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대통령의 길’ 나무 이야기
비자나무 Japanese Torreya 주목과
우리나라에 자라는 1천여 종의 나무 중에서 노대통령님 묘역의 도래솔로 비자나무를 특별히 선택하였습니다. 늘 푸른 바늘잎나무인 비자나무는 제주도와 남해안 지방 일부에서만 자라며 예부터 쓰임이 많아 귀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고려사나 조선왕조실록 등의 역사책과 출토유물을 보면, 궁궐의 기둥이 되고 배를 만들며 관재 등 나라의 동량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열매의 쓰임도 특별합니다. 익어도 초록빛을 그대로 간직한 열매 안에는 아몬드처럼 생긴 씨가 들어있는데, 몸 안에 들어온 기생충을 없애주는 구충제로 쓰였습니다. 옛날 큰 스님들은 절 주위에다 비자나무를 심어 두었다가 열매를 거두어 가난한 이웃마을의 중생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는 보시를 해왔습니다. 고흥 금탑사, 장성 백양사, 제주 평대리 등의 비자나무 숲은 그때 그 시절의 흔적입니다.
이렇게 비자나무는 나라의 동량이 되는 귀중한 쓰임이 있고, 열매는 가난한 이웃을 돌보면서 다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상징 나무입니다.
01. 갈참나무 Oriental White Oak 참나무과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를 여섯 종류를 합쳐서 그냥 참나무라고 합니다. 그 중의 하나가 갈참나무죠. 잎자루가 길고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인 점이 다른 참나무와 구별 기준이지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소월의 시처럼 가을이면 큰 잎이 유난히 사람들 눈에 띄므로, 가을 참나무란 뜻으로 갈참나무가 되었다고도 합니다.
02. 감나무 Persimmon 감나무과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감은 가을의 풍성함을 돋보이게 합니다. 감 따기를 할 때도 가지 끝에 한두 개씩 남겨 놓은 ‘까치밥’은 우리 선조들의 따뜻한 속마음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감은 설사를 멈추게 하고 술을 깨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하죠. 나무속에 검은 줄무늬가 들어간 먹감나무는 조선시대 가구에 널리 쓰였습니다. 이곳의 감나무들은 김해와 진영 일대에 널리 심는 단감나무입니다.
03. 감태나무 Grayblue Spicebush 녹나무과
중부 이남의 산에서 흔히 만나는 평범한 나무랍니다. 잎에서 감태 냄새가 나서 감태나무라고 부른다는 군요. 좀 두껍고 갸름한 잎을 가지고 있는 데요, 황갈색의 단풍은 다음해 새순이 돋을 때 까지 어미나무에 그냥 매달려 있답니다. 원래 고향인 아열대 지방에서 늘 푸른 나무로 자라던 시절을 잊지 못하는 탓이라는 군요. 가을에 달리는 콩알만 한 까만 열매도 볼만합니다.
04. 개나리 Korean Forsythia 물푸레나무과
봄날이 짙어 가면 개나리에서 시작되는 노랑 빛의 느낌은 새 생명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다가 옵니다. 봄 알림이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꽃이 바로 개나리죠. 나리꽃과 닮았지만 크기도 작고 맵시도 나리보다는 못하다고 개나리로 불렀다는 군요. 옛 마당극에서 못된 관리를 개나리에 비유하여 풍자하였다는 이야기를 노대통령께서 흔히 말씀하셨답니다. 학술이름에 ‘koreana’가 들어간 우리의 토종나무랍니다.
05. 개암나무 Siberian Hazel 자작나무과
전래 동화에 등장하는 혹부리영감은 도깨비들이 방망이 칠 때에 맞춰 개암을 깨물었다가 소리가 너무 커서 들키게 되는 이야기가 나오죠. 개암은 밤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밤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다하여 ‘개밤’이라 부르다가 개암으로 변한 것입니다. 선조들이 즐겨하던 우리의 옛 과실이며 제사상에도 올랐답니다.
06. 개옻나무 Chinese Lacquer Tree 옻나무과
개옻나무는 일부러 키우지 않아도 산에 그냥 자라며 잎의 개수가 13~17개로서 제배하는 참 옻나무의 9~13개보다 조금 많습니다. 옻나무 보다 양이 적고 품질이 좋지는 못해도 개옻나무는 우루시올(urushiol)이란 성분의 옻을 품고 있답니다. 만지면 옻이 오르므로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나무’예요. 예쁘다고 만지지 마세요.
07. 고욤나무 Date-plum 감나무과
감씨를 심어보면 감이 달리기는 하지만 어미보다 훨씬 못한 땡감이 달릴 뿐입니다. 그래서 감나무는 고욤나무를 대리모로 하여 접을 붙여야 한답니다. 어두운 땅속을 헤매면서 영양분을 모아 남의 자식을 열심히 키워주는 고욤나무는 정말 마음씨가 착하죠?.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다’는 우리 속담처럼 고욤나무 자체는 알사탕 굵기의 맛없는 열매만 잔뜩 달립니다.
08. 광나무 Japanese Privet 물푸레나무과
광나무란 이름은 우리가 흔히 쓰는 ‘광나다’란 말처럼, 빛이나 윤이 난다는 말에서 온 것으로 짐작한답니다. 잎이 도톰하고 표면이 매끄러워 햇빛에서 볼 때는 정말 광(光)이 납니다. 초여름에 피는 하얀 꽃이 나무 전체를 뒤덮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에요. 가을에는 꽃자리마다 새까만 열매가 매달려 봄까지 붙어 있죠. 늘푸른잎과 함께 삭막한 겨울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나무랍니다.
