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불총림 백양사를 지켜주는 화사한 고불매
매화나무는 수천 년 동안 사람이 심고 가꾸어 오면서 기호에 맞게 개량한 탓으로 수많은 품종이 있다. 열매의 모양새와 쓰임에 따라 나누기도 하지만 꽃으로 간단히 나누면 백매와 홍매다. 꽃잎의 색깔을 두고 구분하는 것이지만 백매라고 하여 모두 하얀 품종만 있는 것은 아니고 청백색과 유백색 등이 있고, 홍매도 연분홍색, 분홍색, 아예 홍색까지 다양하다. 백매가 은은하고 차가운 느낌이라면 홍매는 조금 화려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홍매는 백매에 비하여 꽃이 더 무성하고 조밀하게 피며, 향기도 약간 더 강하고 꽃피는 시기도 조금 늦다고 한다.
매화하면 대체로 백매를 떠올리고 주변에서 만나는 매화나무도 백매가 훨씬 많다. 홍매는 조금 귀한 편이다. 그래서 고목 홍매는 우리들의 더욱 눈길을 끈다. 분홍빛 꽃이 화사하게 피는 장성 백양사의 홍매화나무를 찾아가 본다.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명찰로 본래 이름은 백암사였고, 고려 초기에 크게 중창하였다고 한다. 조선조에 들어와서는 선조 7년(1574) 환양(喚羊)선사가 설법하는데 하얀 양이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었다. 7일간 계속되는 법회가 끝나는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나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양으로 변했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환생하게 되었다'고 큰 절을 하고 물러갔다고 한다. 그 이후 절 이름을 백양사(白羊寺)라고 고쳐 불렀다.
백양사란 절 이름에 걸맞게 하얀 꽃이 피는 백매를 비롯하여 스님들은 예부터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어 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스님들의 이야기로는 대체로 1700년경에는 대웅전 앞에 자라는 여러 그루의 매화나무는 은은한 향기를 풍기면서 제법 매림(梅林)을 이루고 있어서 더욱 정성을 쏟고 더욱 열심히 보살펴 왔다고 한다. 1863년 큰 홍수를 만나 대웅전 등 주요 건물들이 훼손되자 절을 현재의 자리로 옮겨 짓기로 결정한다. 스님들은 아껴오던 매화나무를 모두 다 가져오고 싶었으나 장소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모양새가 좋고 스님들이 가장 아끼던 홍매와 백매 각 한 그루씩만을 옮겨 심었다. 마치 오누이처럼 다정하게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지만 백매는 오래지 않아 죽어 버리고 홍매만 살아남아 오늘에 이른다. 1947년 백양사는 민족정기 함양, 식민불교 청산, 승풍 진작 등 3대 목표를 내걸고 고창 선운사를 비롯한 인근의 사찰과 멀리 제주도의 절까지 모두 10여개 사찰을 동참시킨 총림을 전국 최초로 열었다. 이때 부처님의 원래의 가르침을 기리자는 뜻으로 고불(古佛)총림을 결성하면서 백양사는 그 본산이 되었다. 이후 이 홍매는 고불총림의 상징 매화로서 고불매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나무가 자라는 곳은 우화루 건물의 남쪽 모퉁이를 돌아 대웅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땅위 70cm쯤에서 줄기가 셋으로 갈라져 펑퍼짐하게 퍼지면서 가지가 뻗는다.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단정하게 가지가 뻗어 나무의 품격이 한층 돋보인다. 꽃은 대체로 3월말에서 4월초 사이에 만개한다. 나무 전체를 뒤집어 서듯 수천 송이의 꽃이 달린다. 분홍빛의 화사함을 만끽하고 약간 달콤한 향기를 맡고 있으면 마치 고승의 법어로 무아의 경지에 빠져드는 것 같다. 주말이 아닌 평일 오후에 찾아가면 한층 운치 있게 매화꽃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꽃의 아름다움으로 치면 이만한 매화를 찾기 어렵다. 나무는 높이 5.3m, 땅 위 줄기둘레 1.5m, 가지 뻗음은 동서 6.3m, 남북 방향 5.7m 정도로서 그리 규모가 크지는 않다. 이 매화는 홑꽃이지만 전남대 구내에 자라는 대명매(大明梅)처럼 꽃잎이 여러 겹인 겹꽃도 만날 수 있다.
천연기념물 제486호, 장성 백양사 고불매(古佛梅)
2007.10.08 지정, 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26번지
GPS 좌표 : N35°26′10.8″ E126°53′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