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숲과 우리 나무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박상진
1. 우리 숲 이야기
밤하늘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별들이 있다. 지금부터 약 46억 년 전 쯤, 은하계 별의 하나로 지구가 태어난다. 처음 지구는 용암으로 들끓다가 차츰 바위로 굳어진다. 38억 년 전쯤에 비로소 생명체가 탄생하며, 영겁의 세월을 거쳐 2억8천만 년 전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숲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숲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여 나무와 풀과 덩굴이 엉켜 자라는 땅을 말한다. 영어이름 forest는 사냥을 금지하는 제한 구역이란 뜻 ‘Foresta'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숲은 동식물이 살아 갈 수 있는 정해진 공간이며 먹이사슬을 이루어 끊임없는 생존경쟁이 있는 곳이다. 땅속에는 미생물, 땅위에는 풀과 키다리 나무들이 서로 도우고 경쟁하면서 하나의 사회를 이루며 사이사이에는 동물들이 삶의 터전을 만들어간다. 숲의 주인은 나무다. 맨 위에서 햇빛을 받아 광합성으로 자신을 키워가면서 나무 아래의 숲속을 통제한다. 숲의 나무는 바로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세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있는 반도이므로 해양성기후와 대륙성기후가 만나는 곳이다. 거기다가 산이 많으니 산꼭대기에서 계곡에 이르기까지 위치에 따라 식물의 자람 환경은 달라진다. 각각에 맞는 많은 종류의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흙은 화강암이 풍화되어 만들어진 모래가 많은 사질양토가 대부분이라 나무에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을 오랫동안 담아 놓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기후는 4계절이 뚜렷하여 여러 종류의 나무가 살아갈 환경을 만들고 있다.
한반도는 1만5천~7천 년 전쯤에는 지금보다 훨씬 추웠다. 그래서 가문비나무, 젓나무 등 비교적 추위에 잘 견디는 침엽수가 숲의 나무로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6천7백년에서 1만년 사이에 기후가 다시 조금 따뜻해지면서 참나무와 같은 온난한 기후를 좋아하는 활엽수가 차츰 증가하였고, 8천년을 전후하여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침엽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다시 4천5백년에서 6천7백년 사이에는 침엽수는 소나무 종류, 활엽수는 참나무와 서어나무 종류가 번성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숲은 자연 상태로 놔두면 나무의 대부분은 참나무를 비롯한 넓은 잎을 가진 활엽수가 점령하고 소나무를 비롯한 침엽수는 별로 힘을 쓰지 못한다. 생장이 빠르고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는 활엽수를 이길 수 없어서다. 특히 소나무는 햇빛을 많이 필요로 하는 나무로서 천연의 숲에 그대로 두면 결국 소나무는 활엽수와의 경쟁에서 진다. 지금으로부터 약 3천 년 전쯤 북방민족에 한반도로 이주해 오면서 거의 활엽수로 이루어진 숲은 차츰 파괴가 시작된다. 농사지을 밭 마련을 위하여 숲에 불을 지르고 나무를 배어내어 집을 짓고 농기구를 만들었다. 이렇게 숲이 파괴되면 많은 공간이 생기면서 햇빛을 좋아하는 소나무가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한반도에 나라가 들어서고 사람 수가 증가하고 수많은 전쟁을 거치면서 숲은 소나무가 자꾸만 많아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우리 산은 소나무가 약 40%나 이르는 숲이 되었다. 나머지 60%의 숲에는 많은 종류의 활엽수가 자란다.
나무는 종류마다 자랄 수 있는 온도가 다르다. 우리나라를 여러 나무가 각각 자랄 수 있는 온도차에 따라 난대림, 온대림, 한대림으로 나눈다. 난대림은 남해안과 섬 지방으로서 주로 동백나무, 후박나무, 가시나무등 주로 늘 푸른 활엽수가 자라는 곳이다. 온대림은 우리나라 남중북부의 대부분 지역이 해당되며 다시 온대남부, 온대중부, 온대북부로 나누기도 한다. 참나무와 서어나무를 비롯한 우리가 흔히 보는 나무들은 거의 온대림에 자라는 나무다. 한 대림은 백두산 부근과 개마고원 등 북한의 높은 산악지대이다 활엽수 보다는 가문비나무, 젓나무, 잎갈나무 등 상록수가 주로 자라는 곳이다.
