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비자나무 숲 이야기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문화재위원 박상진
제주도의 동부 끝자락, 크고 작은 오름 들도 솟아오르기 힘들다고 숨어버린 중산간지대가 펼쳐집니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 이곳에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가장 넓은 비자나무 숲이 자리 잡고 있답니다. 동부순환도로를 타고 가다 구좌읍에서 서쪽으로 4km쯤 들어간 곳이에요. 호젓한 숲길을 걸으면서 지나온 일상을 조용히 되돌아보고 싶다면 이 비자나무 숲이 제격이죠. 숲에 들어서는 순간, 비자나무와 여러 종류의 덩굴나무와 바닥의 풀이 얽히고 설 켜서 만들어내는 초록의 향연에 넋을 빼앗기게 됩니다. 제주도가 아니라 갑자가 열대의 정글 속을 들와버린 느낌입니다. 태곳적 자연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진답니다.
숲 안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팔을 펼치고 가슴 깊숙이 공기를 빨아드리는 일입니다. 피톤치드라는 아리송한 물질이 얼마나 있을 것인지 일부러 신경 쓰지 않아도 좋아요. 이 숲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 도시에서 찌들은 허파를 깨끗이 청소해 줄 터이니까요. 지구가 다 오염되고 설령 방사능 낙진이 떨어진대도 어쩐지 이곳만은 모두 막아줄 것만 같습니다.
나무줄기에는 나도풍란, 풍란, 콩짜개란 등 희귀한 식물이 줄줄이 붙어있고 바닥은 말 그대로 ‘초록덮개’입니다. 또 마삭줄, 줄사철, 송악 등의 크고 작은 덩굴들이 이 나무 저 나무로 걸치면서 숲의 어울림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송이(scoria)라 불리는 제주도 특유의 화산암 부스러기로 만들어진 산책로가 잘 다듬어져 있어서,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는 평지입니다. 숲 깊숙이 들어갈수록 더 굵은 나무가 나타나고, 우리나라 비자나무 중에는 제일 굵다는 ‘새천년 비자나무’와도 잠시 인사를 나누어 봅니다. 작은 실개천을 건너 숲을 되돌아 나오는 데는 1시간 남짓으로 충분합니다.
관람통제 지역까지 포함한 전체 넓이는 448,165㎡(130,5570평)에 이릅니다. 남쪽 월랑봉(382m)과 북쪽 돛오름(287m)사이의 긴 타원형 숲으로서 전체적으로 거의 평지에 가깝습니다. 숲에는 비자나무 이외에는 곰솔이 가장 많습니다. 기타 늘푸른잎나무로서 아왜나무,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이 자라고 낙엽나무는 비목, 팽나무, 자귀나무, 예덕나무, 때죽나무, 덧나무 등이 섞여 있죠.
현재 지름이 6cm이상인 비자나무만 2.878그루이니 어린 나무를 합치면 1만 그루에 가까운 비자나무가 숲을 이루어 조용히 모여살기고 있습니다. 숲에서 가장 오래된 터줏대감 비자나무는 고려 16대 임금 예종11년(1117)에 태어났으니 지금나이는 거의 9백년에 이릅니다. 두 번째는 새천년나무로 지정된 1189년생 나무이며, 이렇게 고려 때 태어난 나무만도 13그루입니다. 200~400살 사이가 가장 많고 평균 나이가 320살 정도 됩니다. 가장 꺽다리는 높이 16m에 이르나 대부분은 높이 9~11m사이예요. 지름은 최고령나무와 새천년나무가 180cm정도이고, 나머지는 지름 40~70cm사이가 가장 많습니다.
숲의 역사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옛날 구좌읍 사람들이 제사 지낼 때 쓰던 비자씨앗이 흩어져 오늘의 비자나무 숲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생긴 천연림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더 많죠. 멀리는 몽고군에 저항하던 삼별초가 최후를 맞이했고, 가까이는 현대사의 비극 4.3사태까지 역사의 소용돌이에 이 많은 비자나무들이 살아남은 것은 행운이고 기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답니다.
1. 비자나무란?
‘빌고 보자 비자나무, 깔고 앉아 구기자나무, 그렇다고 치자 치자나무, 아픈 사람 없다 무환자나무...’ 전래구전 동화 나무타령에서 잠깐 찾아본 ‘자’자 돌림나무들입니다. 모두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과 인연을 맺어온 귀하디귀한 우리 나무들이죠.
우선 비자란 나무이름부터 알아보죠. 중국이름 비자(榧子)를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짐작합니다. 이시진의 본초강목에 비실(榧實)이란 항목으로 열매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비(榧)를 쓰게 된 유래는 명확하지 않으나 나뭇잎이 뻗은 모양에서 짐작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갓 나온 비자나무 잎은 가지를 가운데 두고 뾰족한 잎이 좌우로 뻗습니다. 영락없이 비(非)로 나타낼 수 있지요. 여기다 비자나무의 쓰임이 상자를 비롯한 여러 기구를 만들기에 좋은 나무이므로 상자를 뜻하는 방(匚)으로 집을 만들어 주고, 목(木)을 붙이면 바로 비자나무를 나타내는 글자가 됩니다.
바늘잎나무는 대체로 추운 지방에 잘 자라는 것과 달리 비자나무는 따뜻한 지방을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 섬지방과 제주도를 거쳐 일본의 중남부에 걸쳐 자랍니다. 바늘잎나무는 한꺼번에 묶어서 말할 때 구과(毬果)식물이라고 하죠?. 솔방울을 달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비자나무는 나눔의 편의상 구과식물에 넣었을 뿐 솔방울이 없습니다. 대신에 열매는 가종피(仮種皮)라는 약간 말랑거리는 육질이 땅콩 알 만한 씨앗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아스라이 먼 옛날인 약 2억 년 전쯤 주목을 조상으로 하고 자손이 귀한 집안에서 비자나무가 태어났습니다. 별로 자손이 번성하지 않아 자신이 소속한 주목과(科)에도 달랑 주목속(Taxus), 비자나무속(Torreya), 개비자나무속(Cephalotaxus)의 세 속(屬)만 남았답니다. 각각의 속이 품고 있는 종(種)의 수도 적어서 정말 외로운 집안입니다. 그래도 비자나무속은 그중에서는 자손이 제법 있는 편이죠.
우리나라 남부와 일본 중남부에 자라는 Japanese Torreya(Torreya nucifera)를 비롯하여 중국남부에 자라는 Chinese Torreya(T. grandis), Yunnan nutmeg yew(T. yunnanensis), Torreya jackii 및 미국에 자라는 California Torreya(T. californica), Florida Torreya(T. taxifolia)등 6종이 자라며, 변종과 품종을 합치면 몇 종 더 있습니다. 이들 중 세계적으로는 Japanese Torreya로 알려진 우리의 비자나무가 진짜 왕중왕입니다. 나무의 크기 자람 정도나 재질이 다른 비자나무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기 때문이죠.
