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의 나무보다 격이 떨어지거나 비슷하기는 하나 다른 나무일 때 흔히 '개'자를 앞에 붙인다. 개머루, 개다래, 개산초, 개벚나무, 개살구나무, 개박달나무, 개비자나무, 개서어나무, 개옻나무 등 잠깐 생각해 보아도 개가 들어간 나무는 10여 가지가 넘는다. 개오동나무는 잎이 오동나무 잎처럼 크고 꽃마저 닮았으니 오동나무와 무슨 '깊은 사연'이 있지 않나 오해를 살만도 한데 사실은 오동나무 가(家)하고는 아무런 인연이 없다.
오동나무보다 못한 나무, 오동나무처럼 생겼으나 아닌 나무라고 알려진 것 자체가 개오동나무로 볼 때는 개자를 머리에 뒤집어 쓴 만큼 억울한 노릇이다.
한자 이름은 재(梓) 혹은 목각두(木角豆), 때로는 추(楸)라고도 하는데 재와 추는 가래나무를 나타낼 때도 있다. 북한 이름은 향오동나무이다. 본래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개오동나무이었는데, 92년 어느 날 김일성 주석이 '향기가 좋고 모양도 아름다운 나무를 왜 하필이면 개오동으로 부르는가?' 앞으로는 향오동나무로 부르도록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한다.
들어온 시기는 확실하지 않으나 중국 원산으로 중부 이남에 심고 있는 낙엽활엽수로서 키가 20m, 지름이 한 두 아름에 이르는 큰 나무이다. 나뭇가지가 굵고 수가 적으므로 겨울에 보면 좀 엉성해 보이고 작은 가지에는 잔털이 있는 경우도 있다. 잎은 마주나거나 돌려나고 넓은 타원형으로 어른의 손바닥을 완전히 편만큼이나 넓다. 대개 3∼5갈래로 얕게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은 끝이 뾰족하다. 가장자리에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있고, 초여름에 가지 끝의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넓은 깔때기모양의 꽃이 여러 개 달린다. 꽃은 연한 황색이고 안쪽에 짙은 보라색 반점이 있으며 끝이 얕게 5개로 갈라지고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으로 주름이 잡힌다.
꽃이 진 다음 바로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는 데, 굵어질 생각은 하지도 않고 땅을 향하여 무한정 길어지기만 한다. 그것도 하나씩이 아니라 여러 개가 모여 달리며 지름이 딱 연필 굵기만 하고 길이는 한 뼘이 넘는다. 때로는 두 뼘, 세 뼘(60cm)에 이르기도 하여 세상에서 가장 날씬한 열매이다. 삭과의 한 종류인데 다이어트에 생명을 거는 아가씨들이 부러워할 '빼빼로'이다. 빼빼 열매는 다음 해에 다시 꽃이 필 때까지도 달려있어서 겨울에도 개오동나무는 금새 알아 볼 수 있다. 긴 열매가 길이로 갈라지면서 명주 같은 털을 단 종자가 나온다. 열매는 이뇨제로서 신장염·부종·단백뇨 등에 쓰인다. 아울러서 나무의 속껍질은 신경통·간염·황달·신장염 등 각종 염증약으로 처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개오동나무는 자람이 빨라 목재는 가볍고 연하다. 그러나 큰 물관세포가 나이테의 한쪽에 몰려 분포하는 환공재(環孔材)이므로 무늬가 아름답다. 오동나무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대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중국에서 들어온 개오동나무 외에 1905년 평북 선천에 있던 선교사가 미국에서 들여온 미국 개오동나무를 우리는 꽃개오동나무라 한다. 두 수종 모두 모양이 매우 비슷하나 꽃개오동나무는 잎이 갈라지지 않고 꽃이 흰색이며 종 모양의 꽃 안쪽에 2개의 황색 선과 자갈색 반점이 있다.
<경북대 임산공학과 sjpark@k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