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종류는 ‘긴잎느티나무‘라는 흔치않은 느티나무의 한 변종이다. 이름 그대로 일반 느티나무 보다 잎이 더 길고 좁으며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눈에 띄게 잎이 길어 누구나 금세 구분해 낼 수 있을 만큼 느티나무와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식물학자들이 만들어 놓은 애매한 이름이다. 과연 느티나무와 확실히 다른 나무인지 아직 논란이 있다. 그냥 느티나무라고 알아도 상관없다. 자라는 환경은 흠 잡을 데가 없다. 널찍한 안마당을 가지고 주위에는 가슴 높이의 쇠 울타리가 둘러쳐 있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한다. 나무의 굵기는 다섯 아름, 세월의 풍상을 겪느라 몸뚱이 곳곳은 상처투성이다. 썩어버린 부분은 인공수지란 이름의 충전물로 매워져 있고 살아있는 껍질은 울퉁불퉁 온통 혹투성이다. 높이는 30m, 가슴높이 둘레가 9.1m, 가지 뻗음은 동서 25.3m, 남북 23.9m에 이른다. 나이는 약 천년, 고려 초 광종 때 쯤 심겨진 나무다. 나무 밑에는 작은 느티나무 하나가 따로 자란다. 둘레 145cm에 이르는 이 나무는 수관이 어미나무와 같이 섞여있다. 수도 개경을 중심으로 나라의 기틀을 잡느라 온통 피바람이 불 즈음이다. 머나먼 강원도 산골의 이 나무가 이런 일을 알았을 리도 없고 알 필요도 없었지만, 뒷날 조선왕조가 들어설 즈음의 또 다른 피바람을 피해온 선비들을 그는 너그럽게 감싸 준다. 고려 말,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가 태동되면서 권력 장악에 장애가 되는 지식인들을 무자비하게 숙청한다. 산 넘고 물 건너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멀리 도망친 곳이 바로 이 나무가 있는 마을이었다. 그때 벌써 나이가 4백년이나 되었을 이 나무 밑에서 고려의 선비들은 나라 잃은 울분을 삭였을 것이다. 영영 고향으로는 돌아가지 못한 채 이 나무에 그들의 염원을 묻어두고, 다시 세월은 6백년 세월을 흘러 나무는 이제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고 있다. 선비들이 피난 왔던 곳이라고 알려지면서 지금은 입시철에 사람들이 찾아와 합격을 비는 나무가 되었다. 고려 선비들의 통한을 접고 훗날을 기약하기 위하여 나무 밑에서 자식들의 교육에 모든 정성을 쏟았을 것이니 치성을 드리는 나무로는 제격이다. 얼마 전 이 나무가 학교운동장 안에 서 있어서 서낭당나무로 제사를 올리고 치성을 드리기 불편하여 다른 나무로 바꾸려 하였다한다. 그러나 하늘의 노여움으로 천둥 번개가 쳐 바꿀 수 없었다한다. 이처럼 오래 사는 나무는 신비스런 영물로 취급한다. 마을 사람들은 행복과 평안, 번영을 기원하는 서낭당 나무로 섬기고 있으나 하늘이 점지해준 나머지 생명이 그렇게 길게 남아있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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