비자나무는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으며 열매는 당연히 암나무에만 달리겠죠?. 좋은 조건에서 잘 자라면 높이 20m이상, 지름2m이상에 이를 수 있는 큰 나무입니다. 햇빛을 많이 받지 않아도 숲속에서 자랄 수 있어서 다른 나무들과 경쟁에 강합니다. 대신에 생장이 지극히 늦어 한 아름정도면 나이가 적어도 수백 년에 이릅니다. 줄기의 나무껍질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짙은 회갈색을 나타내고 길이로 갈라진답니다. 가지는 마주보기로 달리거나 돌려나기를 합니다. 잎은 길이 2-3cm、나비2-3mm로 선형(線形)이며 잎 끝이 뾰족하여 손바닥으로 눌러보면 찔리는 감촉이 있을 정도이죠. 잎의 표면은 짙은 초록색으로 광택이 있으며 약간 딱딱한 느낌이 옵니다. 보통 늘푸른잎나무도 나무 종류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2~3년마다 한 번씩 잎갈이를 합니다. 반면에 비자나무는 잎의 수명이 6~7년, 때로는 10년이 넘는다니 가장 잎이 가장 오래 사는 나무 중의 하나인 셈입니다.
꽃은 4−5月에 피며 수꽃은 길이 1cm정도의 타원형이고、그전 해에 나온 잎 밑에 달립니다. 암꽃은 새로 나온 가지에 달리는 잎 밑에 2개씩 달리지만 실제로 씨를 맺은 것은 1개뿐이랍니다. 열매는 손가락 첫마디만 하고 바깥에는 초록색의 두껍고 약간 물렁한 껍질(가종피)로 둘러싸고 안에 땅콩 알 만한 씨가 들어 있습니다.
중부지방으로 올라오면, 숲 속에서 비자나무와 잎 모양이 매우 닮은 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비자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다르다고 하여 개비자나무라고 부릅니다. 개비자나무는 자람 터가 훨씬 북쪽이며 비자나무처럼 크게 자라지 않고 잎 끝이 날카롭지 않아 손바닥으로 눌러 보았을 때 찌르는 감촉이 없어서 비자나무와 구별할 수 있습니다.
2. 비자나무의 쓰임
비자나무는 사촌뻘인 주목과 함께 자람이 느린 나무로 유명합니다. 대체로 1년에 1mm남짓 자라 100년이면 지름 20cm, 겨우 한 뼘 정도가 고작입니다. 목재 표면은 치밀하고 비중(比重)은 0.53전후입니다. 우리나라 소나무와 거의 비중이 같아 바늘잎나무 중에는 비교적 단단한 편이고 탄력성도 좋습니다. 가로로 통나무를 잘라보면 나이테는 좁고 배꼽(髓)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이루지만 때로는 물결모양이 되기도 하여 보기 좋은 무늬가 나타납니다. 나무의 속부분(心材)은 황갈색이며 바깥부분(邊材)은 황백색이라 전체적으로 노랑 빛을 띱니다. 그러나 나무에 수지(樹脂)성분이 비교적 많아 독특한 냄새가 나고 잘 썩지 않습니다. 특히 습기에 강하여 땅속에 묻혀 있어도 버틸 힘이 강하므로 고급 관재(棺材)로 쓰이고 배를 만드는 재료로도 이용됩니다. 우리나라는 부여읍 능산리 백제 사비시대 고분에서 나온 목관이 비자나무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또 1984년 완도군 약산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고려 초인 11세기의 화물 운반선(일명 완도배)의 외판은 소나무와 함께 두꺼운 비자나무 판자가 섞여 있었습니다. 이보다 앞서는 청해진 유적지 완도 장좌리 목책(木柵)의 나무가 굴피나무와 비자나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이처럼 고려 초까지만 하여도 오늘 날 희귀식물에 가까운 비자나무가 여러 쓰임에 이용될 만큼 흔한 나무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자나무의 또 다른 중요한 쓰임은 바둑판입니다. 나무에 향기가 있고 연한 황색이라서 바둑돌의 흑백과 잘 어울리며 돌을 놓을 때 들리는 은은한 소리까지 그만이라는 군요. 처음에는 표면이 약간 들어가는 듯 하다가 돌을 쓸면 다시 회복되는 탄력성이 다른 나무가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보존상태가 좋고 잘 다듬어진 비자나무 바둑판은 소위 명반(名盤)이라고 알려지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합니다. 1994년 일본의 한 소장자가 구한말의 풍운아 김옥균이 피살되기 직전까지 가지고 있던 바둑판을 한국기원에 기증하였습니다. 이 바둑판이 비자나무로 만들어 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고급 비자판은 아니고 중질(中質)정도이나 역사성 때문에 명반의 대열에 들어있습니다. 은행나무나 피나무 바둑판도 품질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고급품은 역시 비자나무로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둑판을 만들 수 있는 비자나무는 나오지 않습니다. 적어도 지름이 1m이상은 되어야 통 바둑판을 만들 수 있으니 나이가 줄잡아도 500년은 되어야 하고, 이정도 굵기와 나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전부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의 암 비자나무는 초록색으로 익는 열매가 달립니다. 안에 아몬드나 땅콩 크기에 빛깔도 비슷한 딱딱한 씨가 들어 있죠. 이것은 중요한 약용식물이었답니다. 옛 사람들은 뱃속에 들어앉은 기생충을 없애는데 비자 씨를 먹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비자 열매를 하루에 7개씩 7일 동안 먹이면 촌충은 녹아서 물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남해안의 백양사, 고흥 금탑사, 장흥 보림사, 화순 개천사 비자나무 숲은 모두 스님들과 이웃 주민들에게 열매를 구충제로 쓰기 위하여 일부러 심은 나무들입니다. 그 외 비자는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쓰거나 머릿기름으로도 이용되었습니다.