09. 구골나무 Holly Olive 물푸레나무과
늘 푸른 잎은 두껍고 단단하며 끝에는 침까지 달려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두고 사람들은 개뼈다귀를 연상하여 구골(枸骨)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생김새는 별 매력이 없어도 정원수로 널리 심는데, 늦가을 11월에 피는 하얀 꽃은 멀리서도 맡을 수 있을 만큼 달콤한 향기가 좋아서랍니다.
10. 국수나무 Cutleaf Stephanandra 장미과
숲속의 큰 나무 밑에서 늘어지는 가지를 무더기로 뻗는 작은 나무랍니다. 껍질이 하얗고 가지의 펼침이 마치 국수발 같다하여 국수나무죠. 이른 봄 큰 나무들은 아직 겨울 가지를 그대로 달고 있을 때, 어서 어서 잎을 피워 한해살이를 서둡니다. 어물거리다가는 큰 나무가 잎을 펼쳐 햇빛을 차단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참 영리한 나무란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11. 굴참나무 Oriental Cork Oak 참나무과
줄기에 세로로 깊은 골(굴)이 진다고 하여 굴참나무에요. 껍질은 굴피라고 하여 옛날 굴피집의 재료로 널리 이용되었죠. 코르크층이 두껍게 발달하여 지붕을 이면 빗물이 스며들지 않고 보온효과도 뛰어납니다. 흉년이 들어 배고플 때 먹으라고 도토리를 잔뜩 매달아 준답니다. 가난한 백성들에게는 꼭 있어야 할 고마운 나무죠.
12. 굴피나무 Chinese Wingnut 가래나무과
먼 옛날 청동기시대부터 임금님의 목관을 비롯하여 널리 쓰였던 나무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없어져 지금은 굵은 나무를 만나기조차 어렵고, 산 속에서 띄엄띄엄 겨우 목숨을 이어갈 뿐입니다. 작은 솔방울처럼 생긴 열매는 황갈색 물을 드리는데 이용되고, 나무의 안 껍질은 질겨서 줄로 썼으며 어망을 만들기도 했다는 군요. 잎을 찧어서 물에 풀면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답니다.
13. 노간주나무 Temple Juniper 측백나무과
척박한 바위틈이나 메마른 땅에서도 잘 자라는 자그마한 바늘잎나무입니다. 가지는 모두 하늘로만 솟아 뾰족한 나무 모양을 만듭니다. 나뭇가지는 특별한 쓰임이 하나 있죠. 이 땅의 송아지들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노간주나무로 코뚜레를 해야만 어미 소가 될 수 있답니다. 콩알 만 한 열매는 오늘날 진(gin)과 비슷한 두송주(杜松酒)를 담을 수 있습니다.
14. 노린재나무 Sweet Leaf 노린재나무과
더위를 조금 느낄 즈음의 늦은 봄날, 숲 속의 큰 나무 밑에서 새하얀 꽃 뭉치를 잔뜩 달고 있는 자그마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작은 몸체와는 달리 옛날에는 천연염색의 귀중한 매염제(媒染劑)였답니다. 나무를 태워 잿물을 만들면 약간 노란 빛이 비치기 때문에 노린재나무란 이름이 생겼다는 군요.
15. 느릅나무 Elm 느릅나무과
흉년이 들어 먹을 것이 없으면 옛날 사람들은 소나무와 마찬가지로 느릅나무 껍질을 벗겨 먹고 배고픔을 달랬답니다. 안 껍질을 빻으면 느름느름해 진다고하여 느릅나무가 되었으며, 봉하마을에서는 ‘코나무’라고도 부른다는 군요. 고구려 때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만나러 갔을 때 배고픔을 참지 못한 온달은 느릅나무 껍질을 벗기려 산에 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외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만남에도 등장하는 역사 속의 우리 나무죠.
16. 느티나무 Zelkova Tree 느릅나무과
시골 마을 앞 정자나무의 거의 대부분은 느티나무입니다. 오래살고 가지를 많이 뻗어 쉼터를 충분히 마련해 주기 때문이죠. 느티나무는 이런 역할만으로 만족하지 않아요. 나무 몸체는 결이 곱고 황갈색의 색깔에 약간 윤이 나며 썩거나 벌레가 먹는 일이 적은데다 무늬도 아름답습니다. 갈라지거나 비틀림도 적고 마찰이나 충격에 강하며 단단하기까지 하죠. 나무가 갖추어야 할 모든 장점을 다 가지고 있어서 쓰이지 않은 곳이 없답니다. '나무의 황제'라고도 말합니다.
17. 능소화 Chinese Trumpet Creeper 능소화과
작은 빨판이 나와 무엇이던 가리지 않고 달라붙어 길게 자라는 덩굴나무죠. 여름날 초록 잎을 배경으로 트럼펫 모양 주홍색 꽃을 수없이 매달아,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의 꽃 세상을 연출한답니다. 꽃이 질 때는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동백꽃처럼 통 채로 떨어지므로 흔히 처녀꽃이란 이름으로도 부릅니다.