2. 우리 숲의 나무
우리 숲에는 어떤 나무들이 살아가는가? 산이 많아 지형이 복잡하고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기후가 난대(暖帶)에서 한대(寒帶)까지 범위가 넓으므로 다른 나라에 비교하여 자라는 나무의 종류가 많다. 남북한을 합쳐서 약 1천 종류를 조금 넘는 나무가 자란다. 나무 종류마다 특징이 다르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 사람들이 꽃 감상으로 심는 꽃나무가 있는가 하면 과일나무, 약으로 쓰는 약나무, 집짓는 나무까지 각각의 쓰임은 모두 다르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생활도구, 즉 가구와 농기구 및 각종도구를 만드는 나무는 예부터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왔다.
하지만 이런 쓰임에 적합한 나무들은 1천여종류의 우리 나무 중에 얼마가 되지 않는다. 흔히 이용되는 종류와 쓰임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은행나무, Ginkgo biloba, 은행나무과
중국에서 아주 오래전에 들여온 나무로서 전국에 자란다. 나무 높이 30∼40m정도에 이르고 지름은 2.5∼4m까지도 굵어진다. 심재와 변재가 불분명하며 나무의 색깔은 연한 황갈색이다. 비중은 0.55정도이며 조각, 고급가구, 바둑판 등으로 쓰인다.
●주목, Taxus cuspidata, 주목과
늘 푸른 바늘잎나무로서 높은 산이나 북부의 추운 지방에 자란다. 높이 17m까지 이를 수 있고 지름이 1m정도에 다다른다. 심재와 변재가 비교적 명확하고 나무의 색깔은 붉은 빛이다. 비중은 0.51정도이며 활 만들기, 고급가구, 나무관재 등으로 쓰인다.
●비자나무, Torreya nucifera, 주목과
늘 푸른 바늘잎나무로서 남해안과 섬 지방에 주로 자란다. 높이 25m, 지름 2m에 이르기도 한다. 심재와 변재의 색깔이 거의 같고 연한 황백색에서 황갈색을 나타낸다. 비중 0.53정도이며 고급 바둑판, 조각 등으로 쓰인다.
●소나무, Pinus densiflora, 소나무과
늘 푸른 바늘잎나무로서 전국 어디에나 자란다. 우리나라 침엽수로 가장 분포면적이 넓고 대표 나무다. 높이 35m, 지름 2m까지도 자란다. 심재와 변재가 비교적 명확하고 심재는 황갈색이다. 비중은 0.50전후이며 건축, 관재, 각종 기구 등 널리 쓰인다.
●잣나무, Pinus koraiensis, 소나무과
늘 푸른 바늘잎나무, 주로 중북부지방에 자라며 높이 30m에 지름1∼1.5m에 이른다. 잣을 식용하는 나무로 멀리 중국에까지 알려져 있다. 심재와 변재가 비교적 명확하며 심재는 황홍색 또는 황홍담색이고 비중은 0.45정도이며 포장상자, 관재 등으로 이용된다.
●전나무, Abies holophylla, 소나무과
늘 푸른 바늘잎나무로 전국의 계곡부에 집단으로 자란다. 높이 40m에 지름 1.5m까지 자랄 수 있다. 심재와 변재가 잘 구분되지 않고 목재는 황백색에 가깝다. 비중이 0.34에 불과하여 강도가 조금 약하지만, 건축으로 널리 쓰이고 펄프재로서는 고급이다.
●향나무, Juniperus chinensis, 측백나무과
늘 푸른 바늘잎나무이며 전국에 자란다. 자연적으로 자라는 곳은 울릉도이며 높이 15∼30m, 지름 70∼100cm정도이다. 심재와 변재가 명확하고 심재는 홍적색 또는 자홍색으로 강한 향기가 있다. 비중 0.64이고 목불을 비롯한 불구(佛具)로 널리 쓰였으며, 그 외 관재, 향료 등으로 이용된다.