독특한 모양을 한 비자나무 잎은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쓰임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어린가지나 잎을 태워 마치 우리가 모깃불을 피우듯 연기를 내어 모기를 쫓아내는 데 사용하였다는 군요. 그래서 비자나무의 일본 이름은 모기를 쫓아버린다는 뜻의 カヤ(蚊遣)입니다
3. 비자나무의 역사
비자나무는 아스라이 먼 옛날 몇 억 년 전부터 이 땅에 우리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비자나무가 처음 문헌에 등장하는 시기는 고려 11대 임금 문종 7년(1053)입니다. 고려사에는 ‘탐라국 왕자 수운라가 자기 아들 배웅교위 고물 등을 보내 비자 등 특산품을 바쳤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에 왕은 왕자에게 중호장군이란 벼슬을 내렸다고 합니다. 한편 실제유물로서는 해상왕 장보고가 828년 청해진 대사로 임명되어 활약한 전남 완도의 작은 섬 장도 청해진 유적에서입니다. 섬의 주변에 말뚝을 박아 만든 나무 울타리의 바닥 부분이 일부 남아 있는데, 굴피나무와 함께 여러 개의 비자나무 말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알 수 있는 비자나무 역사는 1천2백년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다시 고려사에 보면 원종 12년(1271)조에는‘몽골에서 궁실을 지을 재목을 내라고 요구하였다. 또 중서성의 지시로 금칠, 비자나무 등의 물품들을 요구하였다. 또 흑구가 말로 전하는 비자나무란 것은 지방 사람들이 백목(白木)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추에게 그 산지가 어디냐고 물으니 그는 승천부의 금요도라고 답하였고 비자열매, 오동열매, 잣나무 열매도 역시 이곳에서 산출된다고 한다. 우선 비목(榧木) 약간 쪽을 바친다’고 하였습니다. 반역 이추 조에서도 원나라 승상 안동이 말하기를 ‘고려에서 나는 약품으로서 궁중에 두고 쓸 만한 것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이제 김유 등을 파견하니 비자 50근 등을 채취하여 보내주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조선왕조에 들면서 동국여지승람, 세종지리지, 조선왕조실록 등에 비자나무 관련 기록이 더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세종3년(1420) 예조에서 아뢰기를, ‘진상하는 물목 속에 제주의 비자 등 물건도 또한 그 시절을 따라서 진상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제주도에서 진상하는 것은 면제하도록 명하였습니다. 세종7년(1424) 호조에서 아뢰기를, ‘창고에 남아 있는 비자 등은 거둬들인 지가 오래므로 장차 소용없이 되겠사오니 백성들로 하여금 돈을 바치고 사가게 하소서’하였습니다. 예종1년(1468) 고택이 제주의 폐단을 아뢴 상소문에서 ‘한라산의 소산물은 비자 등과 같은 나무와 선재(船材)들인데, 이 모두가 국용에 절실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근년 다투어 먼저 나무를 베고 개간을 하여 밭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신은 원컨대 이제부터 나무를 베고 새로 개간하는 자를 엄히 금하게 하소서’하였습니다.
성종3년(1471) 1월30일 제주 점마 별감의 사목에 이르기를, ‘비자목은 나라 살림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모두 한라산에서 나옵니다. 근래에 농민들이 이 나무를 베어내고 경작을 하니, 실로 염려할 만합니다.’하였습니다. 성종24년(1492) 고태필이 제주의 일에 관해 아뢰기를 ‘신이 조모를 따라 제주에서 자랐습니다. 요긴한 비자나무 등이 많이 생산되므로 일찍이 경차관을 보내어 표지를 세워서 나무를 베어내고 농사 짓은 일을 금하게 하였습니다.’고 했답니다. 중종6년(1511) 대간이 관리를 탄핵하면서 ‘육한이 옥천에 살면서 비자나무 곽판(槨板)을 잃었다 칭탁하고, 옥천 고을 아전에게 징수하였다고 합니다.’고 고발했다는 군요. 중종14년(1519) 관리 민상안은 아뢰기를 ‘각 고을에서 장원서에 수납하는 과일 중에 비자 같은 것은 그 수량이 너무 많습니다.’하였습니다. 명종5년(1549) 죄인을 문초하는 과정에 ‘박세번이 제가 상으로 비자를 받은 것을 그릇된 일이라고 고발하여 위협하려 하였습니다.’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영조39년(1762) 임금은 ‘제주에서 해마다 비자나무 판 10부(部)를 바쳤는데, 재해가 든 해라 하여 5년을 한정하고 바치는 것을 정지하라’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선 중후기를 지나면서 관리가 부패하여 세제가 문란해지면서 제주도 사람들은 세금 때문에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수탈의 한 가운데는 항상 감귤과 비자가 있었습니다. 일정량을 할당해 두고 흉풍에 관련 없이 무리하게 징수하여 원성의 대상이 되었죠. 참다못한 백성들은 나무를 일부러 잘라버리는 등 제주의 비자나무는 거의 사라져 버리고 오늘날 구좌읍에만 비자나무가 남게 됩니다.
4. 비자나무 숲에서 따로 볼거리
@ 닭 뼈다귀 비자나무 가지
제주 비자나무 숲에 가면 닭 뼈다귀가 있다?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은 단어조합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숲에서 닭 뼈다귀와 만날 수 있습니다. 호젓한 숲길을 걷다가 송이가 깔려진 바닥을 잠시 내려다보세요. 어렵지 않게 닭 뼈다귀를 찾아 낼 수 있답니다. 물론 누가 먹고 버린 진짜는 아니고 모양새가 영락없어서 입니다.
닭 뼈다귀의 연유를 알아볼까요? 이곳은 비자나무가 집단으로 모여 살다보니 생존경쟁이 어떤 곳보다 심합니다. 비자나무는 그늘에 버틸 힘이 강할 뿐 햇빛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그만 공간만 생기면 서로 가지를 내밀어 먼저 자리 차지를 해야겠지요. 이러다보니 시간이 좀 지나면 경쟁에 져 그늘에 묻히는 가지들도 생깁니다.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어미나무는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가지를 떨어 트려 버립니다.
이곳 숲 안은 공중습도가 아주 높아 버려진 비자나무 가지들은 땅에 떨어지자마자 바로 썩기 시작합니다.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껍질이 먼저 썩고 가지 고갱이만 남게 되겠죠?. 고갱이는 대체로 손가락만한 길이에 표면은 약간 갈색으로 변합니다. 비자나무의 어린가지는 주로 돌려나기를 하므로 가지가 붙은 부근인 양쪽 끝은, 조금 울퉁불퉁하고 굵어질 뿐만 아니라 이 부분에서 쉽게 분질러집니다. 결국 삼계탕을 먹고 쌓아놓은 진짜 닭 뼈의 모습을 그대로 속 빼 닮은 ‘비자 닭 뼈다귀’를 만날 수 있습니다.
