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자연문화재 나무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박상진
전라북도는 한반도의 남서부 서해 바다를 면하고 있다. 이런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남해안과 섬지방에 자라는 난대식물과 내륙지방의 온대식물이 경계를 이루는 중요한 곳이다. 다양한 식물이 자라며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일부 난대식물이 자랄 수 있는 최북단지역이 유난히 많다는 것이다. 굴거리나무, 꽝꽝나무, 비자나무, 송악, 호랑가시나무, 후박나무는 전북이 자생북한지대(自生北限地帶)이다. 아울러서 한반도에만 자라는 희귀식물 미선나무도 원래 자생지인 충북을 제외하면 전북이 유일하다.
이 강의에서는 순수 식물학적인 내용이 아니라 문화재와 관련된 역사문화가 얽힌 나무이야기를 주로 다루고자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건축물이나 탑 등의 일반 문화재와 함께 고목나무와 오래된 숲 등도 ‘자연문화재’로서 중요한 값어치가 있다. 전북에는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천연기념물 26건과 도에서 지정한 전북기념물 13건이 자연문화재로서 보호 받고 있다. 수종으로는 가침박달, 감나무, 곰솔, 굴거리나무, 꽝꽝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동백나무, 멀구슬나무, 모과나무, 미선나무, 반송, 산개나리, 소나무, 송악, 왕버들, 은행나무, 이팝나무, 전나무, 주목, 줄사철나무, 청실배나무, 탱자나무, 팽나무, 호랑가시나무 등 26종에 이른다. 또 멀구슬나무, 송악, 왕버들, 전나무, 팽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가 전북에 있다.
Ⅰ. 전북의 천연기념물 및 도기념물 나무
01. 굴거리나무
내장사 일대는 일반인들에게는 단풍으로 널리 알려져 있을 뿐이지만 식물분포학적으로는 너무나 귀중한 곳이다. 굴거리나무가 자랄 수 있는 최 북단지역, 흔히 자생북한지대(自生北限地帶)라는 곳이다. 추위를 이길 수 있는 한계지역, 이 보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버틸 수 없다는 뜻이다. 천연기념물 91호로 지정된 굴거리나무는 금산사 왼편의 금선계곡 입구 경사면에 집중적으로 자란다. 이곳이외에도 오른 편의 원적계곡에도 있으며, 산 넘어 백양사 계곡까지 널리 퍼져있다. 여름날은 다른 나무에 섞여 잘 만날 수 없지만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날, 벌거벗어버린 낙엽수 사이에서 늘 푸른 커다란 잎을 가진 굴거리나무는 비로소 우리들 눈에 들어온다. 굴거리나무는 원래 남해안에서 섬 지방을 거쳐 제주도에 이르는 따스한 지방을 좋아하는 넓은 잎 상록수나무다. 아름드리가 되는 큰 나무는 아니지만 높이 10여m, 지름은 10~30cm까지에 이른다.
02. 곰솔
곰솔의 다른 이름은‘해송(海松)’이다. 자라는 곳이 바닷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식물들이 감히 살아갈 엄두도 못내는 모래사장이나 바닷물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곳에서도 지평선이 아련한 바다의 풍광을 즐기면서 거뜬히 삶을 이어간다. 파도가 포말(泡沫)이 되어 날아다니는 소금 물방울을 뒤집어쓰고도 사시사철 푸름을 잃지 않은 강인함은 곰솔이 아니면 다른 나무는 감히 넘볼 수도 없다. 수십 그루가 모여 자라면서 억센 바닷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주고 농작물이 말라 버리는 것을 막아준다. 그래서 바닷가에 떼 지어 자라는 소나무는 틀림없이 곰솔이다. 흑갈색 껍질을 가지므로 한자 이름을‘흑송(黑松)’이라 하다가‘검솔’을 거쳐‘곰솔’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라는 곳으로 보아서는 내륙에서도 흔히 자라므로, 해송이라는 이름보다는 곰솔이 더 적합하다. 전북 지역에는 천연기념물 355호 전주 삼천동 곰솔이 겨우 생명만 이어가고 있으며 188호 익산 신작리의 아름다운 곰솔은 벼락을 맞아 죽어 버렸다.