18. 닥나무 Paper mulberry 뽕나무과
인류의 찬란한 인쇄문화를 가져다 준 고마운 나무랍니다. 껍질에 많이 들어있는 길고 튼튼한 섬유는 다른 어떤 나무 섬유보다 질이 좋아서, 옛날의 종이는 대부분 닥나무 껍질로 만들었죠. 질긴 껍질과는 달리 목질은 ‘딱’ 하고 소리를 내면서 잘 분질러진다고 하여 닥나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도 합니다.
19. 단풍나무 Maple 단풍나무과
가을밤 기온이 떨어지면 ‘안토시아닌’이란 색소가 잎에 쌓이면서 붉게 물들게 됩니다. 단풍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몸체는 옛날엔 가마, 소반 등에 이용됐고 요즈음은 테니스 라켓, 볼링 핀으로 쓰이며 체육관의 바닥재로는 최고급품으로 친답니다. 열매에는 씨가 멀리 날아갈 수 있게 한 쌍의 날개를 달아 두었습니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는 단풍나무 날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군요.
20. 돌배나무 Sand Pear 장미과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조선 중기의 부안 기생 매창이 애인 유희경에게 띄운 시 한수가 너무 애절하죠?. 봄에 피는 새하얀 베꽃은 이렇게 시심(詩心)을 불러일으키고 가을에 매달리는 아기 주먹만 한 열매는 옛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일이었답니다. 재사 상에도 빠지지 않았죠.
21. 두릅나무 Korean Angelica Tree 두릅나무과
이른 봄날, 물에 살짝 데친 두릅의 풋풋하고 쌉쌀한 그 기막힌 맛은 군침을 돌게 하죠. 초식동물도 역시 새순을 좋아하므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작은 가지마다 날카로운 가시를 촘촘히 박아 놓았습니다. 그러나 사람 손만은 피할 수 없어서 이 땅의 야생 두릅나무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답니다. 순을 따 갈 때 제발 새순 몇 개라도 꼭 좀 남겨 달라는 두릅나무의 간절한 소원이 들리지 않으세요?.
22. 덜꿩나무 Erosum Viburnum 인동과
늦봄의 숲 속에서 짙푸른 잎을 좌우 벌림하고 새 하얀 꽃들이 모여 피는 작고 예쁜 나무랍니다. 가을에는 새빨간 열매가 그 자리에 소복이 매달리죠. 들판을 날아다니는 꿩들이 좋아한다고 하여 들꿩으로 부르다가 덜꿩이 된 것으로 짐작합니다.
23. 때죽나무 Korean Snow-bell 때죽나무과
작은 종모양의 앙증맞은 하얀 꽃이 온통 나무를 뒤덮어 버릴 만큼 많이 피는 흔한 우리 산의 나무입니다. 열매나 잎에는 마취성분이 들어 있어서, 찧어서 풀어 놓으면 물고기가 잠시 기절한답니다. 그릇에다 그냥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고 하네요. 겉이 반질반질한 열매가 수없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마치 스님들이 떼로 몰려있는 것 같다하여 ‘떼중나무’라 부르다가 때죽나무가 되었다고도 하는군요.
24. 떡갈나무 Daimo Oak 참나무과
새로 난 떡갈나무 잎에 떡을 싸서 쪄 먹었으므로 ‘떡갈이’ 나무에서 떡갈나무란 이름이 생겼다죠. 도톰한 잎의 뒷면에 갈색의 짧은 털이 융단처럼 깔려 있고 독특한 향기까지 있답니다. 참나무 종류 중에는 잎이 가장 크고 두껍습니다. 잎 아래가 귓불모양이고 가장자리가 큰 물결모양인 것이 특징이랍니다.
25. 뜰보리수 Oleaster 보리수나무과
잎이 두껍고 뒷면이 하얗거나 갈색인 점이 특색이죠. 여름이 한창일 때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빨간 열매가 달립니다. 떫은맛이 강하여 별 맛은 없답니다. 정원수로 심기 위하여 일본에서 가져온 수입나무예요. 야생으로 자라는 우리나라 보리수와는 달리 뜰에 심은 보리수란 뜻으로 뜰보리수라고 합니다. 부처님이 도(道)를 깨우쳤다는 보리수와는 이름만 같을 뿐 아무런 관련이 없답니다.
26. 리기다소나무 Pitch Pine 소나무과
1907년경 미국 동남부 지방에서 처음 시집왔습니다. 메마르고 척박한 산에도 잘 살 수 있으므로 60~70년대의 우리 산에 많이 심었답니다. 재질이 나쁘고 송진이 많아 쓸모가 적지만 헐벗은 우리 산을 푸르게 만들어 준 고마운 나무지요. 리기다소나무는 줄기에서 바로 잎이 돋아나기도 하고 한 묶음에 잎이 3개씩이라 2개씩인 우리 소나무와 다릅니다. 노대통령께서는 소나무 종류의 이런 특징을 수행원들에게 설명해 주실 만큼 해박한 식물 지식을 갖고 계셨습니다.
27. 명자나무 Flowering Suince 장미과
봄이 무르익어 갈 즈음 매화처럼 생긴 붉은 꽃이 나뭇가지를 뒤덮다 시피 피는 자그마한 나무입니다. 흔히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하여 조금은 험상궂은 인상과는 달리 경기 일부지방에서는 아가씨꽃나무라고도 한답니다. 꽃이 지고 나면 아기모과처럼 생긴 앙증맞은 열매가 달리며 모과처럼 약제로 쓰입니다.