●가래나무, Juglans mandshurica, 가래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중북부지방에 많이 자란다. 높이 20m에 지름 90cm정도이며 호두가 들어오기 전에는 견과로서 옛 무덤에서도 흔히 출토된다. 심재와 변재가 비교적 명확하며 목재는 홍갈색이고 비중 0.53정도이다. 재질이 좋기로 이름난 나무이며 고급가구, 조각, 무늬단판 등으로 쓰인다.
●박달나무, Betula schmidtii, 자작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에 걸쳐 자란다. 높이 30m, 지름 1m까지 자랄 수 있다고 한다. 심재와 변재가 명확하지 않으며 목재는 적갈색이다. 비중 0.93에 이르며 조직이 매우 단단하고 치밀하다. 우리나라 목재 중에는 가장 단단한 나무로 유명하다. 쓰임은 조각, 기구 등이다.
●오리나무, Alnus japonica, 자작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의 계곡부에 자란다. 높이 20m, 지름70cm정도에 이르며 심재와 변재가 잘 구분되지 않고 목재는 회갈색이며 비중은 0.53이다. 옛날 나막신, 하회탈, 각종 기구 등으로 쓰였으며 오리마다 심은 이정표 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밤나무, Castanea crenata, 참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 어디에나 자란다. 높이 15m, 지름 1m에 이르며 심재와 변재의 구별이 불명하고 목재는 갈색을 나타낸다. 밤을 식용하는 과실나무인 동시에 좋은 재질을 가진 나무로 유명하다. 비중은 0.51 정도이나 잘 썩지 않고 무늬가 좋아 예부터 각종 제사용품, 조각, 목관 등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참나무 Quercus sp. 참나무과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의 6종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합쳐서 부를 때 참나무라고 한다. 참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나 흔히 자란다. 야산이나 마을 근처에는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가 많고 신갈나무는 높은 산에 주로 자라며 그 외 신갈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는 자람 터를 특별히 가리지 않는다.
나무 높이 20∼25m, 지름 1m에 이르며 심재와 변재의 구별이 되고 심재는 적갈색이다. 나무는 육안으로도 보이는 방사조직이라는 세포가 있고 큰 물관이 춘재에 몰린 환공재(環孔材)이다. 따라서 나무의 표면에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무늬가 나타난다. 비중은 0.8전후로서 강하고 단단하다. 건축, 농기구, 무늬단판, 숯 등 쓰임이 넓다.
●느릅나무, Ulmus davidiana, 느릅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에 자란다. 높이 15∼25m, 지름 70cm정도이며 심재와 변재가 잘 구분되지 않고 목재는 담갈색, 비중은 0.64이며 예부터 널리 이용되었다. 기구, 가구, 무늬단판 등에 쓰인다. 안 껍질은 점착성이 있고 빻으면 물렁물렁해져서 먹을 수 있으므로 구황식물로도 이용되었다.
●느티나무, Zelkova serrata, 느릅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 어디에나 자란다. 높이 40m, 지름 3m까지 자랄 수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크게 자라는 몇 안 되는 나무 중의 하나다. 나무는 심재와 변재가 명확하지 않고 엷은 갈색에 자주색 줄무늬 또는 홍갈색에 황색 줄무늬가 들어있기도 한다. 비중은 0.64이며 강도가 크고 잘 썩지 않으며 아름다운 무늬를 가진다. 우리나라 나무 중에 재질이 가장 좋은 나무로서 ‘나무의 황제’라고 할 수 있다. 고급가구, 건축, 기구 등 쓰임에 제한이 없다. 천마총을 비롯한 삼국시대 관재는 느티나무가 상당 수 있다.
●녹나무, Cinnamomum camphora, 녹나무과
상록활엽수로서 제주도에 자란다. 아열대 지방의 나무로서 높이 40m, 지름 5m이상까지 자랄 수 있으며 세계적인 대경재이다.
