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을 더욱 멋스럽게 만들어준 만송정 솔 숲
하회(河回)마을은 북쪽으로 흘러 들어온 낙동강물이 서쪽으로 돌아 남쪽으로 빠져나가는 말 그대로 물돌이 마을이다. 풍산 류씨를 비롯해서 광주 안씨, 김해 허씨 등이 모여 살고 있던 이 마을은 전통문화가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전국의 몇 안 되는 전통 마을의 하나이다. 수많은 인물이 났고 유무형의 문화재가 수두룩하지만 하회탈과 별신굿탈놀이가 마을을 대표한다. 특히 파계승에 대한 조소와 양반의 잘못 풍자극으로 승화시킨 별신굿탈놀이는 시대를 뛰어 넘어 풍류와 멋을 느끼게 한다.
마을의 서북쪽 강가 모래톱에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솔숲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숲은 조선 선조 때의 문신 류운용(1539~1601) 선생이 강 건너편 바위절벽 부용대(芙蓉臺)의 거친 기운을 완화하고 북서쪽의 허한 기운을 메우기 위하여 소나무 만 그루를 심고 숲속에 만송정(萬松亭)이란 정자를 지었다고 한다. 그는 선조 때 풍기군수를 지냈으며 동생인 류성룡과 함께 하회마을의 기틀을 잡은 인물이다. 손수 심고 가꾼 숲을 흐뭇하게 생각한 선생은 숲을 두고 이렇게 읊었다.
‘일찍이 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더니/세월이 지나면서 울창한 숲을 이루었네/고요한 밤 솔바람소리 아련히 들리고/널따란 강에 푸른 그림자 드리웠네/한가로운 기운이 넉넉하고/좋은 시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네/천천히 걸으며 더위를 식히는 곳이 되어/더운 기운 범접치 못한다네’
그러나 만 그루란 말씀은 소나무를 많이 심었다는 뜻이고 모래톱이 그렇게 넓지도 않아 실제로는 1~2천 그루가 심겨지지 않았나 싶다. 그나마 오랜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나무는 거의 없어져 버렸으며, 지금의 솔숲은 대부분 1906년에 다시 심은 것이라고 한다. 면적은 약 14만 5천㎡이다. 나무 나이는 100년 전후이나 몇 그루는 150년에 이르기도 한다. 2007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소나무 숫자는 모두 297그루이며 이중 둘레 한 아름정도의 굵은 나무가 247그루, 반 아름 정도의 작은 나무가 50그루다. 숲 가장자리에는 3~6년생의 어린 소나무 500여 그루가 심겨져 있다. 동쪽 끝에는 꺽다리 양버들 십여 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마을과 숲 사이의 도로에는 왕벚나무가 가로수로 도열해 있다. 만송정 건물은 현재 남아 있지 않으며 최근에 세운 만송정비(萬松亭碑)가 숲을 지키고 있다.
숲의 모습은 류운용선생의 증손자이며 함께 화천서원에 배향된 류원지(1598-1674)선생의 시에 잘 묘사되어 있다. 그는 부용대 아래 옥연정사에서 바라 본 하회 16경의 하나로서 만송정 솔숲을 이렇게 노래하였다.
‘강 안팎 양쪽이 모두 모래톱인데 강을 따라 길게 뻗었다. 그러나 그 색은 눈같이 하얗고 한 점의 티끌도 없다. 모래 위쪽엔 수만 주의 묵은 소나무가 강을 따라 서로 마주 보며 마을을 둘러싸고 숲을 이루었다. 붉은 갑옷에 푸른 비늘을 단 듯 사이에 이끼가 끼었고, 노송(老松)은 부딪쳐 크게 울린다. 짧은 잎사귀의 나뭇가지가 자라, 사방으로 퍼져있어 달빛이 스며들 때마다 으스름 그늘이 흔들린다. 잔잔한 바람이 불면 상쾌하나 이따금 큰바람이 불면 냉랭하기도 하며, 퉁소 부는 듯 한 소리조차 난다.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비우고 밝게 하며 세상 마음을 초월케 한다. 마치 꿈속에서 요대(瑤臺) 현포(玄圃)에 들어간 듯하고, 수천 년 전 거문고 소리를 듣는 듯 황홀하다. 더욱 기이한 절경은 그 곳에 첫 눈이 내렸다가 개이면 온 천지가 희게 되어서, 아침에 일어나 고운 눈이 소나무 숲에 쌓인 것을 보면 모두가 더욱 푸르게 보인다.’
해마다 음력 7월 16일 한 여름 밤에는 이 숲과 부용대 절벽 사이의 강에는 하회마을 선비들이 중심이 되어 ‘하회줄불놀이’라는 축제가 펼쳐진다. 강에는 배를 띄우고 건너편 숲에서 부용대 꼭대기까지는 네 가닥의 밧줄로 잇는다. 수백 개의 참나무 숯에다 불을 붙여 줄에 태워 내려 보내면 불빛이 강물에 비치어 장관을 이룬다. 아울러서 불붙인 솔가지묶음을 절벽 아래로 던져 불꽃이 폭포처럼 떨어질 때는 모두가 낙화야!를 외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강위에는 ‘달걀불’이라 부르는 등불을 상류인 겸암정 앞 형제바위에서 띄워 내려 보내면 불빛이 강물에 아롱거리면서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선비들은 배위에서 시 한수를 읊조리며 선유시회(船遊詩會)를 열었다고 한다. 4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이 줄불놀이는 일제강점기 이후 수십 년간 중단되다가 최근 다시 이어지는 전통놀이이다.
천연기념물 제473호 안동 하회 마을 만송정 숲
2006.11.27 지정,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1164-1 등
GPS 좌표 : N 36°32′25.9″, E 128°30′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