28. 모과나무 Chinese Quince 장미과
나무에 참외 모양의 열매가 달린다는 뜻의 목과(木瓜)에서 모과가 되었습니다. 열매의 표면이 울퉁불퉁하여 못 생긴 과일의 대표지요.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고도 해요. 하지만 모양새와는 달리 잘 익은 모과는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한약제로 쓰이고 차를 만들거나 술을 담그기도 합니다.
29. 물푸레나무 Korean Ash 물푸레나무과
물을 푸르게 한다는 뜻으로 물푸레나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어린가지의 껍질을 벗겨 하얀 종이컵에 담고 물을 부어 보세요. 정말 파란 물이 우러납니다.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예전에는 주로 죄인의 볼기짝을 치는 곤장 나무를 만들었다는 군요. 그 외 도리깨 등 농기구를 만드는 데 널리 쓰였고 야구 방망이나 테니스 라켓 등 운동기구를 만드는 데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30. 밤나무 Korean Chestnut 참나무과
밤은 영양만점의 간식거리죠. 제사상에도 꼭 올린답니다. 싹이 틀 때 자기를 잉태해준 밤알은 땅속에 두고 싹만 올라오는 모습이 조상을 섬기는 것과 일치하기 때문이라는 군요. 특히 우리나라 밤은 중국 밤보다 굵고 맛이 더 좋았다고 합니다. 꽃은 감미로운 향기를 풍기는 것이 아니라 약간 시큼한 냄새가 특징이랍니다.
31. 배롱나무(백일홍나무) Crape Myrtle 부처꽃과
꽃이 백일이상 핀다고 하여 백일홍나무라고 하다가 배기롱나무를 거쳐 배롱나무란 이름이 생겼다는 군요. 꽃 하나가 백일이나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꽃들이 이어달리기로 피기 때문에 오래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껍질이 매끈매끈하여 간지럼나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정말 간지럼을 타는 것은 아니랍니다.
32. 버드나무 Korean Willow 버드나무과
봄날, 가물거리는 아지랑이 사이로 늘어진 버들가지는 이리 저리 산들바람에 실려 몸을 비틉니다. 부드러움과 연약함으로 여성을 상징하는 나무죠. 습기가 많은 곳에서 빨리 자라고 나무가 연하여 가공하기 쉬우므로 옛사람들의 생활도구를 만드는데 널리 쓰였답니다. 잎이나 줄기에는 쓴 맛이 있는데, 열나고 머리 아플 때 먹는 아스피린의 성분을 처음 여기서 뽑아냈답니다.
33. 벚나무 Cherry 장미과
화사하게 금방 활짝 피었다가 깨끗이 져 버리는 벚꽃은 모두 좋아하시겠지요. 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꽃나무라 우리를 아쉽게 합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벚나무 종류는 산벚나무와 왕벚나무가 있습니다. 산속에 자연 상태로 자라는 산벚나무는 꽃도 아름답지만 재질이 좋아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데도 많이 쓰였습니다. 다른 어떤 벚나무보다 꽃이 화려한 왕벚나무는 가로수로 널리 심습니다. 봉화산의 벚나무 대부분은 일부러 심은 왕벚나무입니다.
34. 벽오동 Chinese Parasol Tree 벽오동과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잣더니/내가 싫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무심한 조각달만 빈 가지에 걸려있네'.
상상의 새 봉황은 벽오동이 아니면 둥지를 틀지 않았다고 합니다. 선비들은 벽오동을 심고 봉황으로 상징되는 임금님의 사랑이 다시 나무에 걸리기를 바랐다는군요. 잎은 오동나무를 닮았으나 줄기가 푸르다고 하여 벽오동이란 이름이 생겼습니다.
35. 병꽃나무 Weigela 인동과
우리나라 산 어디에서 흔히 보는 작은 꽃나무입니다. 봄에 피는 꽃이 길쭉한 깔때기 모양인데, 그 모습이 우리 선조들이 사용하던 백자 병이나 청자 병처럼 생겨서 병꽃나무란 이름이 붙었답니다. 꽃은 처음에는 황록색을 띄다가 조금 지나면 붉은색으로 변합니다. 꽃마다 피는 시기가 약간씩 다르므로 한 나무에 두 가지 색깔의 꽃을 같이 볼 수 있어요.
36. 복사나무 Peach 장미과
연분홍 빛 복사꽃이 만발한 곳은 중국의 시인 도연명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그렸듯이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향이었어요. 2천 년 전쯤 중국에서 들어 왔으며, 자두와 함께 도리(桃李)라 하여 옛 사람들은 복사꽃의 아름다움을 수없이 노래하였답니다. 과일 복숭아는 하늘나라의 신선이 먹는 귀한 과일이기도 하죠. 귀신의 성분을 구분하여 복사 밭 출입을 통제했다는 전설에 따라 복숭아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으며 집안에도 심지 않은 답니다.