@ 비자나무 사랑나무(연리목)
두 나무가 서로 맞닿아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하며 줄기가 연결되면 연리목, 가지가 연결되었으면 연리지라고 합니다. 이 비자나무 연리목은 두 나무가 가까이 자라다가 지름이 굵어지면서 맞닿게 되고 서로 움직일 수 없으니 둘이 합쳐 하나가 되었죠. 연리가 되는 과정을 조금 자세히 알아볼까요. 이웃한 두 나무는 차츰 굵어져 서로 맞닿게 되면 해마다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므로 서로를 심하게 압박합니다. 우선 맞닿은 부분의 껍질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여 파괴되고 맨살끼리 맞부딪치겠지요. 먼저 굵기 자람을 담당하는 ‘부름켜’가 서로 가진 물질을 서로 주고받고, 이어서 양분을 공급하는 방사조직을 서로 섞어버립니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세포들은 맞닿는 선을 따라 차근차근 서로의 세포벽을 잇는 공사를 진행해 나가죠. 이렇게 생물학적 결합이 끝나 공동으로 살아갈 한 몸으로 완성되면서 연리의 대장정은 막을 내립니다. 이런 나무를 잘라보면 마치 쌍가마처럼 한꺼번에 두 개의 나이테 두름이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연리목은 만들어지는 과정이 마치 부부가 만나 한 몸이 되는 과정과 아주 닮았습니다. 사랑나무라고도 하며 남녀 간의 변치 않는 사랑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 비자나무에 영원한 사랑을 빌어 보세요.
@ 줄기에서 뿌리 내리기
뿌리는 땅속에서 양분과 수분을 흡수하여 줄기를 통하여 잎으로 올려 보내는 일을 합니다. 오래되면 굵고 튼튼해져 나무가 바람에 넘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게 해줍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맡은바 책임을 다하는 중요한 기관이죠. 뿌리는 땅속에서 태어나 평생 단 한 번도 햇빛을 보지 못하고 일생을 마감합니다. 그런데 이곳 비자나무 숲에는 정말 희한하게도 땅위의 줄기에서 태어나는 뿌리가 있습니다. 땅위 1~2m, 때로는 그 보다 더 높은 줄기에서 뿌리가 나와 땅으로 향합니다. 공기뿌리의 일종으로 봅니다만 땅에 닿은 순간 잔뿌리를 뻗어 땅속에서 자란 다른 뿌리와 꼭 같은 기능을 수행한답니다.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에서는 가끔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곳 비자나무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뿌리가 생길까요? 줄기 뿌리가 자라고 있는 나무를 잘 보세요. 썩은 부분에서 돋아남을 알 수 있겠지요. 나무의 몸체가 비상사태라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입니다. 뿌리를 보완해 주지 않으면 죽게 생겼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평소 몸속에 비상용으로 숨기기 있던 눈(芽)이 활동을 개시한 것이죠. 그런데 어떻게 위로 향하지 않고 아래에 땅이 있는 줄 알고 밑으로 내려갈까요?. 뿌리 눈은 중력과 같은 방향으로 자라고 줄기 눈은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자라기 때문이랍니다.
@ 벼락 맞은 비자나무
벼락은 습기가 많은 여름날 구름에서 땅으로 방전이 되는 현상이죠. 전기의 흐름은 가늘고 긴 물체를 좋아하며 특히 물은 전기가 잘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전기구름(積亂雲)이 만들어져 안에 잔뜩 들어 있던 전기는 땅으로 벼락 칠 궁리에 여념이 없습니다. 나무는 자연계에서 벼락의 통로로서 안성맞춤이지요. 하늘 높이 솟아있고 많은 수분을 가지고 있어서입니다. 벼락은 보통 4만∼5만 암페어의 위력을 가지며 수십만 암페어에 이르기도 해요. 온도 역시 태양표면의 5배에 해당하는 30,000°C에 이르기도 한다는 군요. 이런 위력으로 벼락이 나무를 타고 땅으로 내려치면 원칙적으로 살아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무가 아주 수분이 많고 재질이 골라 저항이 거의 없이 벼락이 순간적으로 통과한다면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이 비자나무는 약 백여 년 전인 20세기 초에 벼락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전기는 수분이 많고 가지가 적어서 매끈한 반대쪽을 순간적으로 통과해 버리고, 썩고 옹이가 많아 재질이 고르지 않은 앞쪽은 전기 통과를 방해 받으면서 강한 전기저항으로 불에 타 버렸죠. 용케 뒤쪽으로 불이 번지지 않아 나무는 반쪽 살이지만 생명을 이어 갈 수 있어서 오늘 여러분들 앞에 설 수 있게 되었답니다.
벼락을 맞고 불까지 나면서도 살아남은 비자나무를 사람들은 신성하게 생각하여 귀하게 여겨 왔다는 군요. 특히 피부병 환자가 이 나무에 살갗을 문지르거나 만지면 종기나 부스럼 같은 피부병이 없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비자나무 우물
옛날 비자나무 숲 지킴이 산감(山監)이 이곳에 살면서 먹는 물로 이용하던 우물터입니다. 물이 귀한 제주도이만 이곳만은 수많은 비자나무들의 뿌리가 물을 머금고 있다가 조금씩 흘려보낸 탓에 항상 맑은 물이 고여 있던 곳입니다. 땅 밑에는 비자나무 잔뿌리가 정수기 필터처럼 물을 걸러 주었던 덕분이겠지요.
신비의 비자나무 정기를 물속에 그대로 녹여 낸 약수를 한 모금 마시고 숲을 한 바퀴씩 돌았을 옛 산감들을 되돌아보면서,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하신다면 건강과 함께 비자나무 숲의 귀한 피톤치드까지 같이 가져가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새천년 비자나무
이 비자나무는 서기 2000년1월1일, 새로 맞이한 즈문해(밀레니엄)를 기념하여 ‘새천년 비자나무’로 지정한 나무입니다. 고려명종 20년(1189)에 태어났으니 나이는 8백 살이 넘었으며 키는 14m, 굵기는 거의 네 아름에 이릅니다. 1만여 그루에 이르는 비자나무 중에는 가장 굵고 웅장하며 기나긴 세월동안 이곳 비자나무 숲을 무사히 지켜온 터줏대감입니다.
이제 숲의 신목(神木)으로서 숭고함 뿐만이 아니라 희망과 번영을 구가하는 새천년의 상징나무이기도 합니다. 특별자치도로 새롭게 도약하는 제주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기원함은 물론 나무를 참배하는 사람사람 모두에게 건강과 행운과 소원을 이루게 할 것입니다.
5. 비자나무 숲의 식구들
개나리 - Korean forsythia 물푸레나무과
봄날이 짙어 가면 개나리에서 시작되는 노랑 빛의 느낌은 새 생명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다가 옵니다. 봄 알림이로서 가장 널리 알려진 꽃이 바로 개나리죠. 나리꽃과 닮았지만 크기도 작고 맵시도 나리보다는 못하다고 개나리가 되었다는 군요. 한꺼번에 모여서 포기를 이루어 자라기를 좋아하며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특성을 가집니다.
