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 경판장 기둥의 수종분석
1.서 론
신라 애장왕 3년(802)에 창건된 천년 고찰 해인사에는 고려 고종 23년인 1236년부터 38년인 1251년까지 16년간에 걸쳐 제작된 81,340여장의 고려대장경판(일명 팔만대장경판)이 수다라장과 법보전의 양 건물에 보관되어 있어서 이를 정장(正藏)이라 하고 동 서 양쪽에 있는 사간장(寺刊藏)에는 새긴 연대가 명확하지 않은 잡판(雜板)이라고 부르는 6000여장의 경판이 보관되어있다. 경판전의 건조년대는 명확하지 않으나 수다라장과 법보전이 대체로 조선조 초기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후 성종 13년(1481)과 성종20(1488)년 및 광해군15년(1622)과 인조 22년(1644)에 각각 중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서 양 사간장은 이 보다 훨씬 후대에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경판전은 그 안에 보관된 경판이 750여년이 지난 오늘날 까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데 비하여 건물은 몇번의 중수를 하여야 할 만큼 상당한 훼손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건물의 기둥은 모세관현상에 의한 지면에서의 수분흡수 및 우천시 빗물이 삐쳐 1-2m높이 이하의 기둥 부분은 수분의 흡탈습 반복으로 인하여 일부 기둥의 경우 큰 할열이 생겨 메움나무로 메꾸어 넣거나 아예 일부를 잘라내고 이음나무로 이은 경우등 보수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장경판전의 번와(飜瓦)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 경판장 기둥의 수종을 밝히므로서 경판전 개축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코자 한다.
2.재료 및 실험방법
2.1 재 료
경판전의 기둥은 수다라장 48개, 법보전 48개, 동사간전 6개, 서사간전 6개를 합쳐 108개를 대상으로 하였다. 확대경 및 이동식 실체현미경으로 기둥을 정밀검사하고 수종의 다르다고 가 인정되는 부분에서 5-10g정도의 목질부를 수집하였다. 경판전 기둥의 모식도는 그림 1과 같다.
2.2. 실험방법
수집된 목편은 일단 물속에 침지하여 흡습시키고 형태에 따라 작은 입방체를 만들었다. 부후 진행정도에 따라 연화처리 혹은 파라핀 포매(包埋,embedding)하여 로타리 마이크로톰으로 두께 10-20㎛의 횡단면, 방사단면, 접선단면의 절편을 만든 후 사프라닌염색 혹은 무염색으로 영구프레파라트를 제작하였다. 광학현미경 및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여 그 특징을 조사하고 이미 조사된 국산 목재의 목재조직학적 특징과 비교 검토하여 해당 수종을 검색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3.1 수종조사
수다라장과 법보전 및 동.서 양 사간장 기둥 108개를 대상으로 목재의 세포형태차이에 따라 식별한 결과 침엽수로서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리기다소나무의 4수종과 활엽수로서는 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의 2 수종를 합쳐 6 수종이 검색되었다. 각 수종별 구성세포의 현미경적인 형태 특징은 다음과 같다.
3.1.1 소나무(赤松,陸松, Pinus densiflora., Hard pine)
침엽수재로서 구성세포는 가도관, 방사가도관, 방사유세포, 수직 및 수평수지구(에피델리얼세포)의 4종류이다. 횡단면에서 가도관은 정연한 배열을 하고 조만재의 이행이 뚜렷하다. 수직수지구는 박벽 에피델리얼 세포가 확인되었다. 분야벽공은 창상벽공으로써 1분야에 1-2개씩 분포하고 방사가도관의 세포벽이 거치상비후이다. 접선단면에서 방사조직은 단열방사조직 및 수평수지구가 포함된 방추형 방사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의 특징에서 이 수종은 소나무과 소나무속의 소나무(Pinus densiflora)나 곰솔(黑松,海松, Pinus thunbergii)로 추정되었으나 일반적으로 소나무가 주로 건축재로 이용되고 곰솔은 내륙지방에는 분포하지 않으므로 소나무로 식별하였다.
