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와 일부 전라도 지방에서는 참죽나무를 가죽나무라고 부르고, 표준말의 가죽나무는 개가죽나무라고 부른다. 가죽나무란 이름은 가짜 중나무란 뜻의 가중나무에서, 참죽나무는 진짜 중나무란 뜻의 참중나무에서 유래된 것이다. 채식을 하는 스님들이 나물로 먹던 참죽나무와 비교하여 이름만 비슷하고 먹을 수 없다는 뜻으로 가죽나무라고 하였다.
세종14년(1432) 봄 과거에 새로 급제한 사람들이 임금님께 감사의 글을 올린 내용에는 "가죽나무 같은 쓸모 없는 재질로 남다른 은혜를 입었으니 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보답하기 어렵습니다"라 하였고, 성종20년(1489)에는 김흔이란 이가 "가죽나무처럼 쓸모 없는 재목이 천지의 큰 은혜를 입어 자라날 수 있게 되었으니 감격한 마음을 뼈에 새긴들 어찌 다 형언할 수 있겠습니까"라 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 있다.
가죽나무는 재질(材質)이 좀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형편없는 나무는 아니며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과장하다 보니 죄 없는 가죽나무가 도마 위에 오른 것 같다.
그래서 가죽나무는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자란 것이 아니라 아무데나 팽개쳐진 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으나 그 강인한 생명력은 종자로, 뿌리로 왕성하게 뻗어 웬만한 빈터가 생기면 가죽나무는 군말 없이 모여들어 자라기 시작한다.
인가 근처라면 자라는 곳을 가리지 않고 모양새도 제법 품위를 갖추고 있어서 요즈음은 가로수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다. 경복궁 건춘문 앞의 가로수는 지름이 거의 한 아름이나 되며 자태가 웅장하여 기록에 있는 것처럼 쓸모 없는 나무가 아님을 실증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들어온 시기는 확실하지 않으나 기록이나 자람새로 보아 적어도 수백년전에 중국에서 온 나무이다. 나무 껍질은 회갈색이며 어릴 때는 갈라지지 않으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거의 흑갈색으로 진해지고 얕게 세로로 갈라진다.
가죽나무의 잎은 한 대궁에 여러 개가 달리며 아주 큰 톱니가 2-3개 생겨있다. 이 톱니의 끝을 만져보면 딱딱한 알맹이가 만져지는데, 이름하여 선점(腺點)이라고 하며 간단히 사마귀라고 생각하면 알기 쉽다. 가죽나무에서 나는 약간 고약한 냄새의 근원지가 바로 이 사마귀이다.
필자는 가죽나무의 사마귀를 만지는 촉감이 너무 좋아 보기만 하면 습관적으로 잎사귀를 떼어내어 살살 비벼본다. 죽어서 가죽나무 목신(木神)에게 혼이 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나쁜 손버릇을 고쳐야할 것 같다.
가죽나무와 참죽나무는 식물학적으로는 한참 거리가 있는 나무이나 생김새가 아주 비슷하다. 잎에 사마귀가 달리고 나무껍질이 갈라지지 않는 것이 가죽나무, 잎 가장자리의 톱니가 일정한 간격으로 얕게 나 있으며 이순신 장군 갑옷 같은 껍질을 가진 것이 참죽나무이다.
<경북대 임산공학과.sjpark@k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