 문화재와 접목시켜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그는 본격적으로 나무에 숨겨진 역사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1000여 종의 나무가 있어요. 종류에 따라 세포 모양과 배열이 다르지요. 문화재와 유물의 조각을 분석해 나무의 종류를 밝혀냈어요."
박 교수는 "가로세로 1㎜의 부스러기만 있어도 종류를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얻은 결과는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된다. 나무가 자라는 곳을 알면 해당 유물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의 길흉 알린 1300살 은행나무
나무 세포 분석을 통해 그는 역사를 뒤집을 만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강화도에서 자작나무로 만들어 해인사로 옮겼다고 알려진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 하지만 조사 결과 60% 이상이 '산벚나무'로 제작됐고, 후박나무 등 남쪽에서 자라는 나무들도 섞여 있었다.
"남쪽 나무를 강화도까지 가져가 경판을 새겼다는 게 좀 이상했어요. 팔만대장경을 전부 합치면 무게가 280t인데 이걸 아홉 달 만에 다시 옮겨왔다는 것도 의문이었죠. 그러기엔 경판이 깨끗하고 흠집도 없거든요." 그는 팔만대장경판을 해인사 근처에서 새겼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목조 문화재뿐 아니라 우리 땅 곳곳의 고목(古木)에 대한 연구도 진행했다. 오래된 나무에 깃든 역사와 전설을 소개하는 '문화재 나무 답사기'(2009) 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강원도에 있는 영월 하송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76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은 나무 중 하나입니다. 나무 높이 29m에 가슴 높이의 둘레가 14.8m나 되지요. 나이도 1300살 가까이 됩니다. 이 은행나무는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자기 몸의 일부를 잘라내며 사람들과 기쁨과 아픔을 나눴다고 해요. 1910년 경술국치, 1945년 해방,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때도 굵은 가지를 하나씩 부러뜨려 다가올 큰일을 예고했다고 전해집니다."
어린이 책을 낸 건 이번이 세 번째. 올해 안에 '궁궐 나무' 이야기를 담은 어린이 책을 한 권 더 출간할 계획이다. "궁궐에는 건물만 있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나무가 무척 많답니다. 전쟁을 겪으며 건물은 타버려도 나무는 남았지요. 700년 된 창덕궁 향나무가 품은 사연은 무엇인지, 말없이 우리 역사를 지켜온 궁궐 나무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나무 박사가 들려주는 '역사 속 나무'
적군을 막아준 '탱자나무'
탱자나무 탱자나무는 키가 2~4m로 흔히 '가시나무'라고 부릅니다.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크고 날카로운 가시가 나무 전체에 빈틈없이 달렸는데요. 전쟁이 잦았던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성벽을 높이 쌓고 성곽 둘레에는 '해자'라는 도랑을 파서 적군의 침입을 막았답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됐는지 성 주변에 탱자나무를 심었어요. 적군이 탱자나무 가시를 넘어 성벽을 기어오르는 건 거의 불가능했지요. 이를 '탱자나무 지(枳)' 자를 써서 지성(枳城)이라고 했답니다. 대표적인 지성이 충남 서산 해미읍성인데, 지금은 탱자나무가 남아 있지 않아요.
훈장님의 회초리로 쓰인 '물푸레나무'
물푸레나무 조선시대 어린이들은 서당이라는 곳에서 공부했어요. 훈장님은 제자들이 공부를 게을리하면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렸는데요. 부모들은 매년 싸리나무 회초리 한 묶음을 만들어 훈장님께 드렸다고 해요. 자식을 엄하게 가르쳐 달라는 뜻이었지요. 싸리나무는 무척 단단해서 맞으면 너무 아프고 상처가 날수도 있었어요. 훈장님은 부모들이 보내온 싸리나무로는 마당 쓸 빗자루를 만들고, 비교적 덜 단단한 물푸레나무로 회초리를 만들어 썼답니다. 회초리를 맞아가며 공부한 덕에 과거에 급제한 선비들은 고향의 물푸레나무를 찾아가 큰절을 올렸다고 합니다.
'자작나무' 껍질에 그린 천마도
자작나무 종이가 귀했던 옛날에는 천이나 비단, 가죽에도 그림을 그렸어요. 경주 천마총에서 발견된 '천마도'(국보 제207호)는 특이하게 나무껍질 위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바로 자작나무 껍질인데요. 대부분의 나무껍질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고 색깔도 흑갈색인데요. 자작나무 껍질은 색깔도 하얗고 매끄러운 데다 은박지 두께의 얇은 껍질이 겹겹이 쌓여 있어서 한 장 한 장 잘 벗겨집니다. 또 방부제 역할을 하는 큐틴이 다른 나무보다 많이 들어 있어서 잘 썩지 않고 곰팡이도 덜 핀다고 하니 그림 그리기에는 안성맞춤이죠.
김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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