03. 꽝꽝나무
꽝꽝나무는 남해안 및 섬 지방의 따뜻한 곳에서 바닷바람을 벗 삼아 살기를 좋아하는 자그마한 늘푸른나무다.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부터 제주도를 지나 일본 남부에 걸쳐 자란다. 키가 2~3미터짜리를 흔히 만날 수 있고, 아주 크면 5미터가 넘기도 한다. 얼핏 보면 회양목과 너무 닮아서 일본 사람들은 개회양목, 중국 사람들은 동청(冬靑)이라 부른다. 잎은 갸름하며 손톱 크기보다 좀 크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는 경우가 많다. 톱니가 없고 잎 길이가 약간 짧은 회양목과 구분된다.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꽝꽝나무가 자람 터를 북쪽으로 넓혀오다가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무리를 이루어 멈춘 곳이 있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의 부안댐 상류다. ‘자생북한지(自生北限地)’라 하여 1962년 천연기념물 124호로 지정되어 보호 받고 있다. 지금은 기후 온난화의 광풍으로 훨씬 더 북쪽에 심어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자란다.
04. 느티나무
나지막한 동산을 뒤에 두르고 널찍한 들판을 내려다보는 곳, 시골 마을 어귀에 서 있는 아름드리 고목나무 한 그루는 서정적인 우리 농촌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당산나무나 정자나무로 불리는 이런 나무의 대부분은 느티나무가 차지한다. 산림청에서 조사한 보호수란 이름의 고목나무는 현재 약 1만3천 그루쯤 되고 그중에서 느티나무가 7천1백 그루로 다른 나무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따라서 고목나무라면 느티나무가 먼저 떠오른다. 아름드리 굵기에 이야깃거리가 얽혀 있는 느티나무라면 짧게는 조선왕조, 길게는 고려나 신라인과 삶을 같이 해온 역사 속의 나무다. 대표적인 이야기는 전북 임실 오수읍(獒樹邑)의 의견(義犬)이야기다. 천연기념물로는 제280호 김제 행촌리 느티나무, 제281호 남원 진기리 느티나무, 396호 장수 봉덕리 느티나무가 있으며 도기념물로서는 전북 제093호 금동 느티나무와 전북 제116호 여산동헌 느티나무가 있다. 내소사에는 나이가 1천년이라는 느티나무가 자란다.
05 단풍나무
너무나 유명한 내장산 단풍이외에 전북에는 국내 유일의 천연기념물 단풍나무 숲이 있다. 전북 고창과 전남 장성의 경계선에 있는 문수산(622m) 자락,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隱士里)일대의 463호 문수사 단풍나무 숲이다. 문수사 절 주변의 120,065㎡(36,320평)에 걸쳐 나이 100~400년 정도의 고목에서 갓난쟁이 어린나무까지 뒤섞여 숲 전체는 원시의 숲 마냥 신비로움이 깃들어 있다. 나무 크기는 둘레가 30~90cm, 높이는 10~15m 정도이다.
이곳 단풍의 절정은 11월 20일경으로 한반도에서 가장 늦고 조용하여 호젓하게 단풍을 감상하려면 여기가 제격이다.
06. 동백나무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에서 동백꽃을 새겨본다.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을/보러 갔더니/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막걸리 집 여자의/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관광객들로 선운사가 몸살을 앓기 이전, 선운사 입구는 풍천장어를 안주로 술 한 잔 걸치면 질펀한 남도 특유의 육자배기가 계곡에 울려 퍼지던 낭만이 있었다. 술에 취하고 여인에 취하여 비몽사몽간에 동백꽃을 보고 나오면 또다시 술과 여인이 기다렸다. 왜 절 주변에 진한 붉은 꽃의 동백나무가 많은가?. 먼저 동백나무, 아왜나무 등 잎이 두꺼운 상록활엽수는 불에 잘 타지 않아 불 번짐을 막는 방화수(防火樹)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서 동백 열매에서 기름을 짜 팔면 절의 재정에 도움이 되어서다.
