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느삼
강원도 동북부 휴전선 턱밑, 인제 동면 임당초등학교 뒷산에는 천연기념물 372호 개느삼의 자람 터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미선나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귀중한 우리의 토종나무다. 개느삼속은 개느삼 한 종으로만 구성된다.
개느삼은 1919년 우리나라 식물분류학의 시조 정태현 선생이 북한에서 처음 발견하여, 약용식물 고삼(苦蔘)과 같은 종류로 알고 고삼속으로 분류했다. 이후 정밀조사에서 초본인 고삼과는 달리 나무이며, 뿌리로 번식을 하고 꽃모양 등으로 보아 별개의 속으로 취급해야 옳다고 생각했다. 1923년 ‘Echinosophora’속으로 등록하면서 우리나라 특산임이 증명되었다. 개느삼은 콩과 식물로서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혹박테리아로 공중질소를 고정해가면서 살아가는 강인한 식물이다. 키가 허리춤 남짓한 작은 나무로서 얼핏 보아 족제비싸리와 비슷하게 생겼다. 13∼27개의 갸름한 작은 잎이 나란히 마주보기로 붙은 깃꼴 겹잎이 특징이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봄이 익어가는 5월 초가 되면 작은 노랑나비가 앉아 있는 듯 샛노란 꽃으로 우리의 눈길을 붙잡는다. 새 가지 끝에 손가락 마디보다 조금 큰 5∼6개 꽃이 달린다. 초록 잎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피어 있는 꽃모양은 귀엽고 매력적이다. 꽃을 좀 더 많이 달리게 하고 오래 피어 있게 육종하면 아름다운 꽃나무로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열매가 열리기는 하나 충실하게 잘 익어 대를 이을 수 있는 씨앗은 몇 개 생기지 않는다. 주로 땅속줄기로 뻗어나가면서 번식한다. 추위와 건조에 강한 편이고 볕이 잘 드는 양지에서 군락을 형성하며 자란다. 그러나 산 능선 부근의 척박하고 건조한 땅에서 작은 육신을 버티고 살아가면서 씨까지 잘 만들지 않으니 혼자서 널리 퍼져나가기는 어려운 나무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는 한정된 자생지 이외에는 만날 수 없는 희귀식물이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2급 식물이다. 다행히 사람이 도와주면 번식도 잘되고 자람도 까다롭지 않다.
평남 북창군 남양리 뒷산에 자라는 ‘북창 느삼나무 군락’은 북한천연기념물 52호로 지정되어 특별보호를 받고 있다. 개느삼의 북한 이름은 느삼나무다.《동의보감》등의 옛 문헌에는 고삼을 너삼이라 하였으므로 처음 한글 이름을 지을 때 개너삼이라고 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변하여 지금의 우리 이름 개느삼이 되었다. 북한은 ‘개’란 접두사를 싫어하여 느삼나무로 하고, 고삼은 능암으로 불러 개느삼과 고삼의 한글 이름 중복을 피했다.
개느삼이 남한에도 자란다는 사실은 1965년 이창복 당시 서울대 교수에 의하여 처음 알려졌다. 경희대 생물학과에 강의를 나가던 그는 한 수강생으로부터 개느삼이 강원도 양구에 자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확인을 위하여 양구를 찾은 이 교수는 양구중학교에 보관 중인 식물표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물 개느삼을 발견한다. 표본을 만든 학생을 데리고 가서 양구군 일대에 자라는 남한의 자생지를 처음 찾아냈다. 이렇게 남한에도 개느삼이 자란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도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1992년에야 양구 임당초등학교 및 한전초등학교 뒤의 나지막한 야산에 자라는 개느삼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게 된다. 최근에는 인제군 기린면과 남면, 양구군 남면 원리와 양구읍 웅진리, 양구군 방산면 금악리, 동면 월운리와 대암산 기슭, 춘천지역까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콩과 (학명)Echinosophora koreensis (영명)Korean Necklace-pod (일본명)イヌクララ (북한명)느삼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