고추나무 -Bladdernut 고추나무과 (제주명 : 고추낭)
먹는 고추의 하얀 꽃과 잎 모양이 영락없이 고추를 닮아서 고추나무가 되었죠.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고추나물과 고추냉이란 풀도 있으니 진짜 고추와 조금 헷갈린답니다. 자그마한 나무이며 열매는 옛 무사들이 들고 다니던 방패의 축소 모형 같아 귀엽고 앙증맞습니다. 우리 산에서 흔히 만나는 토종나무죠.
곰솔 - Black pine 소나무과
토종 소나무의 한 종류로서 내염성이 강해 짠물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바닷가 모래사장에도 너끈히 자랍니다. 처음 줄기가 검다고 검솔로 부르다가 곰솔이 되었다는 군요. 바닷가에 잘 자란다고 해송(海松)이라고도 부릅니다. 소나무와 가장 가까운 형제나무이나 곰솔은 검은 껍질과 억센 잎사귀, 새순이 회색인 점이 다르죠.
곰의말채 - Korean dogwood 층층나무과 (제주명 : 몰말께낭)
가늘고 낭창낭창한 나뭇가지가 서로 마주보기로 붙어 있는 나무입니다. 옛 사람들은 가지를 꺾어 흔히 말채찍으로 썼다는 군요. 나이를 먹은 나무줄기는 껍질이 진한 흑갈색의 모자이크 조각처럼 깊게 그물모양으로 갈라지는 것이 특징이에요. 말채나무는 잎맥이 4~5쌍이고 곰의말채는 6~9쌍이 다른 점일 뿐, 둘은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구실잣밤나무 -Sieboldii chinquapin 참나무과 (제주명 : 제밤낭)
난대지방에서 흔히 자라는 늘푸른잎 큰 나무입니다. 밤나무와는 가까운 친척이죠. 작고 갸름한 밤 모양 열매가 달리는데, 제법 달큼한 맛이 들어있어요. 그래서 잡(雜)밤나무가 잣밤나무로 되었고 구실이란 접두어는 열매가 구슬모양이란 뜻으로 짐작합니다. 나무가 단단하여 기둥에서 각종 기구를 만드는데 까지 널리 쓰입니다. 비슷한 나무에 모밀잣밤나무도 있습니다.
꾸지뽕나무 - Silkworm thorn 뽕나무과 (제주명 : 큿가시낭, 키가시낭
목질이 단단하다고 ‘굳은(이) 뽕나무’로 부르다가 꾸지뽕나무가 되었다는 군요. 어릴 때는 험상궂은 가시를 내밀며 3갈래로 얕게 갈라진 잎과 달걀모양 잎이 섞여 달리죠. 같은 나무에 두 가지 모양의 잎이 달리는 셈이죠. 옛날 활 만드는 데 이용되었고 노란 색소를 가지고 있어서 염색제로 쓸 수도 있다는 군요.
남오미자 - Scarlet kadsura 오미자나무과 (제주명 : 푸슴줄, 푸승줄)
덩굴나무로서 손가락 굵기에 이르기도 합니다. 열매는 강한 신맛을 비롯하여 단맛, 쓴맛, 떫은맛, 매운맛의 다섯 가지 맛이 나죠.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만큼 널리 알려진 오미자와 쓰임이 거의 같고 생김새도 오미자와 비슷합니다. 늘 푸른 잎을 달고 있으며 제주도 등 남쪽 섬에 주로 자란다고 하여 남오미자라고 합니다.
누리장나무 - Harlequin glory bower 마편초과 낙엽관목 (제주명 : 개똥낭)
잎 가까이 코를 대고 숨을 들이쉬어 보세요. 상큼한 풀 냄새가 아니라 약간 역겨운 누린내가 나죠?. 그래서 누리장나무란 이름을 얻었다는 군요. 여름에 무리지어 피는 하얀 꽃이 아름답고, 가을에는 특별한 모양의 열매가 달립니다. 콩알 굵기의 진한 푸른색 열매가 붉은빛의 꽃받침위에 살짝 올라앉은 모습은 마치 값비싼 보석반지를 보고 있는 듯하죠.
느티나무 - Zelkova tree 느릅나무과(제주명 : 굴무기낭)
시골 마을 앞 정자나무의 거의 대부분은 느티나무입니다. 오래살고 가지를 많이 뻗어 쉼터를 충분히 마련해 주기 때문이죠. 느티나무는 이런 쉼터 역할로 만족하지 않아요. 나무 몸체는 결이 곱고 황갈색의 색깔에 약간 윤이 나며 썩거나 벌레가 먹는 일이 적은데다 무늬도 아름답습니다. 갈라지거나 비틀림도 적고 마찰이나 충격에 강하며 단단하기까지 하여 나무가 갖추어야 할 모든 장점을 다 가지고 있어서 '나무의 황제'라고 말할 수 있답니다.
단풍나무 - Maple 단풍나무과 (제주명 : 단풍낭)
가을밤 기온이 떨어지면 ‘안토시아닌’이란 색소가 잎에 쌓이면서 붉게 물들게 됩니다. 단풍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몸체는 옛날엔 가마, 소반 등에 이용됐고 요즈음은 테니스 라켓, 볼링 핀으로 쓰이며 체육관의 바닥재로는 최고급품으로 친답니다. 열매에는 씨가 멀리 날아갈 수 있게 날개를 달아 두었습니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는 단풍나무 날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군요.
덧나무 - Korean elder 인동과(제주명 : 덧낭)
숲 가장자리의 양지바른 곳에 잘 자라는 제주도 특산의 작은 나무입니다. 하얀 꽃이 무더기로 피고 가을에는 팥알만 한 빨간 열매가 무리로 달리므로 무척 아름답습니다. 줄기를 잘라보면 가운데의 연한 고갱이가 대부분이고 목질은 조금뿐입니다. 접골목이라고도 하는데, 옛 사람들은 골절되었을 때 이 나무를 이용하기도 했다는 군요.
돈나무 - Japanese pittosporum 돈나무과(제주명 : 똥낭, 똥나무)
돈이 주렁주렁 달리는 나무로 상상하셨나요?. 실망스럽게도 제주에서 부르던 똥낭(똥나무)이 변하여 돈나무가 되었죠. 가을에 익는 동그란 열매는 셋으로 갈라지고 안에는 끈끈이로 둘러싸인 씨앗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많은 곤충이 찾아오면 지저분해 지고 나중에는 냄새까지 풍긴답니다. 하지만 동그스름한 늘 푸른 잎이 예쁘고, 잘라도 가지를 잘 뻗으므로 정원수로 널리 심습니다.
동백나무 - Common camellia 동백나무과(제주명 : 동백낭)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진한 붉은 꽃은 정열적인 사랑을 상징하며 ‘동백아가씨’나 춘희(椿姬)처럼 비극의 여인으로 자주 등장하기도 합니다. 겨울에 꽃을 피우므로 동백(冬栢)나무랍니다. 열매는 기름을 짜 옛 여인들의 머릿기름으로 널리 쓰였어요.