37. 붉나무 True Rhus 옻나무과
가을에 단풍이 들 때 단풍보다 더 붉게 물든다고 하여 붉나무가 되었다는 군요. 잎 대궁에 좁은 날개가 붙어있어서 비슷하게 생긴 옻나무와 구별합니다. 붉나무에 기생하는 오배자 벌레는 옛사람들이 타닌을 얻는 자원이었으며 약으로도 귀하게 썼다는 군요. 가을에 주렁주렁 매달리는 열매의 껍질에는 제법 짠맛이 들어 있어서 산골사람들이 소금대용으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38. 사방오리나무 Japanese Alder 자작나무과
1940년경 황폐한 산의 사태막이 나무로 쓰기 위하여 일본에서 수입한 오리나무입니다. 우리 토종 오리나무와 비슷하지만 잎과 열매가 더 큽니다. 사방오리나무가 심어져 있으면 옛날에 토사가 흘러내리던 황폐한 땅이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무는 여러 농기구를 만들고 열매는 염색제로 쓸 수 있습니다.
39. 산딸기 Hawthornleaf Raspberry 장미과
산에 자라는 딸기나무는 여러 종류가 있건만 흔히 만날 수 있고 딸기 맛도 가장 좋아서 특별히 산딸기란 이름을 얻었답니다. 사람 키 남짓한 작은 나무이죠. 5월에 하얀 꽃이 피고 나면 초여름에 까만 열매가 달립니다. 비슷한 이름의 산딸나무는 아름드리로 자라는 전혀 다른 나무이니 혼동하지 마세요.
40. 산수유 Japanese Cornelian Cherry 층층나무과
대지에 따사로운 기운이 퍼지기 시작하면 먼저 샛노란 꽃을 잔뜩 피우는 봄의 전령사죠. 여름날 잠시 우리는 산수유를 잊고 지내다가 바람이 조금씩 서늘해 질 즈음 열매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높아진 맑은 가을 하늘과 가지마다 줄줄이 매달려 있는 붉은 열매 는 정말 환상의 어울림이랍니다. 열매는 또한 한약제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중국 중서부가 고향이며 우리나라에는 통일신라시대에 들어왔습니다. 사저 앞 골목길에도 줄지어 서 있으며 평화와 서민을 언제나 생각하신 노대통령님의 상징색이죠.
41. 산초나무 Japanese Pepper 운향과
야산이나 깊은 산자락 어디에서나 흔히 만나는 자그마한 나무입니다. 가을이면 쌀알 굵기의 새까맣고 껍질이 반질반질한 씨앗을 무더기로 매달아요. 힘닿은 대로 많이 낳아 가문의 융성을 바라던 옛 사람들은 산초나무의 씨앗처럼 자식을 많이 갖기를 원했답니다. 비슷한 형제나무인 초피나무는 잎이나 열매에 맵싸한 향기를 갖고 있어서 추어탕의 비린내를 없애는데 쓰입니다. 노대통령께서는 산초나무의 가시가 어긋나고 초피나무는 가시가 마주보기로 달리는 미세한 이런 차이점을 설명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42. 상수리나무 Sawtooth Oak 참나무과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참나무 종류의 하나입니다. 굵고 먹음직한 도토리가 많이 달리지요. 지금은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먹을 뿐입니다만, 옛날 흉년이 들 때는 대용식이 되는 중요한 먹을거리였습니다. 나라에서 도토리 저장해 두었다가 흉년에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는 군요. 나무는 곧고 재질이 굳어 옛 건물의 기둥이나 농기구 등에 두루 쓰입니다.
43. 생강나무 Korean Spice Bush 녹나무과
숲속에서 가장 일찍 꽃 피워서 대지에 봄이 왔음을 말해 주는 알림이 나무죠. 샛노란 꽃이 동그란 작은 송이를 만들어 몽글몽글 피어납니다. 집 주변에 흔히 심는 산수유와 꽃 모양이 비슷하지만 꽃송이가 더 조밀한 것이 차이점 입니다. 가지나 잎에서 상큼한 생강 냄새가 나므로 생강나무란 이름이 생겼답니다. 퇴임 첫해 노대통령께서 내려오시자마자 도둑골에서 생강나무 꽃을 발견하시고 ‘야! 저기 생강꽃도 있다’고 소리치시고 즐거워 하셨답니다.
44. 소나무 Korean Red Pine 소나무과
우리나라 어디서나 고개를 들어 산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소나무죠. 집짓고 가구 만들고 흉년에는 껍질을 벗겨 먹었던 나무죠. 옛 사람들은 소나무 집 안방에서 태어나 소나무 관으로 무덤 속에 들어 갈 때 까지 평생을 함께 했습니다. 바늘잎나무로서 땅이 메마르고 척박하여도 잘 적응하지만 햇빛을 많이 받아야만 살 수 있답니다. 우리 산의 숲이 우거지면서 참나무를 비롯한 다른 넓은잎나무와 햇빛경쟁에 밀려서 차츰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45. 솜대(분죽) Japanese Timber Bamboo 벼과
큰 대나무 종류의 본래 고향은 아열대지방인데, 우리나라에도 아주 오래전에 들어왔답니다. 대나무에는 부피생장을 담당하는 부름켜가 없어서 죽순 지름 이상의 굵기로는 자랄 수 없습니다. 대나무의 늘 푸른 잎과 곧은 줄기를 두고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은 꼿꼿한 선비정신을 상징하죠. 그래서 옛 그림이나 시화에 ‘사군자’ 혹은 ‘세한삼우’라 하여 흔히 등장한답니다.