심재와 변재가 명확하지 않고 목재는 암록갈색이며 비중은 0.52이다. camphor라는 일종의 방향 살충물질이 나무속에 들어 있어서 약나무로도 이용되었다. 가장 큰 쓰임은 선박재와 건축이며 기타 불상 조각, 관재 등 널리 이용된다.
●산벚나무, Prunus sargentii, 앵두나무아과
낙엽활엽수로서 북부지방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전국에 걸쳐 자란다. 높이 20m, 지름1m에 이를 수 있다. 심재와 변재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고 목재는 암갈색을 띠고 비중은 0.62정도이다. 조각 및 기구로 쓰이며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의 많은 양이 산벚나무로 만들어졌다.
●황벽나무, Phellodendron amurense, 운향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에 걸쳐 자란다. 높이 10∼25m, 지름 1m에 이르며 두꺼운 코르크가 발달한다. 안 껍질은 샛노랗게 보이며 여기에는 베르베린이라는 일종의 방충물질이 들어 있다. 심재와 변재가 명확하지 않고 목재는 황갈색이다. 비중 0.45정도이고 무늬가 아름다워 가구, 기구 등으로 쓰인다.
●참중나무, Cedrela sinensis, 멀구슬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의 인가 근처에 심고 있다. 높이 20m, 지름1m에 이르며 잎은 나물로 식용한다. 심재와 변재는 명확하고 목재는 진한 홍갈색으로 독특한 색깔을 띤다. 비중 0.53정도이며 가구, 조각, 기구 등으로 쓰인다.
●멀구슬나무, Melia azejarach, 멀구슬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남해안에서 제주도에 걸쳐 자란다. 높이 30m, 지름 1m에 이르며 오동나무 만큼 빨리 자란다. 심재와 변재의 구분이 불명하고 목재는 담황갈색이며 비중은 0.38정도로서 가볍고 연하다. 가구, 조각, 악기 등 오동나무와 비슷한 쓰임이다.
●단풍나무, Acer palmatum, 단풍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에 걸쳐 자란다. 높이 10m, 지름 80cm정도이며 고로쇠나무, 복자기나무등도 비슷한 재질을 갖는다. 심재와 변재의 구별이 안 되고 목재는 홍갈색을 띤다. 비중 0.60 정도이며 마루판, 악기, 조각 등으로 쓰인다.
●피나무, Tilia amurensis, 피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에 걸쳐 자란다. 높이 20m에 지름 60cm정도의 크기이다. 심재와 변재의 구분이 어렵고 목재는 담황갈색이며 비중은 0.45정도이다. 나무의 재질이 연하여 조각으로 가장 널리 쓰이고, 그 외 바둑판, 악기, 상자에 이용된다.
●음나무, Kalopanax pictus, 두릅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 어디에나 자란다. 높이 25m, 지름 2m에 이른다. 심재와 변재의 구별이 어렵고 목재는 갈색의 줄무늬가 있는 담회색이다. 비중 0.52정도이며 무늬단판, 기구 등으로 이용된다.
●감나무, Diospyros kaki, 감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중남부 지방에 심는다. 높이 15m, 지름 60cm정도까지 자라며 감을 식용하는 이외에 나무도 널리 이용된다. 심재와 변재가 명확하고 목재는 회백색이나 속에 검은 줄무늬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먹감나무라고 부른다. 비중은 0.61정도이며 옛 전통가구에 널리 쓰이며 방직목관, 골프헤드 등으로 이용된다.
●물푸레나무, Fraxinus rhynchophylla, 물푸레나무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에 걸쳐 자란다. 높이 30m, 지름1m에 이를 수 있다. 심재와 변재의 구별이 어렵고 목재는 담황갈색을 띠며 비중은 0.68로서 단단하고 질기다. 우리나라에 흔히 분포하는 나무라서 농기구, 운동구 등 널리 쓰인다.