07. 멀구슬나무
‘비 개인 방죽에 서늘한 기운 몰려오고/멀구슬나무 꽃바람 멎고 나니 해가 처음 길어지네/
보리이삭 밤사이 부쩍 자라서/들 언덕엔 초록빛이 무색해 졌네…’다산 정약용 선생이 1803년에 쓴〈농가의 늦봄(田家晩春)〉이란 시의 일부다. 초여름에 이를 즈음 다산이 귀양살이를 하던 강진을 비롯하여 남부지방에는, 나뭇가지 끝에 연한 보랏빛의 조그만 꽃들이 원뿔 모양의 꽃차례에 무더기로 핀다. 원래 멀구슬나무는 아열대의 따가운 햇살에 적당히 자기 몸을 달궈가면서 아름드리로 자라는 큰 나무다. 우리나라는 추위를 버틸 수 있는 한계 지역이다. 자람이 워낙 빨라 십여 년 남짓이면 지름이 한 뼘을 훌쩍 넘긴다. 멀구슬나무는 갈잎나무로서 아름드리로 자란다. 최근 천연기념물 503호로 지정된 고창군청 앞 약 200년 된 멀구슬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고목나무다.
08. 모과나무
모과의 은은한 향기는 늦가을의 정취를 한층 돋운다. 모과는 이렇게 향으로만 우리와 가까운 것은 아니다. 사포닌, 비타민 C, 사과산, 구연산 등이 풍부하여 약제로도 쓰이며 모과차나 모과주로도 애용된다.《동의보감》에는‘갑자기 토하고 설사하면서 배가 아픈 위장병에 좋으며, 소화를 잘 시키고 설사 뒤에 오는 갈증을 멎게 한다. 또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다리와 무릎에 힘이 빠지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했다. 민간에서는 모과를 차로 끊여서 감기기운이 있고 기침이 날 때, 기관지염, 체하거나 설사가 날 때 보조 치료제로 쓴다. 모과차는 잘 익은 모과를 얇게 썰어 꿀에 재어두었다가 두세 쪽씩 꺼내어 끊는 물에 타서 마신다. 중국 사람들이 말하길, 살구는 한 가지 이익이 있고 배는 두 가지 이익이 있지만 모과는 100가지 이익이 있다고 했다. 전북 제097호 강천사 모과나무를 비롯하여 문화유적지에서 흔히 모과나무를 만날 수 있다.
08. 미선나무
미선나무는 물푸레나무과(科)라는 비교적 자손이 많은 대종가에 들어간다. 이들 중 미선나무속(屬)이란 가계의 하나를 차지하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다른 종(種)의 형제를 두지 못하고 대대로 달랑 외아들로 이어오고 있다. 종이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경우는 더러 있어도 미선나무처럼 속 전체가 세계의 아무 곳에도 없고 오직 우리 강산에만 자라는 경우는 흔치않다. 그래서 식물학적으로는 대단히 귀한 나무다. 미선나무는 충북 괴산과 영동이 원래 알려진 미선나무의 고향이다. 충북이외에는 천연기념물 제370호로 지정된 부안 변산면 중계리와 상서면 청림리 일대의 부안 미선나무 자생지가 유일하다.
