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침박달
이름에 박달이 들어간 여러 종류 나무 중 가침박달은 우리나라 중부 이북에 자라는 흔치 않은 나무다. 산림청에서 지정한 보존 우선순위 105번째의 식물이다.
산기슭과 계곡의 햇빛이 잘 드는 양지의 큰 나무 사이에 섞여 자라며 키 1∼5미터 정도의 작은 나무로 팔뚝 굵기면 제법 굵은 나무에 속한다. 잎은 손가락 2~3개를 합친 정도의 크기에 끝이 뾰족하며 윗부분에 톱니가 있다. 특별한 모양새를 말하기 어려운 평범한 나무이나 꽃이 필 때면 우리들 눈에 금방 띈다. 대체로 5월 초순경 가지 끝에 3∼6개씩 모여 원뿔 모양의 꽃이 핀다. 꽃은 초록 잎과 같이 피는데, 눈부시게 하얗다. 다섯 장의 꽃잎은 사이가 조금씩 벌어져 있으며 매끈하고 정연한 것이 아니라 주름이 져 있다. 전체적으로 꽃은 청순하고 깔끔한 맛이 나며 한꺼번에 집단으로 피어 있을 때는 초록 캠퍼스에 흰 물감을 뿌려둔 것 같아 아름다움을 더한다.
열매의 모양도 좀 특별하다. 마른 열매인데 깃대 봉 모양이고 끝이 오목하게 팬다. 씨방 여럿이 마치 바느질할 때 감치기를 한 것처럼 연결되어 있다. 속명 ‘Exochorda’는 희랍어에서 바깥이라는 뜻의 엑소(exo)와 끈이라는 의미를 가진 코르드(chorde)의 합성어라고 한다. 역시 우리 이름처럼 실로 꿰매었다는 특성을 담고 있다. 이렇게 수만리 떨어진 나라의 사람들이 식물의 특징을 꼭 같이 보았다는 것은 신기하기만 하다. 씨방의 특징인 ‘감치기’와 박달나무처럼 단단한 재질을 가졌다는 의미를 합친 ‘감치기박달’이 변하여 가침박달이 된 것으로 보인다.
충북 청주시 명암동에 화장사란 절이 있다. 대웅전 뒷산에는 거의 만여 평에 걸쳐 가침박달이 집단으로 자라고 있다. ‘가침보존회’란 단체를 만들어 보존하고 있으며 매년 봄이 되면 가침박달 축제를 열기도 한다. 그 외에도 대구의 앞산 일대에는 수십 그루씩 집단을 이룬 곳이 발견되기도 했다. 전북 임실 덕천리에 있는 가침박달 군락은 가침박달이 자랄 수 있는 남방한계선이라 하여 천연기념물 387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군락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숫자가 적다. 가침박달은 우리의 산하에 자라는 흔치 않은 식물로서 관상용으로도 가치가 있다. 간혹 어린 새싹을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한다.
*장미과 (학명)Exochorda serratifolia (영명)Common Pearlbush (일본명)ヤナギザクラ (중국명)齿叶白绢梅 (한자명)柳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