등수국 - Climbing hydrangea 범의귀과
등나무처럼 덩굴로 자라고 꽃은 수국과 닮았다고 등수국입니다. 큰 나무 줄기나 바위에 공기뿌리를 붙여가면서 10m가 넘게 길게 자라죠. 꽃은 손톱크기의 작은 흰 꽃이 가운데 모여피고 가장자리에는 동전크기의 커다란 또 다른 꽃이 둘러싸죠. 사실 바깥 꽃은 꽃받침 조각만 있는 가짜 꽃일 뿐입니다.
때죽나무 - Korean snow-bell 때죽나무과 (제주명 : 종낭, 족낭)
작은 종모양의 앙증맞은 하얀 꽃이 온통 나무를 뒤덮어 버릴 만큼 많이 피는 흔한 우리 산의 나무입니다. 옛날 제주도에서는 때죽나무 가지를 엮어서 빗물을 받아 모았다는 군요. 신기하게도 이렇게 받은 물은 좀처럼 변질되지 않았다는 군요. 열매나 잎에는 마취성분이 들어 있어서, 찧어서 풀어 놓으면 물고기가 잠시 기절한답니다. 그릇에다 그냥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고 하네요.
마삭줄 - Chinese ivy 협죽도과 (제주명 : 마삭쿨)
줄처럼 길게 늘어져 자라는 늘푸른잎덩굴나무랍니다. 삼으로 꼰 밧줄을 뜻하는 마삭(麻索)에서 이름이 나왔죠. 그러나 그렇게 튼튼한 덩굴은 아니예요. 동전보다 약간 큰 꽃은 하얗게 피었다가 차츰 노랗게 변하는데, 영락없는 바람개비 모양입니다. 열매는 가늘고 긴 콩꼬투리처럼 생겼답니다. 줄기와 잎은 열을 내리게 하고 진통효과가 있다고 하여 한약으로 쓰입니다.
말오줌때 - 고추나무과(제주명 : 말오줌낭)
하필이면 말오줌때일까요?. 나무를 분지르면 말 오줌 냄새가 나서 생긴 이름이라고도 하고 열매가 말 오줌보를 닮은 탓이라고도 해요. 평범한 작은 나무지만 초가을, 맑고 투명한 붉은 열매가 온통 나무를 뒤덮어버릴 때는 눈에 잘 띕니다. 열매가 벌어지면 안에는 까맣고 반질반질한 구슬 같은 씨앗이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는 모습은 매력 만점이죠.
머귀나무 - Ailanthoides fagara 운향과 (제주명 : 머구낭, 머기낭)
육지에서 흔히 만나는 산초나무와 친형제나 다름없는 가까운 사이입니다. 그래서 꽃, 열매, 가시까지 그대로 닮았죠. 육지에서는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오동나무 지팡이를 짚었지만, 제주에서는 머귀나무를 썼답니다. 머귀나무의 가시는 흔히 끝이 뭉그러져 있는데, 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라는 군요.
멀꿀 - Oriental staunton vine 으름덩굴과(제주명 : 멍줄)
제주를 비롯한 난대지방에서만 자라는 늘푸른잎덩굴나무입니다. 3~4송이씩 모여 피는 흰 꽃이 지고 나면 생김새나 크기가 달걀만한 열매가 달립니다. 빨갛게 익은 열매는 먹을 수 있고 맛은 바나나와 비슷하답니다. 육지의 으름덩굴과는 4촌쯤 되는 가까운 친척이죠. 다만 으름열매는 익으면 벌어지지만 멀꿀은 벌어지지 않아요.
무환자나무 - Soapberry tree 무환자나무과
환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환상의 나무죠. 옛날 중국에는 앞날을 기막히게 잘 알아맞히는 이름난 무당이 있었는데, 무환자(無患子)나무 가지로 귀신을 때려 죽였답니다. 그래서 병을 불러오는 나쁜 귀신들은 이 나무를 보면 도망을 갔다는군요. 열매껍질은 사포닌 성분이 있어서 머리를 감을 때 비누 대신 쓸 수 있으며, 새까만 씨앗은 아주 단단하여 염주를 만들기도 합니다.
박쥐나무 - Korean alangium 박쥐나무과
잎맥 뻗음이 마치 펼쳐진 박쥐날개의 실핏줄 같다하여 박쥐나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숲속의 큰 나무 밑에서 잠깐씩 들어오는 햇빛으로 겨우 살아갑니다. 꽃 모양도 독특하여 손가락 두 마디 길이나 됨직한 가늘고 기다란 연노랑의 꽃잎이 도르르 말려 뒤로 젖혀집니다. 속의 노랑 꽃술을 다소곳이 내밀고 있어서 어쩐지 가련해 보이기도 하는 나무예요.
백량금 - Coral ardisia 자금우과
백량금(百兩金)이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뜻하죠?. 그러나 중국이름을 그대로 따왔을 뿐 돈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숲속에서 햇빛을 거의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며 키가 1m도 안 되는 늘푸른잎 작은 나무입니다. 초가을에 콩알 크기의 빨간 열매가 맺기 시작하여 이듬 해 다시 꽃이 필 때까지 그대로 매달려 있죠.
비목 - Korean spice bush 녹나무과(제주명 : 베염푸기)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되어 맺혔네...’
우리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가곡 비목(碑木)의 바로 그 나무로 알기 쉽죠. 발음이 같은 뿐 관련이 있는 나무는 아닙니다. 늦봄에 연노랑 꽃이 피고 나면 초가을에 작은 콩알 굵기의 빨강열매가 달리고 제주에서는 나무껍질이 꼭 뱀 껍질 같아 베염푸기라고도 한다는 군요.
비자나무 - Torreya 주목과(제주명 : 비자낭, 비조낭)
늘 푸른 바늘잎나무로서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에서만 자라는 귀한 나무입니다. 잎 뻗음이 非자를 닮았으므로 비자(榧子)란 이름이 생겼다고도 합니다. 암나무와 수나무가 따로 있으며 열매는 속에 땅콩처럼 생긴 단단한 씨앗이 들어 있죠. 옛날에는 이 씨앗으로 몸 안의 기생충을 없애고 기름을 짜기도 했답니다. 목재 최고급 바둑판재로 유명합니다.
생달나무 - Japanese cinnamon tree 녹나무과
제주도와 남해안의 따뜻한 지방에서만 자라는 늘푸른잎 큰 나무입니다. 유명한 녹나무와는 형제나무로서 어린 가지를 잘라보면 계피 비슷한 향기가 난답니다. 아름드리로 자라므로 건축재나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드는 나무로 쓰며, 껍질과 잎은 목욕탕의 향료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열매는 까맣게 익으며 식용기름을 짜기도 합니다.