09. 반송
반송은 소나무의 한 품종이다. 품종이란 원래의 소나무란 종(種)과 비슷하지만 모양이 조금 다른 것을 말한다. 소나무는 외줄기가 올라와 자라는 것에 비하여 반송은 밑에서부터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반송(盤松)은 전체적인 바깥 모습이 둥그스름하거나 부챗살 모양으로 소나무보다 더 부드러운 맛이 나고 정제된 느낌이다. 우리나라 반송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여섯 그루가 있다. 291호로 지정된 무주 설천면의 반송은 타원형의 모양새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10. 비자나무
비자나무는 남해안에서 제주도 걸쳐 자라는 늘 푸른 침엽수로 최고급 바둑판재로 유명하다. 지금은 웬만한 굵기의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옛날에는 남해안에서 흔히 자라던 나무였다. 이는 문헌이나 출토유물에서도 확인된다.《고려사》,《세종실록지리지》,《조선왕조실록》등에도 등장한다. 또 1983년 완도 어두리에서 인양된 고려 초기의 화물운반선 선체의 밑바닥 일부와 완도 장좌리 청해진 유적지의 나무 울타리, 4~6세기 무덤으로 알려진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서 나온 관재의 대부분은 비자나무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한때 우리와 가까이서 삶을 함께 해온 비자나무 숲은 안타깝게도 모두 없어지고,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몇 곳만이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현실이다. 장성 백양사 비자나무 숲이 자생북한지(自生北限地)라고 하여 천연기념무로 지정되어 있으나 북쪽 산 넘어 내장사 일대에도 많은 비자나무가 자란다.
11. 소나무
몇 년 전 산림청이 한국갤럽을 통해 일반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나무를 물어본 결과 절반에 가까운 46퍼센트가 ‘소나무’라고 답했다. 뒤이어 2위를 차지한 은행나무는 8퍼센트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어디에서나 고개를 들어 산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나무가 소나무다. 태어나면서부터 소나무와의 인연은 시작될 수밖에 없다. 옛사람들은 소나무로 지어진 집의 안방에서 아이가 태어났고, 소나무 장작으로 데워진 온돌에서 산모는 몸조리를 했다.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금줄에는 솔가지가 끼워진다. 아이가 자라면서 뒷동산의 솔숲은 놀이터가 되고 땔감을 해오는 일터가 되기도 한다. 명절이면 송홧가루로 만든 다식(茶食)을 먹고 양반가라면 십장생도가 그려진 병풍을 치고 꿈나라로 들어간다. 가구를 비롯한 여러 생활필수품에도 소나무는 빠지지 않았다. 선비로 행세를 하려면 송연묵으로 간 먹물을 붓에 묻혀 일필휘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세상살이가 끝나면 소나무로 만든 관속에 들어가 땅속에 묻힌다. 그러고도 소나무와 인연은 끝나지 않는다. 도래솔로 주위를 둘러치고는 다시 영겁의 시간을 소나무와 함께 한다.
고창 선운사 도솔암 아래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354호 고창 삼인리 장사송과 제397호 장수 군청 앞의 의암송이 대표적인 문화재 소나무다.
12. 송악
선운사 주차장에서 절로 걸어 들어가는 입구, 관리사무소 옆에는 도솔천이라는 조그만 개울이 흐른다. 냇가 건너 절벽에는 온통 바위를 뒤덮고 살아가는 덩굴식물이 있다. 겨울의 눈밭도 아랑곳없이 사시사철 푸름을 자랑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쳐도 송악은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선운사의 마스코트이다. 송악은 늘 푸른 덩굴나무로서 따뜻한 남쪽의 섬지방과 서남해안을 따라 인천 앞 바다까지 흔하게 자란다. 대부분 숲 속에서 큰 나무에게 신세를 지지만 바닷바람을 마주하는 시골집의 담장에 흔히 심기도 한다. 이곳 송악은 자연 상태에서 육지로 자랄 수 있는 북쪽 한계다. 굵기나 나무 길이와 나이를 비롯한 모두에 있어서 우리나라 최고라는 타이틀을 다 가지고 있다.