●참오동나무, Paulownia tomentosa 현삼과
낙엽활엽수로서 전국에 걸쳐 심고 있다. 높이 20m, 지름 50∼100cm정도로서 자람이 빨라 1년에 나이테 폭이 1~3cm에 이르기도 한다. 심재와 변재 모두 담홍백색이며 비중은 0.30에 불과하다. 그러나 낮은 비중임에도 어느 정도의 강도가 있고 불에 잘 타지 않은 성질이 있다. 거문고 등 전통악재로 유명하고 고급상자, 가구 등으로 쓰인다.
3. 목재로 키우기
숲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그대로의 천연림(天然林) 숲과 사람이 필요한 나무를 일부러 심는 인공림(人工林) 숲이 있다. 어떤 숲이던 숲이란 나무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곳이다. 잠시 한 눈을 팔다간 금세 주위의 다른 나무들에게 자리를 빼앗겨 죽음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총칼만 보이지 않을 뿐 전쟁터와 다름이 없다. 땅속은 더 많은 수분과 양분을 차지하기 위하여 보다 깊게 보다 넓게 뿌리를 뻗쳐야 하고, 땅위는 빨리 크게 자라 가지를 넓게 펼치고 많은 잎을 매달아야 햇빛을 더 많이 받아야 살아남는다.
천연림의 경우 숲은 가꾸지 않고 그대로 두면 주어진 환경조건에 맞는 나무들만 크게 자라 주인행세를 해버린다. 주인 행세하는 나무가 다행히 쓰임새가 많고 곧고 굵게 자라 준다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런 일은 그리 흔치 않다. 사람이 가꾸어 주어야 한다. 인공림도 가꾸기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심은 나무는 모두 없어지고 필요치 않은 나무로 숲을 채워버릴 수도 있어서다.
구체적으로 숲은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하는가? 풀베기, 덩굴식물 없애기, 솎아베기, 가지치기의 과정을 밟는다. 풀베기는 인공림에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키가 낮은 어린 나무를 심기 때문에 주위에는 풀이 돋아 어린 묘목의 키를 넘겨버린다. 광합성을 할 수 없고 양분과 수분을 빼앗겨 고사하는 것을 막아주어야 한다. 칡을 비롯한 덩굴식물들은 다른 나무의 줄기를 감고 올라가 잎이 펼쳐진 나무의 수관(樹冠)을 덮어 버린다. 천연림이나 인공림 모두 때때로 덩굴식물을 잘라 주어야 한다. 다음은 솎아베기다. 나무들이 서로 경쟁을 하다보면 어차피 밀려나는 나무가 있기 마련이다. 키가 작고 굽은 나무, 줄기가 갈라지거나 덩굴이 감겨 있는 나무 등 그대로 두어도 별 쓸모가 없는 나무는 빨리 제거하여 경쟁에 이긴 주위 다른 나무를 보다 더 잘 자라게 해줄 필요가 있다. 솎아베기를 하면 숲에 햇빛이 많이 들어와 전체적으로 자람을 촉진시키는 장점도 있다.
가지치기는 나무 하나하나가 좋은 재질(材質)을 갖게 하는 조치다. 가지가 달려있는 줄기 부분을 켜보면 안에는 옹이가 들어 있다. 옹이는 세포의 배열이 비틀리고 꼬여 있어서 가구나 도구를 만들 때 모양새를 나쁘게 하고 잘 갈라지는 등 여러 가지 나쁜 성질을 가져오는 원인제공자이다. 나무가 커 가면서 줄기에서 나오는 가지는 일찍 잘라주면 옹이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4. 나무란 무엇인가?
지구상의 식물은 약 50여만 종류, 꽃을 피우는 고등식물은 25만종이다. 여러 가지 나누는 방법이 있지만 간단히 풀과 나무로 구분할 수 있다. 나무란 겨울이 되어도 땅위 부분이 얼어 죽지 않은 줄기를 가진 여러해살이식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나무의 조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우선 나무는 몸체가 뿌리, 줄기와 가지 및 잎으로 나누어지고 양분과 수분을 이동시킬 수 있는 관다발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한다. 관다발은 양분이동을 담당하는 체관부와 수분이동 및 거대한 나무 몸체가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는 지탱 기능을 담당하는 목질부로 이루어진다. 다음은 관다발이 있어도 땅위의 줄기나 가지가 여러 해 동안 살아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하여 줄기 바로 아래에 있는 부름켜가 해마다 세포를 불려서 지름을 키워 나가야 하는 것이다.