산딸나무 - Korean dogwood 층층나무과(제주명 : 산탈낭)
익은 열매의 모습이 우리가 먹는 딸기와 너무 닮았고 산 속의 나무에 달리므로 산딸나무라고 부른답니다. 진짜 딸기보다는 맛이 조금 못하지만 먹을 수도 있어요. 주로 깊은 산속에 자라며 5월말쯤 꽃잎처럼 생긴 4개의 하얀 총포(總苞)가 十자 모양을 만들어 꽃을 피우므로 멀리서도 금방 알아낼 수 있어요. 산딸기나무는 산딸나무와 전혀 다른 나무이니 서로 혼동하지 마세요.
상산 - Japanese orixa 운항과
여러 줄기로 갈라져 자라며 낙엽 지는 자그마한 나무입니다. 비자림에 자생하는 제비나비 애벌레의 중요한 먹이가 되며, 새순이 돋아날 때는 더덕냄새 비슷한 향기가 난다고 합니다. 약용식물로 널리 알려져 있고 특히 취산양(臭山羊)이라 부르는 뿌리는 감기나 이질 등에 효과가 있다는 군요. 옛날에는 잎과 줄기를 삶아 화장실의 구충제로도 쓰인 귀중한 자원식물이었습니다.
송악 - Evergreen ivy 두릅나무과(제주명: 소왁낭)
제주도에서 남해안에 걸쳐 따뜻한 지방에 주로 자라는 늘푸른잎덩굴나무입니다. 큰 나무의 줄기나 바위에다 부착근(附着根)붙여 위로 자라 올라갑니다. 등나무와 같이 용트림으로 목을 조아 붙이듯 상대를 압박하지는 않아요. 같아 살아가는 미덕을 아는 나무라고 할 수 있죠. 그늘에도 잘 자라므로 집안에 흔히 키우기도 해요. 소가 송악의 잎을 잘 먹기 때문에 제주도 이름은 소왁낭이라는 군요.
아왜나무 - Japanese coral tree 인동과(제주명 : 아왜낭)
산불에 잘 타지 않은 방화수(防火樹)로 알려진 나무입니다. 두꺼운 늘푸른잎이 불을 막아주고 나무 몸체가 탈 때는 나무속의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보글보글 거품을 만들어 놓는다는군요. 마치 거품소화기처럼 표면을 덮어서 차단막을 만드는 셈이니 불에 잘 타지 않을 수밖에 없겠죠. 초가을부터 나무를 뒤덮다시피 달리는 빨간 열매도 감상할 겸 흔히 정원수로 심습니다.
아까시나무 - Black locust 콩과
19세기 말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온 수입 나무입니다. 공중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이 있어서 척박한 땅에도 잘 자라므로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헐벗은 산에 널리 심었답니다. 꽃은 질 좋은 아카시아 꿀을 생산하며, 나무는 단단하고 황갈색의 아름다운 빛깔을 나타내어 요긴하게 쓸 수 있습니다. 열대지방에 ‘아카시아’란 다른 나무가 있으므로 아까시나무라고 해야 맞는 이름입니다.
예덕나무 - Mallotus 대극과 (제주명 : 뽁닥낭)
남쪽 지방 어디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낙엽나무입니다. 나뭇잎이 거의 손바닥만 하고 모습이 오동잎을 닮아 옛 이름은 ‘野桐’이라 했답니다. 어린 나뭇잎은 향기가 좋아 밥이나 떡을 싸먹기도 했다는 군요. 초여름이면 녹황색의 작은 꽃방망이처럼 곧추서서 피는 모습이 푸른 바다와 잘 어울리죠. 나무의 속껍질은 위장을 튼튼히 하는 약으로 쓴답니다.
윤노리나무 : Photinia tree 장미과(제주명 : 윷놀이낭)
산자락에서 가끔 만나는 자그마한 낙엽나무입니다. 우산모양으로 피는 하얀 꽃과 콩알 크기의 빨간 열매가 눈에 가끔 눈에 띄는 평범한 나무죠. 하지만 나무 자체는 특별한 쓰임이 있었답니다. 전통 윷놀이를 할 때 쓰는 윷가락을 만들던 나무라는군요. 송아지는 어른소가 되기 전 윤노리나무 가지로 코뚜레를 해야만 했답니다.
올벚나무 - Higan cherry 장미과(제주명 : 사옥이낭)
화사한 봄날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주는 꽃나무는 역시 벚나무 종류들입니다. 가로수로 심은 것은 거의 대부분 왕벚나무이고 산에는 산벚나무로 뒤덮입니다. 올벚나무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산벚나무 사이에 흔히 섞여 자라는 우리 나무랍니다. 올벚나무는 다른 벚나무보다 꽃이 조금 먼저 피고 꽃씨방이 마치 항아리처럼 생긴 것이 특징이랍니다.
으름덩굴 - Five leaf akebia 으름덩굴과(제주명 : 유름, 졸갱이줄)
나무덩굴에 달리는 짧은 소시지처럼 생긴 열매는 익으면 세로로 갈라지는데, 속에 든 새하얀 속살의 달큼함과 씹히는 씨앗의 감칠맛이 일품입니다. 오늘날의 과일과 비교한다면 토종 바나나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바나나와 비슷한 맛이 나요. 열매는 연복자(燕覆子), 뿌리껍질을 벗긴 것은 목통(木通)이라 하여 모두 약으로 귀하게 쓰입니다.
우묵사스레피 - Emarginata eurya 동백나무과
난대지방에서 자주 만나는 작은 나무에 사스레피나무가 있어요. 이 나무와 비슷하면서 잎 끝이 凹형으로 우묵하게 들어갔다 하여 우묵사스레피가 되었다는 군요. 늘푸른잎 작은 나무로서 연노랑 손톱크기의 작은 꽃이 잎겨드랑이에 줄줄이 피고 향기가 있답니다. 늦가을 작은 콩알 굵기의 까만 열매를 매단 채 겨울을 넘기며 도톰한 잎사귀와 잘 어울립니다.
자금우 - Japanese ardisia 자금우과
상록수 숲 속은 햇빛이라고는 평생 구경 못할 만큼 대낮에도 어두컴컴합니다. 이런 곳에 키가 한 뼘 남짓한 가냘픈 늘푸른잎나무가 자랍니다. 자금우(紫金牛)란 엄청난 이름,‘아름다운 빛을 내는 소’란 뜻이겠죠?. 약제로 쓰이는 중국이름을 그대로 따온 것이랍니다. 초록을 바탕으로 잎 사이사이에 콩알 굵기의 빨간 열매를 다음해까지 달고 있답니다.