13. 왕버들
왕버들은 일반적인 버들의 가냘프고 연약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왕버들은 수백 년을 살 수 있으며, 좀 오래 되었다 싶으면 두세 아름은 거뜬하다. 왕버들이란‘뭇 버들의 왕’이란 뜻이다. 자라는 곳은 습기가 많고 축축한 땅이나 대체로 바로 옆에 물을 둔 개울가에 터를 잡는다. 대부분의 나무들과는 달리 물걱정은 평생 안 한다. 하지만 항상 습기가 가득한 몸체로 오래 살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둥치가 잘 썩어 왕버들 고목은 대분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다. 구멍 속은 도깨비 이야기를 비롯한 전설의 고향이다. 그래서 한자 이름도 귀신이 사는 버들이란 뜻으로‘귀류(鬼柳), 또는 개울 옆에 잘 자란다고 하여‘하류(河柳)다. 그래서 고목 왕버들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서려 있다. 천연기념물 제296호 김제 종덕리 왕버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고 큰 나무다. 만지면 동티가 난다는 전설이 있어서 김제 평야 한 구석에서 3백년 세월을 지키고 있다.
14. 은행나무
대체로 2~3억 년 전의 화석식물인 은행나무가 멸종되지 않고 홀로 살아남았다. 은행나무는 기나긴 역사만큼이나 다른 나무가 갖지 못하는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특별함이 있다. 은행나무는 오래 사는 나무로 유명하다. 은행나무 고목으로서 보호받고 있는 것만 거의 800그루에 이른다. 이들 중 천연기념물 22그루, 시도기념물 28그루가 문화재나무로 지정되어 있으며, 나이 1천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도 여러 그루 알려져 있다. 전북에는 천연기념물 은행나무는 없고 도기념무로른 전북 제089호 팔효사 은행나무, 전북 제106호 공덕면 은행나무, 전북 제109호 성당면 은행나무, 전북 제113호 익산향교 은행나무가 있다.
15. 이팝나무
옛날 쌀밥을‘이밥’이라 했다. 이팝나무는 이밥나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생각된다. 꽃의 여러 가지 특징이 이밥, 즉 쌀밥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또 입하 때 핀다는 의미로‘입하나무’로 부르다가‘이팝나무’로 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북 일부 지방에서는‘입하목’으로도 부른다니, 발음상으로 본다면 더 신빙성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팝나무는 키가 20~30미터나 자라고, 지름도 몇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이면서 5월 중순에 파란 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하얀 꽃을 가지마다 소복소복 뒤집어쓰는 보기 드문 나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만도 일곱 그루나 되어 소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향나무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나무다. 이외에도 시도(市道)기념물, 보호수로 지정된 이팝나무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다. 그러나 지금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서울 청계천가에 심은 이팝나무도 잘 자란다. 천연기념물로는 제183호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와 제214호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 군(群)이 있다.
16. 전나무
원래 전나무는 백두산을 비롯한 북한의 고산지대에 원시림을 이루고 있는 나무다. 그러나 남한의 오대산 월정사, 부안 내소사 등 남한의 오래된 사찰 입구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다. 사찰을 중창을 하거나 새로 지을 때 기둥으로 쓰기 위하여 일부러 심은 흔적이다. 전나무는 재질이 너무 물러 힘 받은 기둥으로 안성맞춤은 아니지만, 큰 나무로 자라면서 길고 곧은 목재(長大材)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 여러 나무가 떼를 이루어 같이 자라는 특성이 있으므로 한 곳에서 한꺼번에 목재를 조달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전나무는 이 땅에 일찌감치 터를 잡아 옛날부터 조상들이 널리 사용하던 전통 우리나무이었지만 천연기념물 반열에 오른 것은 진안 정천면 천황사(天皇寺) 전나무가 유일하다. 천년 고찰인 천황사의 남암이란 암자 앞에는 495호로 지정된 높이 30m, 가슴높이 둘레 5.5m, 가지 뻗음 은 사방 16m에 이는 전나무가 자란다.
