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대장경, 보존에 문제 있는가?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우리 국민 모두가 아끼고 사랑하는 중요 문화재이며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인류의 보물이기도 하다. 최근 한 매체에서 팔만대장경 목판의 보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과연 실체는 어떤가?. 필자는 오랫동안 경판의 재질을 조사하고 연구해 온 자료를 바탕으로 속내를 재 점검해보고자 한다.
팔만대장경 목판은 컴퓨터 자판의 1.5배 정도의 크기에 매수는 총 81,258장에 이른다. 재료는 산벚나무와 돌배나무 등 우리 주변에 흔한 나무다. 무게가 280톤, 쌓으면 백두산 높이보다 더 높은 3200미터나 된다. 이런 엄청난 양의 목판을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하여 선조들은 오늘날의 눈으로 보아도 과학적인 건물설계와 매우 정교한 보관 방식을 선택했다. 덕분에 7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무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생긴 부분적인 결함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일부 목판이 글자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마모된 상태를 두고, 보존이 아니라 방치라고 탓하기도 한다. 목판은 불경을 널리 반포할 목적으로 만들었음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인쇄를 했다. 한번 인쇄 할 때 마다 글자 새김 부분의 목질이 조금씩 닳기 마련이다. 인기 있는 불경을 새긴 목판일수록 자주 인쇄를 했고 따라서 다른 목판보다 훨씬 마모가 심하다. 마모 목판이 생긴 것은 인쇄 횟수와 목판의 재질 때문이지 보존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톱으로 일부를 잘라낸 목판은 몇 장이 있을 뿐이다. 사실 1960년대 이전에는 목판이 제대로 관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누구나 쉽게 목판에 접근이 가능했으므로 목적은 알 수 없으나 그때 훼손된 것이며 문화재로서 제대로 관리를 시작한 이후는 전혀 가능한 일이 아니다.
또 현재 옻칠된 목판이 옻칠 안 된 목판보다 더 보존이 잘 되어 있으므로, 나머지도 옻칠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칠백년이 넘은 바짝 마른 목판에다 수분을 머금은 옻칠을 갑자기 했다가 무슨 문제가 생길지는 짐작이 어렵다. 신중히 다루어야 하며 충분한 연구 검토가 있고 난 다음의 일이다.
또 취급편의와 목판끼리 바로 맞닿은 것을 막기 위하여 좌우에 손잡이에 해당하는 마구리가 붙어 있다. 목판의 보관 방식이 책꽂이의 책처럼 옆으로 차곡차곡 세워둔 터라 인쇄하고 관리하는데 넣고 뺄 일이 잦았다. 잡고 힘을 주어야하는 마구리가 탈락하거나 손상이 가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마구리가 빠져서 없어진 목판은, 몇 년 전 목판의 먼지를 털고 사진촬영을 할 때 대부분 새로 만들어 넣었다. 이때 불완전하나마 붙어 있는 것은 그대로 두었을 뿐이다.
목판이 마모 되고 옻칠이 안 되었으며 마구리가 빠져 있다고 모두 보수하여 보기 좋게 깨끗한 모습을 유지시키는 것이 꼭 옳은 일이 아니다. 앞으로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게 현상유지를 하는 것이 문화재 보존의 기본원칙이며 팔만대장경 목판도 마찬가지다. 보존 문제가 대두 될 때 당장의 긴급조치에 급급하기보다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예산지원과 더불어 안정적으로 연구와 조사에 임할 수 있는 연구원의 양성을 위하여 공공연구부서의 설치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