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이북의 높은 산 꼭대기에 자라며 높이 4-5m정도까지 이르기도 하나 대부분 2-3m정도로 누워서 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잣나무와 비슷하나 잎의 길이가 훨씬 짧고 잣이 달리는 열매의 길이도 잣나무의 반이 잘 되지 않는다. 눈잣나무를 평지에 심으면 곧추서 자란다고 한다. 임경빈 교수의 1997. 산림지 2월호에 기고한 의 내용을 소개한다. 내가 처음 설악산의 눈잣나무를 답사한 때는 1994년 10월 20일이었다. 내설악 수렴동 산장에서 새벽에 일어나 빗방울이 뿌리는 가운데 대청봉으로 향했다. 줄기에 큰 공동을 가진 주목과 찝방나무가 나타나고 있는데 대청봉까지는 7㎞라는 팻말이 있다. 조금 오르니 싸락눈이 오고 있다. 오후 1시반에 봉정암에 도달했는데 이곳 해발고는 1,224m. 암자 처마에는 긴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봉정암을 오후 3시에 떠나 오후 5시에는 소청봉에 도착, 30분을 더 소요해서 중청에 다다랐다. 눈잣나무의 벌판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판도에 있어서는 유일한 눈잣나무의 분포지다. 바람 탓으로 한쪽으로 누워서 물결처럼 보인다. 장관이다. 눈잣나무는 5엽송으로 아시아 동쪽에 분포하고 있다. 주로 높은 산꼭대기에 나고 추위에 견디는 힘이 극히 강해서 다른 나무가 살 수 없는 곳에 나타나고 있다. 설악산에서는 바람 탓인지 수고가 1m를 넘지 못하는 상태가 있고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는 소교목의 크기에 이르기도 한다. 줄기가 땅을 덮듯이 누워 자라고. 그래서인지 줄기에서 뿌리를 내려 땅 속으로 들어가 몸통을 지탱해줘 바람의 힘에 저항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나무의 수명은 오래갈 수 있다. 원줄기가 끊어져 없어진다 해도 줄기뿌리가 있어서 나무의 생명은 계속 유지된다. 이 나무의 한자명이 만년송(萬年松)인데 그 수명이 오래갈 수 있다 해서 얻어진 이름이다. 가지와 잎이 빽빽이 나서 땅을 덮고 겨울에는 그 위에 눈을 덮는 까닭에 눈잣나무 숲의 아래는 야생동물의 멋진 월동처가 된다. 설악산의 눈잣나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집단이므로 그 학술적 가치가 높다. 15세기 후반쯤에 나온 강희안(姜希頗)의 [양화소록]란 책에 만년송이 설명되고 있다. 주로 관상적 측면에서 본 건데 타래실같이 아름다운 잎이 라든가 꼬여서 올라가는 줄기의 운치라든가 그 짜릿한 향기 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초봄에 가지를 꺾어 삽목을 하면 뿌리를 내린다 했다. 삽목상은 처음 그늘진 곳에 두지만 뿌리를 내리게 되면 그늘을 피해야 하고 삽목할 용기로서는 오지그릇이 좋다고 했다. 금강산, 묘향산의 꼭대기에 나고 승려들이 이것으로 불전에 피우는 향의 재료로 쓴다 했다. 그리고 사람의 몸기운과 불기운을 몹시 싫어한다고 했다. 따라서 눈잣나무를 보호하는데는 사람의 접근을 가장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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