17. 주목
국토의 등뼈 백두대간을 타고 점봉산, 태백산, 소백산, 덕유산, 바다건너 한라산까지 태산준령이 줄줄이 이어진다. 이런 명산의 꼭대기에는 어디에서나 은근하게 우리를 맞아주는 나무가 있다. 바로 늙은 주목들이다. 비틀어지고 꺾어지고 때로는 속이 모두 썩어버려 텅텅 비워버린 몸체가 처연하다. 그런 부실한 몸으로 매서운 한 겨울 눈보라도 여름날의 강한 자외선에도 의연히 버틴다. 어릴 때부터 많은 햇빛을 받아들여 더 높이, 더 빨리 자라겠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아주 천천히 숲속의 그늘에서 적어도 몇 세기를 내다보는 여유가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성급한 주위의 다른 나무들은 어느새 수명을 다할 것이니 그날이 오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덕유산 정상 능선에는 도기념물로 지정된 전북 제002호 구천동 주목군총을 만날 수 있다.
18. 청실배나무
고전 소설 춘향전에 보면 이도령이 춘향이 집을 찾아가 첫날밤을 치루기전, 월매가 장만해준 산해진미 주안상에는 여러 과일이 올라와 있다. 열녀춘향수절가에는 ‘청슬이’, 이고본(李古本)춘향전에는 ‘청술레’라고 한 과일이 바로 청실배(靑實梨)나무다. 먼 옛날 산에서 그냥 따먹기만 하던 돌배는 삼한시대부터 집 주위에다 한두 포기씩 심으면서 과수로 자리매김을 해나갔다.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돌배나무 중에서 특히 맛좋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를 골라 심고, 청실배나무란 새로운 이름을 붙여 아껴왔다. 3백여 년 전까지 이도령도 춘향이도 즐겨 먹던 청실배나무는 지금은 남원 땅에서 조차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 진안 마이산의 은수사 마당에는 천연기념물 제386호 청실배나무, 정읍 산내면 두월리에는 제497호 청실배나무가 자라고 있다. 보호수는 몇 그루가 있지만 천연기념물로선 전국에 단 두 그루가 모두 전북에 남아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청실배나무는 돌배나무의 한 종류이다. 부안 출신 기생 매창(梅窓ㆍ1513~1550)의 시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도다’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매창은 이 나무처럼 헌칠하게 잘생긴 유희경과 19세에 만나 ‘열아홉 순정’을 받쳐 사랑하였으나 2년 만에 천리 길 한양으로 훌쩍 떠나 버리자 시를 지어 읊조리면서 이별의 아픔을 달랬다고 한다.
19. 탱자나무
탱자나무는 울타리 나무로 친숙하다. 그러나 탱자나무의 가장 비극적인 쓰임은 위리안치(圍籬安置)다. 이는 옛날 죄인을 귀양 보내 주거지 제한을 하는 형벌로서 집 주위에 탱자나무를 빙 둘러 심어 바깥출입을 못하게 한 것을 말한다. 탱자나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시나무의 대표 나무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날카로운 가시가 가지마다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려 있다. 약간 모가 난 초록색 줄기는 길고 튼튼하며 험상궂게 생긴 가시가 쉽게 접근을 거부하는 듯 제법 위엄을 갖추고 있다. 옛날에는 성 주위에 심어 적군의 침입을 막던 역할도 하였다. 그래서 이런 성을 탱자성이란 뜻으로 ‘지성(枳城)’이라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은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이다. 그 외 탱자나무는 선비들의 정원수로도 쓰였다.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에 있는 이병기 선생 생가 앞뜰에는 도기념물 전북 제112호로 지정된 탱자나무 고목이 자란다.