작살나무 - Korean mulberry 마편초과
숲의 가장자리에 자라는 낙엽 지는 작은 나무입니다. 가지 뻗음이 비스듬하게 마주보기로 붙어서 고기잡이에 쓰는 작살을 연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작살나무란 조금 섬직한 이름이 붙었지만, 가을이면 수수 굵기의 귀여운 보라구슬을 송골송골 매달아 맑은 우리의 가을 하늘과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한자 이름은 보랏빛 구슬이란 뜻으로 자주(紫珠)라고 한답니다.
자귀나무 - Silk tree 콩과 (제주명 : 자귀낭)
수많은 작은 잎사귀가 마주 보고 있다가 밤이면 잎이 서로 닫히는데, 짝수라서 외톨이 잎이 없으므로 부부의 잠자리를 상징하는 합환수(合歡樹)라고 해요. 화장 붓 모양의 아름다운 분홍 빛 꽃이 특징이랍니다.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겨울바람 불 때면 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러워 여설수(女舌樹)란 이름도 가지고 있어요. 제주에서는 꽃이 너무 화려하고 벌레가 많이 꼬이는데다 귀신나무란 별명 때문에 집안에는 심지 않는다는 군요.
줄사철나무 - Creeping euonmus 노박덩굴과
이름으로 나무의 생김새를 거의 알 수 있으시겠지요. 사철나무인데, 곧추서지 않고 줄로 자란다는 뜻입니다. 큰 나무의 줄기에 공기뿌리를 내려 기어 올라가거나 바위를 덮어 가면서 자랍니다. 그늘진 숲 속의 음지에도 잘 버티며 사철나무보다는 따뜻한 곳을 더 좋아합니다. 전북 마이산이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선이예요.
쥐똥나무 - Border privet 물푸레나무과
익은 열매의 모습이나 크기가 쥐의 배설물과 비슷하다고 붙인 이름입니다. 하필이면 사람들이 싫어하는 쥐똥이냐고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도 있죠. 북한에서는 검정알나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 두었답니다. 낙엽 지는 작은 나무이고 가지 뻗음이 왕성하여 아무리 잘라내어도 계속 잘 자라 줍니다. 그래서 생 울타리 나무로 자주 만날 수 있죠.
참식나무 - Neolitsea 녹나무과(제주명 : 신낭, 식낭)
제주도와 남쪽 섬에 주로 자라는 늘푸른잎 큰 나무입니다. 식나무란 작은 나무가 있는데, 진짜 식나무란 뜻으로 참식나무가 된 것 같습니다. 잎사귀가 처음 돋아 날 때 마치 포인터 개의 귀처럼 보드랍고 아래로 늘어지는 모습이 특별합니다. 열매는 작은 포도송이 모양에 빨갛게 익어서 관상수로 인기가 있답니다.
천선과나무 - Korean fig 뽕나무과(제주명 : 빈독낭, 빈둑낭)
하늘의 신선이 먹는 과일이란 뜻으로 천선과(天仙果)입니다. 주머니 안에서 꽃이 피어 꽃을 볼 수 없이 열매가 맺는 것은 무화과와 마찬가지입니다. 크기가 조금 작고 맛도 무화과 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우리 땅에 자라던 토종 무화과죠. 가야 고분에서 천선과 씨앗이 나온 것으로 보아 아주 옛날부터 먹는 과일로 사랑을 받아온 것 같습니다. 남쪽 섬과 남해안 지방에 만 자라는 낙엽나무입니다.
팽나무 - Chinese hackberry 느릅나무과(제주명 : 폭낭, 퐁낭)
오래 살고 아름드리로 크게 자라며 가지를 많이 뻗어 무성한 잎을 펼치는 낙엽나무입니다. 소금바람에 강하므로 갯마을의 당산나무로 흔히 만날 수 있죠. 설익은 열매는 팽총의 총알이 되어 ‘팽’ 하고 날아간다고 하여 팽나무란 이름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주 이름 폭낭은 폭나무를 말하며 팽나무의 한 종류로서 같이 합쳐서 팽나무라 부르기도 합니다.
푸조나무 - Oriental elm 느릅나무과(제주명 : 검북낭)
두세 아름을 훌쩍 넘기는 큰 나무로 자랍니다. 제주도에서 남해안까지 주로 따뜻한 지방의 바닷가에서 팽나무와 함께 만날 수 있어요. 모양도 비슷하여 개팽나무라고도 부른답니다. 팽나무 보다 열매가 더 굵고 까맣게 익습니다. 오래된 푸조나무는 흔히 판자모양의 뿌리란 뜻의 판근(板根)이 발달하여, 마치 가로수에 버팀목과 같은 기능을 해주기도 합니다.
합다리나무 - Oldhams meliosma 나도밤나무과(제주명 : 합순낭, 박다리꽃)
학의 다리처럼 긴 줄기를 가졌으므로 학다리로 부르다가 합다리나무란 이름이 생겼습니다. 나무는 회백색의 껍질에 별로 굵지 않고 키만 껑충 커 보여서 얼핏 보아 학의 다리를 연상시킨답니다. 남부지방의 숲속에 자라는 낙엽나무이고 하나의 잎 대궁에 작은 잎을 여럿 달고 있습니다. 여름에 자그마한 흰 꽃이 피었다가 가을에 붉은 열매가 달리며 새순은 나물로 먹기도 한답니다.
황벽나무 - Amur corktree 운향과
황벽나무란 이름은 줄기의 바깥껍질을 벗겨내면 샛노란 속껍질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벨베린(berberine)이란 물질이 들어 있어서 방부제나 의약품 및 노랑염색에도 널리 쓰였다는군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도 황벽나무 즙으로 마무리를 하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보존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후박나무 - Machilus 녹나무과(제주명 : 누룩낭)
우리나라 남쪽 섬 지방의 난대림을 대표하는 늘푸른잎 큰 나무입니다. 커다랗고 두꺼운 긴 타원형의 잎에 껍질마저 매끄러워 너그럽고 편안한 인상을 주지요. 그래서 인정이 두텁고 거짓이 없다는 뜻의 후박(厚朴)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나무도 재질이 좋아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일부를 이 나무로 만들었답니다. 까만 열매는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의 먹이가 된다는 군요.
후추등 - Oriental pepper 후추과
열매는 후추와 모양이나 맛이 비슷하고, 나무의 자람 모습은 등나무와 같이 덩굴로 뻗어나간다고 후추등이라 합니다. 늘푸른잎 덩굴나무로서 다른 나무나 바위에 붙어서 자랍니다. 잎은 목욕탕에 넣으면 향기가 좋다는 군요. 소금바람에도 잘 버티고 그늘진 곳에도 잘 자라므로 바닷가의 땅을 덮은 조경 식물로 심기에 적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