46. 싸리나무 Bush Clover 콩과
손가락 굵기의 작은 나무지만 우리 선조들의 생활용구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자원식물이었죠. 싸리바구니, 싸리비, 싸리바자, 사립문, 서당 훈장님의 회초리에 이르기 까지 쓰임이 무궁무진했답니다. 몇 몇 절집의 대웅전 기둥이 싸리나무는 이야기를 들어 보셨겠지요?. 잘못 알려진 것이고요. 대부분 느티나무입니다.
47. 아까시나무 Black Locust 콩과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아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쌩긋/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먼 옛날의 과수원 길.’
잊어버린 고향의 정경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동요죠. 꽃 속에는 질 좋은 꿀을 잔뜩 품고 있어서 우리나라 꿀 생산의 70%를 생산한다는 군요. 목재는 노르스름한 색깔에다 단단하며 무늬가 아름다워 옛 마차 바퀴에서 고급가구까지 쓰임도 넓답니다.
48. 애기동백 Sasanqua Camellia 차나무과
이름 그대로 동백나무보다 잎과 꽃의 크기만 약간 작은 형제나무입니다. 그 외에도 꽃의 빛깔이 더 붉고 양도 많으며 더 일찍 핀답니다. 또 꽃이 질 때는 동백나무처럼 꽃봉오리째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꽃잎이 하나씩 흩날리며 떨어집니다. 일본 남부가 원산지이며 수입하여 정원수로 흔히 심으며 일본 이름 그대로 ‘사잔까’라고도 부릅니다.
49. 영산홍 Satsuki Azalea 진달래과
일본에 자라는 산철쭉을 개량하여 보다 예쁘게 만든 작은 나무가 영산홍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원수로서 가장 널리 심고 있답니다. 수많은 품종이 있고 꽃 색깔도 여러 가지입니다만 영산홍(映山紅)이란 이름처럼 주로 붉은 꽃을 피우는 종류가 가장 많습니다. 조선 세종 때 일본에서 조공으로 보내 주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벌써 6백여 년 전에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50. 왕버들 Glandulosa Willow 버드나무과
버들나라의 임금님이란 뜻으로 왕(王)버들입니다. 실제로 여러 버드나무 중에는 가장 굵고 크게 자란답니다. 왕버들은 주로 물가에 살다보니 고목은 가운데가 잘 썩는 편입니다. 안에 들어간 작은 동물이나 벌레들이 죽어버려, 밤에 인(燐)불이 파랗게 보이기도 하겠죠. 여름날 도깨비불의 근원지가 되고 ‘전설의 고향’이 만들어지기도 해요.
51. 음나무(엄나무) Aralia 두릅나무과
어릴 때는 험상궂은 가시가 나뭇가지마다 빈틈없이 돋아난 모습이 무시무시합니다. 초식동물이 새순을 따먹지 못하게 하려는 자구책이라는군요. 그러나 키가 커지고 어른나무가 되면 가시는 없어집니다. 옛 사람들은 문설주 위에다 엄나무 가지를 가로로 걸쳐두고 귀신 쫓는 나무로도 사용했습니다.
52. 이대 Arrow Bamboo 벼과
화살이 비 오듯 쏟아지는 전장 터를 누비는 옛 장군의 모습을 연속극에서 흔히 보셨겠죠. 그 많은 화살을 무엇으로 만들었을까요? 바로 이대가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사람 키 남짓에 굵기 1cm정도로 곧게 자라는 이대는 마디 수가 적고 마디 사이가 길어서 화살대로 안성맞춤입니다. 하지만 자라는 곳이 남부지방이라 옛날 북방국가들은 이대를 확보하기 위하여 전쟁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군요.
53. 이태리포플러 Italian Poplar 버드나무과
물가의 습한 곳에서 자람이 빠른 나무로 유명합니다. 수십 년이 걸리는 보통나무와는 달리 10여년 남짓하면 베어서 쓸 수 있답니다. 원산지는 캐나다이나 우리나라에는 이태리에서 1960년경 수입하여 왔으므로 이름이 이태리포플러가 되었습니다. 한때 강가에 많이 심었으나 홍수 때 물 흐름을 방해하고 나무의 중요한 쓰임새인 나무젓가락, 성냥 등의 수요가 줄어서 지금은 거의 심지 않습니다.
54. 이팝나무 Chinese Fringe Tree 물푸레나무과
5월 초중순경 이팝나무는 온통 하얀 꽃으로 뒤덮입니다. 가난하던 옛 사람들은 꽃모습을 보고 마치 고봉으로 담아놓은 흰 이밥(쌀밥)을 연상했답니다. 그래서 ‘이밥나무’가 이팝나무가 된 것이에요. 배고픈 백성들이 쌀밥으로 착각할 만큼 풍요로운 먹을거리를 연상하는 꽃이었죠. 노대통령 서거일 전후에 꽃이 지는 이팝나무는 이루지 못하고 떠나신 아쉬움을 보는 것 같아 우리 모두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답니다.
55. 인동덩굴 Korean Honeysuckle 인동과
추운 겨울을 참고 넘긴다는 뜻의 인동(忍冬)입니다. 조금 따뜻한 곳에서는 반쯤 잎을 달고 겨울을 나기 때문이에요. 덩굴의 뻗은 모습을 형상화 시킨 것이 당초문양(唐草紋樣)의 근원이며, 옛 건축물이나 문화재에서 그림으로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처음 꽃이 필 때는 흰색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노랗게 변하므로 금은화(金銀花)라고도 합니다. 차를 만들고 술을 빚으며 약으로도 널리 쓰입니다.