20. 팽나무
팽나무는 키 20미터, 줄기둘레가 두세 아름이 넘는 큰 나무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잘 자라지만, 항상 소금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도 끄떡없다. 팽나무는 곰솔과 함께 짠물과 갯바람을 버틸 수 있는 나무로 유명하다. 내륙지방에서도 자라기는 하지만 바닷가에서 심고 가꾸는데 가장 적합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굵은 팽나무는 곰소만(灣)의 시작점은 고창군 부안면 수동리에 자라는 천연기념물 제494호 고창 수동리 팽나무다. 수동리 대동마을 앞 나지막한 언덕이 바다로 떨어지는 끝자락에는 400년 된 고목 한 그루가 고고하게 서 있다. 나무는 넓은 시골 들녘에서 서쪽으로는 복분자딸기 밭을 깔고 동쪽으로는 간척지를 두르고 있다. 나무의 모양새는 전체적으로 타원형이면서 높이에 비하여 옆으로의 퍼짐이 넓어 마치 커다란 우산을 펼쳐 놓은 듯하다. 장애물이 없고 간척지의 평야가 배경이 되어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21. 호랑가시나무
길쭉하게 나온 변산반도의 턱수염 자리에는 우리나라에는 하나 밖에 없는 호랑가시나무 군락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찌감치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이곳의 호랑가시나무는 값어치를 인정받았다. 호랑가시나무는 원래 난대와 아열대를 좋아하는 나무인데 여기 변산반도가 자람 북쪽 한계선이기 때문이다. 지정할 당시에는 탱자나무들 사이에 거의 발목 굵기에 이를 만큼 제법 큰 호랑가시나무가 50여 그루 쯤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탐욕스런 사람들 손에 모두 뽑혀나가고 지금은 키가 2~3m남짓한 호랑가시나무 수십 그루를 2700평 남짓의 철조망 가두어 거의 키우다 싶이 하고 있다.
호랑가시나무는 제멋대로 생긴 특별한 잎 모양 때문에 금세 눈에 띤다. 흔한 나뭇잎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갸름한 잎 모양이 아니라, 긴 오각형에서 육각형으로 모서리마다 가시가 튀어나와 정말 괴상하게 생긴 잎을 만들었다.
22. 후박나무
후박나무는 남해안, 울릉도, 제주도 및 남쪽 섬 지방에서 만나는 늘 푸른 큰 나무다. 아름드리로 자라며 동구 밖 정자나무에서부터 마을 뒷산까지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 중 하나다. 후박나무는 인정이 두텁고 거짓이 없음을 나타낼 때 쓰는‘후박하다’에서 붙여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판의 상당수가 후박나무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옛날에는 아름드리나무가 꽤 있었을 것이나 지금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를 제외하면 큰 후박나무를 구경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변산반도 적벽강 종묘사업소 옆에는 천연기념물 123호 지정된 후박나무 숲이 있다. 현재 13그루의 후박나무가 작은 해안 협곡의 언덕에 겨우 버티고 있다. 1930년경 이 일대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자그마치 230그루의 후박나무가 자라고 있었다한다. 이는 그때 까지만 하여도 분명 후박나무로 이루어진 숲이 있었음을 말한다. 육지에서 후박나무가 자라는 자생북한지대(自生北限地帶)라고 한다.
