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아름다움은 노랑 빛에서 시작된다. 정원의 산수유, 산 속의 생강나무, 길가의 개나리에서 노랑나비, 노랑병아리 등에 이르기까지 노랑 빛의 느낌은 새 생명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 희망 바로 그것이다.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의 대명사 노란 꽃의 왕좌는 개나리다.
벚꽃으로 떠들썩하게 봄소식을 전하는 오늘날과는 달리 옛 봄의 전령은 개나리가 첫 꽃망울을 터뜨리는 제주도에서 시작하여 남해안을 상륙하고 산 따라 길 따라 서울을 거쳐 평양, 신의주까지 온 나라를 노랗게 물들여 놓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개나리꽃은 하나를 떼어놓고 보면 앙증맞게 생긴 노란 꽃에 불과하지만 수백 수천 개의 꽃이 무리 지어 필 때 아름다움을 더한다. 정원에 개나리가 없다면 가지를 꺾어다 양지바른 곳에 그냥 꽂아만 두어도 잘 자라니 봄이 다 가기 전에 한 포기쯤 꼭 심어보자. 더욱이 개나리의 학명(學名)에 코레아라는 이름이 들어간 자랑스런 우리의 토종 꽃나무이다. 말나리, 하늘나리, 솔나리, 참나리 등 아름다운 우리나라 꽃에 '나리'란 이름이 들어간 종류가 많다. 이들은 개나리와 꽃 모양새가 아주 닮아 있다.
꽃이 져 버린 개나리는 쓰임새가 없는 것으로 알기 쉽다. 그러나 가을에 달리는 볼품 없는 열매가 귀중한 한약재임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개나리의 열매는 연교(連翹)라고 하는데 종기의 고름을 빼고 통증을 멎게 하거나 살충 및 이뇨작용을 하는 내복약으로 쓴다고 알려져 있다.
기록으로 보면 세종 5년(1423) 일본사신이 연교 2근을 올린 적이 있고, 선조 33년(1599)에는 임금이 앓자 홍진이란 의사는 청심환에다가 연교를 넣어 다섯 번 복용하시도록 처방하였으며 정조 18년(1793)에는 내의원에서 연교를 넣은 음료를 올렸다는 내용이 있다.
오늘날 잘 쳐다보지도 않는 개나리 열매는 한때 임금님의 건강을 지키는 약재로 쓰였으니 제법 대접을 받은 시절도 있었나 보다.
전국 어디에나 자라고 잎이 떨어지는 작은 나무이다. 크게 자라도 사람 키를 조금 넘을 정도가 고작이고 땅에서 많은 줄기가 올라와 한 포기를 이룬다. 울타리로 심으면 아래로 늘어지는 가지가 꽃이 진 다음에도 멋스런 운치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어린 가지는 초록빛이나 차츰 회갈색으로 된다. 자세히 보면 작은 점 같은 숨구멍이 뚜렷하게 보인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긴 타원형으로 윗 부분에 톱니가 있거나 때로는 밋밋하다.
꽃은 이른 봄 잎이 나오기 전에 잎겨드랑이에 1-3개씩 핀다. 열매는 달걀모양이며 편평하고 가을에 갈색으로 익으며 날개가 있다.
개나리와 비슷한 나무로, 세계적으로 한 종류 밖에 없으며 우리나라의 충북, 전북의 일부 지역에만 자라는 미선나무가 있다. 열매가 마치 부채를 펴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모양이므로 미선(美扇)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른 봄 개나리처럼 잎보다 먼저 피고 흰빛 또는 분홍색으로 피며 은은한 향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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