56. 자귀나무 Silk Tree 콩과
많은 작은 잎사귀가 마주 보고 있다가 밤이면 잎이 서로 닫힙니다. 짝수라서 외톨이 잎이 없으므로 부부의 잠자리를 상징하는 합환수(合歡樹)라고도 해요. 화장 붓 모양의 아름다운 분홍 빛 꽃이 특징이랍니다.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겨울바람 불 때면 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러워 여설수(女舌樹)란 이름도 가지고 있어요. 노대통령께서 가장 좋아하신 나무이기도 하답니다.
57. 자두나무 Korean Plum 장미과
옛 이름은 오얏이며 이(李)씨를 나타내는 나무입니다. 옛 사람들은 복숭아와 함께 봄에는 오얏 꽃을 감상하면서 시 한 수 읊조리고, 새콤한 과일은 귀중한 먹을거리로 아껴왔답니다. 2천년쯤 전에 중국에서 가져다 심은 수입나무죠. 오해를 받기 쉬운 일은 가까이 하지 말라는 뜻으로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58. 조팝나무 Bridal wreath 장미과
작은 새하얀 꽃이 떼거리로 모여 핍니다. 마치 좁쌀로 지은 조밥을 흩트려 놓은 것 같다하여 ‘조밥나무’에서 조팝나무가 되었죠. 고전소설 ‘토끼전’에서 자라가 육지에 올라와 맨 처음 본 것도 조팝나무 꽃이랍니다. 지금도 들녘에 널리 자라지만 옛날에는 더 흔한 꽃이었어요. 상산 혹은 촉칠근이라 부르는 뿌리는 해열제로 쓰였답니다. 조경수로 일부러 심지 않아도 봉하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고 노대통령께서 좋아 하셨답니다.
59. 족제비싸리 Bastard Indigo 콩과
시골에서 닭 물어 죽이는 족제비란 자그마하고 날렵한 동물이 있습니다. 5월 말경 꽃피는 모습이 영락없이 족제비의 꼬리를 쏙 빼 닮았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북아메리카 남부가 고향이고요. 1930년경에 처음 우리나라로 시집왔어요. 헐벗은 산에 심기위하여 데려온 신부라서 고생만 했죠. 산이 푸르르 지면서 농로나 철로 주변 등 양지바른 곳으로 물러나와 조용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60. 졸참나무 Konara Oak 참나무과
군대에서 갓 입대한 신병은 졸병 혹은 병졸이라고도 부르죠. 졸은 작다는 뜻도 있어서 참나무 종류 중에 가장 작은 잎을 가진다고 하여 졸참나무라 불러요. 하지만 잎 크기만 작을 뿐 덩치로는 다른 참나무 종류에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두세 아름도 거뜬히 넘길 수 있답니다. 생명력이 강하여 베어버리면 다른 참나무보다 뿌리목에서 새싹이 더 잘 돋아요. 묵 맛도 졸참나무 도토리가 가장 맛있다는 군요.
61. 죽단화(겹황매화) Jew's Mallow 장미과
줄기가 아래로 늘어지는 작은 나무입니다. 봄이 한창 무르익을 즈음 피는 진한 노랑 겹꽃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모양은 꼭 같으나 다섯 장의 홑꽃잎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황매화라고 부릅니다. 가을이면 노란 단풍이 들고 겨울에도 초록빛을 그대로 간직하는 나뭇가지가 특별합니다. 조금은 이름이 헷갈리는 죽단화와 황매화의 차이점을 노대통령께서는 수행원들에게 흔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62. 쥐똥나무 Border Privet 물푸레나무과
까맣게 익은 열매의 모습이나 크기가 쥐똥과 비슷하다고 붙인 이름입니다. 하필이면 사람들이 싫어하는 쥐, 그도 모자라 배설물과 비교했냐고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도 있죠. 북한에서는 검정알나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 두었답니다. 낙엽 지는 작은 나무이고 가지 뻗음이 왕성하여 아무리 잘라내어도 계속 잘 자라 줍니다. 그래서 생 울타리로 널리 심습니다.
63. 진달래 Korean Rosebay 진달래과
‘나 보기가 역겨워/가실 때에는/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영변에 약산/진달래꽃/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진달래는 예로부터 이렇게 사랑을 노래할 때 단골로 등장한답니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양지바른 곳에 널리 자라는 아름다운 꽃나무죠. 삼월 삼짇날에는 찹쌀 부침개에다 진달래 꽃잎을 얹는 꽃전(花煎)을 부쳐 먹는 멋스러운 풍습이 있었답니다.
64. 찔레꽃 Japanese Rose 장미과
양지바른 산자락이면 어디서나 자라는 흔한 덩굴가시나무입니다.‘엄마 일 가는 길엔 하얀 찔레꽃/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라는 노래가사처럼 배고픈 옛 어린이들은 찔레 꽃잎뿐만 아니라 연한 찔레 순으로 허기를 달래기도 하였답니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이란 노래 아시죠. 찔레꽃은 하얗게 핍니다. 노래 속의 찔레꽃은 해당화랍니다.