* 전북 천연기념물
제091호 내장산 굴거리나무 군락전북 정읍시 내장동 590 내장사 경내
제122호 부안 도청리 호랑가시나무 군락전북 부안군 산내면 도청리 산 1
제123호 부안 격포리 후박나무 군락전북 부안군 산내면 격포리 산 35-1
제124호 부안 중계리 꽝꽝나무 군락전북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 산 1
제183호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전북 고창군 대산면 중산리 313-1
제184호 고창 선운사 동백나무 숲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산 68
제214호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 군전북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 1035-1
제280호 김제 행촌리 느티나무전북 김제시 봉남면 행촌리 230-2
제281호 남원 진기리 느티나무전북 남원시 보절면 진기리 495 외 3필
제291호 무주 삼공리 반송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31 외 1필
제296호 김제 종덕리 왕버들전북 김제시 봉남면 종덕리 299-1 외 7필
제354호 고창 삼인리 장사송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산 97
제355호 전주 삼천동 곰솔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14-1 외 2필
제367호 고창 삼인리 송악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산 17-1
제370호 부안 미선나무 자생지 전북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 상서면 청림리
제380호 진안 마이산 줄사철나무 군락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산 18
제386호 진안 은수사 청실배나무 전북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 3
제387호 임실 덕천리 가침박달 군락 전북 임실군 관촌면 덕천리 산 37
제388호 임실 덕천리 산개나리 군락 전북 임실군 관촌면 덕천리 산 36
제396호 장수 봉덕리 느티나무전북 장수군 천천면 봉덕리 336
제397호 장수 장수리 의암송전북 장수군 장수읍 장수리 176-7
제463호 고창 문수사 단풍나무 숲 전북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 문수사 경내
제494호 고창 수동리 팽나무전북 고창군 부안면 수동리 446
제495호 진안 천황사 전나무전북 진안군 정천면 갈용리 산169-4
제497호 정읍 두월리 청실배나무전북 정읍시 산내면 두월리 1493
제503호 고창 교촌리 멀구슬나무전북 고창군 고창읍 교촌리 고창군청 앞
* 전북 도기념물
전북 제002호 구천동 주목군총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산109
전북 제089호 팔효사 은행나무전북 김제시 신풍동 509
전북 제093호 금동 느티나무전북 정읍시 소성면 화룡리 744-1
전북 제095호 가림리 줄사철나무전북 진안군 진안읍 가림리 1140
전북 제097호 강천사 모과나무전북 순창군 팔덕면 청계리 995
전북 제106호 공덕면 은행나무전북 김제시 공덕면 마현리 816-1
전북 제109호 성당면 은행나무전북 익산시 성당면 성당리 321
전북 제110호 말목장터와 감나무전북 정읍시 이평면 두지리 191-2
전북 제112호 이병기생가 탱자나무전북 익산시 여산면 원수리 573
전북 제113호 익산향교 은행나무전북 익산시 금마면 동고도리 389-1
전북 제114호 망해사 팽나무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1004
전북 제116호 여산동헌 느티나무전북 익산시 여산면 여산리 445-2
전북 제117호 고창 하고리 왕버들나무숲 전북 고창군 성송면 하고리 123외
* 알아두어야 할 나무 종류
감나무, 계수나무, 광나무(쥐똥나무), 국수나무, 굴거리나무, 꽝꽝나무, 느릅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고로쇠나무, 신나무, 복자기나무), 돌배나무, 동백나무, 등나무, 때죽나무, 말채나무, 매실나무, 멀구슬나무, 모감주나무, 모과나무, 모란, 목련, 무궁화, 물푸레나무, 미선나무, 박달나무, 박태기나무, 밤나무, 배롱나무, 복사나무, 붉나무, 비자나무, 사철나무, 산딸나무, 산뽕나무, 산수유, 살구나무, 삼나무, 생강나무, 서어나무, 석류, 소나무(반송, 곰솔, 리기다, 잣나무), 송악, 라일락, 쉬나무, 싸리, 아까시나무, 앵두나무, 양버즘나무, 오동나무(벽오동, 개오동), 오리나무, 옻나무, 왕버들, 왕벚나무(산벚나무), 은행나무, 음나무, 이팝나무, 자귀나무, 자두나무, 자작나무, 전나무, 주목, 주엽나무, 진달래, 찔레꽃, 차나무, 참나무(상수리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철쭉(산철쭉, 진달래), 측백나무, 층층나무, 칠엽수, 탱자나무, 팥배나무, 팽나무, 편백, 피나무, 피라칸다, 해당화, 향나무, 호두나무, 호랑가시나무, 화살나무, 회양목, 회화나무, 후박나무, 히말라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