풀이란 나무와 마찬가지로 관다발은 있지만 부름켜가 없어서 지름을 키우지 못하고 대부분 1년이면 죽어버린다. 물론 땅속에 뿌리를 두고 해마다 다시 싹이 나오는 풀도 있다. 열대지방의 경우는 계절이 확실하지 않으니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기간이 한 해가 넘는 경우도 있다. 한편 대나무는 부름켜가 없어서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지름이 굵어지지 않고 가운데가 비어있는 특징은 풀에 가깝다. 그러나 단단한 목질부가 있어서 나무처럼 이용되는 특징으로는 나무에 가깝다. 식물학적으로 정확하게 말하면 대나무는 풀에 넣지만, 일반적으로는 나무 종류에 넣는다.
나무는 종류마다 클 수 있는 조상으로부터 타고 난 높이가 다르다. 대체로 다 자란 나무의 키가 4~5m이상인 큰 나무를 교목(tree), 이 보다 키가 조금 작고 한 곳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오는 나무를 관목(shrub)이라고 한다.
우리가 나무로 이용하는 것은 거의 굵고 크게 자라는 교목이다. 이런 나무들은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천 년을 자라므로 오래된 부분은 죽게 마련이다. 큰 나무를 가로로 잘라 보면 바깥쪽에는 옅은 색, 안쪽은 진한 색을 나타냄을 볼 수 있다. 옅은 색의 부분은 부름켜와 가까우므로 아직 살아있는 세포가 많은 부분으로서 우리는 변재(邊材)라고 부른다. 안쪽은 나무가 자라면서 변재의 세포들이 죽어서 생긴 부분으로서 심재(心材)라고 한다. 죽을 때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색깔을 가진 화학물질을 세포 속에다 그대로 남겨놓아 심재는 진한 색깔을 나타낸다. 화학물질의 양이나 성분이 나무마다 다르므로 심재의 색깔도 여러 가지이다.
그러나 어떤 나무들은 변재에서도 색깔 물질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아 심재가 되어도 남겨 놓을 것이 없다. 이런 나무들은 변재와 심재의 색깔이 거의 같다.
5. 나이테
나무의 가운데를 가로로 잘라 보면 동심원 모양의 테가 안에서 밖으로 작은 원에서 큰 원으로 물결이 퍼져 나가듯이 여러 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봄날 추위가 가시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겨울눈에 포함된 옥신(auxin)이란 식물 호르몬이 줄기와 뿌리로 황급히 달려간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세포들을 깨우기 위함이다. 줄기로 달려간 옥신은 나무껍질 바로 아래에 있는 부름켜부터 깨운다. 빨리 세포 분열을 시작하여 굵기를 늘려달라는 주문을 한다. 봄의 끝자락인 5월까지 왕성하게 분열하며, 이 시기에 만들어진 세포는 크고 세포의 벽이 얇으므로 부드럽고 색깔도 연하다. 흔히 춘재(春材)라고 부르는 부분으로 3월에서 5월말 사이에 주로 만들어진다.
6월에 들어서서 잎이 완전히 피고 광합성이 활발할 때면 세포분열 회수가 느려진다. 그러나 이때 만들어진 세포는 크기가 작고 세포의 벽이 두꺼우며 단단하고 진한 색을 나타낸다. 나무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나무들은 7월을 고비로 분열활동이 급격히 둔화된다. 8월말에서 늦어도 9월 중하순에 이르면 대부분의 나무들은 한 해 동안의 분열활동을 멈추고 이듬해 봄까지 긴 잠 속에 빠져버린다. 이렇게 6월 이후 9월 사이에 만들어진 세포가 하재(夏材)이다. 흔히 추재(秋材)라고 부르기도 하나 가을이면 자람이 끝나버리므로 맞지 않은 말이다. 결국 나무의 나이테는 약 6개월 동안에 만들어지고 가을에서 겨울에 걸치는 1년의 나머지 6개월을 노는 게으름뱅이 들이다.