65. 참죽나무 Chinese Toon 멀구슬나무과
아름을 넘겨 자랄 수 있는 큰 나무지만 새싹이 향긋한 봄 향기로 미각을 자극하는 탓에 제대로 자라기 어렵습니다. 새싹이 나오자마자 꺾어서 데쳐먹고 튀겨먹고, 나중에는 장아찌로 만듭니다. 참죽나무 편에서 보면 삶이 괴롭겠지요. 용케 크게 자란 참죽나무 목재는 붉은 빛깔에 단단하고 무늬가 좋아 고급 가구로 쓰입니다. 경상도에서는 참죽나무를 가죽나무라 부르고, 진짜 가죽나무는 개가죽나무라고 해요.
66. 청미래덩굴 Chinaroot 백합과
산속 오솔길 어디나 흔한 우리 산의 덩굴나무입니다. 덩굴손을 내밀어 넉살 좋게 '성님! 나도 같이 좀 삽시다.'고 아무 나무에게나 달라붙죠. 하지만 갈고리 모양의 가시가 있어서 지나다니는 나무꾼의 바짓가랑이를 찢어놓는 심술도 피웁니다. 남부지방에서는 ‘망개나무’라고 더 널리 알려져 있죠. 가을에 빨갛게 익는 열매는 약간의 단맛이 있어서 옛 어린이들의 간식거리였습니다. 노대통령께서도 맹감나무 추억을 가끔 회상하셨답니다.
67. 칡 Kudzu Vine 콩과
풀처럼 보이지만 칡은 나무입니다. 생명력이 왕성하여 숲 속에 작은 공간이라도 생기면 얼른 자리를 잡아, 이웃 나무줄기를 타고 순식간에 꼭대기로 올라가 버립니다. 광합성을 위하여 확보해 놓은 햇빛 공간을 몽땅 점령해 버려 밑나무는 속절없이 굶어죽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날 칡은 우리 산을 망치는 주범입니다. 하지만 역사의 바늘을 조금만 거꾸로 돌려보면 칡뿌리는 흉년에 부족한 전분을 공급하는 대용식이었으며, 질긴 껍질은 삼태기를 비롯한 생활용구로 널리 이용되는 등 고마운 식물이었답니다.
68. 탱자나무 Korean Bitter Orange 운향과
험상궂은 가시가 가지마다 돋아있는 자그마한 나무입니다. 하얀 꽃과 노란 탱자가 일품이죠. 옛날 죄수를 귀양 보내어 ‘위리안치’ 시킬 때 집 주위에다 심었답니다. 성을 쌓고 밑에다가 적군이 기어 올라오기 어렵게 탱자나무를 심기도 했습니다. 과수원 울타리로도 널리 쓰입니다. 예쁜 호랑나비는 탱자나무에 알을 낳아 애벌레가 탱자 잎을 갉아먹고 살아갑니다. 노대통령께서 ‘호랑나비를 불러오는 나무’라고 아끼셨다는 군요.
69. 폭나무 Chinese hackberry 느릅나무과
오래 살고 아름드리로 크게 자라며 가지를 많이 뻗어 무성한 잎을 펼치는 갈잎나무입니다. 소금바람에 강하므로 갯마을의 당산나무로 흔히 만날 수 있죠. 설익은 열매는 팽총의 총알이 되고 잘 익은 열매는 달콤하여 아이들의 간식거리였답니다. 폭나무는 잎 끝이 꼬리처럼 긴 것 이외에는 팽나무와 거의 같으며, 경남에서는 둘을 구분하지 않고 포구(浦口)나무라고 부릅니다.
70. 편백 Japanese Cypress 측백나무과
재질이 좋기로 유명한 일본 원산 나무입니다. 곧게 자라고 꼭대기만 가지를 펼치고 있어서 나무나라의 늘씬한 미목(美木)들이죠. 일본에서는 궁궐을 짓고 불상(佛像)을 새기며 배를 만드는 등 쓰임이 거의 전천후였다는 군요. 일제강점기에 처음 들어왔으며 자람이 좋아 지금도 남부지방에 널리 심고 있습니다. 최근 편백은 다른 나무보다 4배나 많은 피톤치드가 나온다고 알려지면서 삼림욕 숲으로 각광을 받고 있답니다.
71. 화살나무 Winged Spindle Tree 노박덩굴과
나뭇가지에 화살 날개 모양을 한 얇은 코르크가 붙어 있어서 화살나무입니다. 나지막한 키에 새순이 맛있고 부드러워 산토끼 등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기 일쑤였답니다. 그래서 화살나무 선조들은 맛없는 코르크를 붙여 더 굵게 보이게 하여 먹기를 거북하게 만들었다는 군요. 귀전우(鬼箭羽)라는 이름의 이 코르크 날개는 약제로 쓰인다고 합니다. 가을날의 빨간 단풍도 무척 예쁘죠.
72. 회양목 Box tree 회양목과
손톱크기 남짓한 작은 잎을 가진 나지막한 늘 푸른 나무입니다. 지금은 생 울타리나 정원의 가장자리를 차지하는 정원수일 뿐이지만 한 때 우리나라의 인쇄문화를 책임지던 영광스런 역사를 가진 나무예요. 옛날 나무 활자나 작은 목판을 새기는데 이 보다 더 적당한 나무는 없었다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목판도 회양목에 새겼다고 짐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