춘재와 하재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 그 차이가 명확하기도 하고 희미하기도 하다. 바늘잎나무 무리에서는 소나무와 잎갈나무, 넓은잎나무에서는 참나무,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오동나무 등이 비교적 명확하다. 그 외 대부분의 나무는 춘재와 하재의 경계가 희미하다. 이런 나무들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춘재와 하재는 물론 나이테의 경계도 찾기가 어렵다.
1년 동안 자란 춘재와 하재를 합친 것이 나이테이며 나무가 살아 있는 동안은 매년 하나씩 만들어 간다. 적당히 비가 오고 햇빛을 충분히 받아 좋은 날이 계속된 해에는 나이테가 넓고 반대의 경우는 좁아진다. 나이테는 1년 동안의 계절변화가 뚜렷한 온대나 한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에만 생긴다. 여름이 계속되는 열대지방에서는 우기와 건기에 따라 온대지방의 춘재와 하재를 닮은 희미한 테가 생기기도 하나, 진정한 의미의 나이테가 아니므로 ‘나이테가 없다’고 말한다.
6. 나뭇결
나무는 다른 생물체가 모두 그러하듯 최소단위가 세포다. 수 억 만 개의 세포가 모여 나무를 만든다. 주요한 나무세포는 대체로 4종류다. 첫째는 물을 운반하는 물관세포로서 지름과 길이의 비가 1:5~6정도이다. 아주 지름이 큰 경우는 길이보다 지름이 오히려 더 작다. 침엽수에는 없고 활엽수만 물관세포가 있다. 두 번째는 헛물관세포이다. 가늘고 길며 지름과 길의 비가 1:100에 이르는 말라깽이 세포다. 침엽수만 있으며 물을 운반하는 역할과 나무가 넘어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는 지탱역할을 같이 수행한다. 세 번째는 목섬유(木纖維)로서 역시 가늘고 길며 지름과 길이의 비는 1:50~60정도이다. 활엽수에만 있으며 나무의 지탱역할을 담당하는 단단한 세포다. 다음은 방사조직(放射組織)으로서 양분이동과 저장에 관여하는 세포다. 물관, 헛물관, 목섬유가 나무의 축방향으로 배열하며 방사조직만 축방향에 직각, 즉 방사방향으로 배열한다.
4종류의 세포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 모양새나 크기 및 배열방식이 다르다. 따라서 나무 표면은 여러 가지 나뭇결이 나타난다. 우선 방향에 따른 차이를 본다. 그림과 같이 통나무를 판자로 만드는 방식에 따라 횡단면(橫斷面), 방사단면(放射斷面), 접선단면(接線斷面)의 3단면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방향은 축방향(軸方向), 방사방향, 접선방향으로 구분된다. 목재의 세포는 세 단면에 따라 각각 배열이나 모양이 다르다.
횡단면은 나무를 가로로 절단한 단면으로서 거칠고 물러, 횡단면이 표면에 나오는 쓰임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방사단면은 나이테에 직각으로 축방향에 잘려진 단면이며 나이테가 나란히 무늬로 나타난다. 일정하고 규칙적인 무늬가 나타나며 나무의 성질이 일정하므로 고급쓰임에는 흔히 이 단면이 표면이 되도록 한다. 방사조직이 큰 참나무 등은 방사단면에 이들이 여러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기도 한다. 일본이름을 그대로 본받아 정목(柾目)이라고도 부른다.
접선단면은 나이테를 따라 축방향으로 잘려진 단면이며 나이테가 V자나 U자 모양으로 나타난다. 물관이 큰 나무와 세포 배열이 다양한 나무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무늬를 만들어 낸다. 나무의 성질 변동이 방사단면보다 크므로 두꺼운 판자보다는 얇게 썰어내어 다른 나무에 붙여서 무늬목으로 잘 쓰인다. 일본이름을 그대로 따 판목(板目)이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