3.1.2 잣나무(紅松, Pinus koraiensis., Soft pine)
침엽수재로서 구성세포는 가도관, 방사가도관, 방사유세포, 수직 및 수평수지구(에피델리얼세포)의 4종류이다. 횡단면에서 가도관은 정연한 배열을 하고 조만재의 이행이 점진적이다. 수직 및 수평수지구는 박벽 에피델리얼 세포로 구성된다. 분야벽공은 창상벽공으로써 1분야에 1-2개씩 분포하고 방사가도관의 세포벽이 평할하여 소나무와 구별된다. 접선단면에서 방사조직은 단열방사조직 및 수평수지구가 포함된 방추형 방사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의 특징중 조만재가 점진적인 특징과 방사가도관벽이 평할한 특징이 소나무와 다른점으로 보아 잣나무로 추정되었다.
3.1.3 전나무류(縱木, Abies holophylla.)
침엽수재로서 구성세포는 가도관, 방사유세포의 2종류뿐이고 소나무나 잣나무에 볼 수 있는 수지구가 없다. 횡단면에서 가도관은 정연한 배열을 하고 조만재의 이행이 대단히 완만하하다. 방사유세포는 염주상말단벽이 특징적이고 분야벽공은 1분야에 2-4개씩 들어있는 삼나무형이다. 접선단면에서 본 방사조직은 단열방사조직만이며 높이는 비교적 높다.
이상의 특징에서 이 수종은 소나무과 전나무속의 전나무(Abies holophylla), 분비나무 (Abies nephrolepis), 구상나무(Abies koreana)중의 한 수종으로 추정되었으나 지금도 해인사 근처에 흔히 분포하며 산록 및 계곡부에 자라는 전나무로 식별하였다.
3.1.4 리기다소나무(Pinus rigida)
침엽수재로서 구성세포는 가도관, 방사가도관, 방사유세포, 수직 및 수평수지구(에피델리얼세포)의 4종류이다. 횡단면에서 가도관은 정연한 배열을 하고 조만재의 이행이 뚜렷하다. 수직수지구는 박벽 에피델리얼 세포로 구성된다. 분야벽공은 소나무형벽공으로써 1분야에 3-5개씩 분포하고 방사가도관의 세포벽이 거치상비후가 대단히 현저하다. 접선단면에서 방사조직은 단열방사조직 및 수평수지구가 포함된 방추형 방사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의 특징에서 이 수종은 소나무과의 경송류 수종중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소나무나 곰솔과는 달리 소나무형 분야벽공과 현저한 거치상비후로 볼 때 수입경송류임을 알 수 있다. 수입경송류는 도입 조림수종인 리기다소나무(Pinus rigida)와 원목으로 도입하는 라디에타소나무(Pinus radiata)가 있으나 라디에타 소나무는 최근 도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아 리기다소나무로 추정하였다.
3.1.5 상수리나무류(Quercus spp.)
활엽수 환공재이며 연륜구분이 명확하고 환공부의 큰 도관과 광방사조직이 육안으로도 관찰된다.
구성세포는 도관, 목섬유, 주위상가도관, 방사조직, 축방향유세포의 5종류이다. 환공부의 관공배열이 1-2열이며 공권외는 고립관공이 방사상이다. 공권도관에는 타일로시스가 현저하게 발달한다. 방사조직은 단열 방사조직과 다열방사조직이 혼재하는 전형적인 복합방사조직이고 축방향 유조직은 산재상 혹은 주위상이다. 단천공이고 명확한 주위상가도관이 관찰되고 방사조직은 동성형이며 가끔 능형의 결정이 관찰된다. 접선단면에서는 단열 방사조직과 다열 방사조직으로된 복합 방사조직이 명확하다.
이상의 특징에서 이 수종은 참나무과 참나무속 상수리류의 상수리나무나 굴참나무로 추정된다. 흔히 사용되는 수종이 상수리나무이므로 상수리나무로 식별하였다.
3.1.6 느티나무(Zelkova serrata)
전형적인 환공재이고 구성세포의 종류는 도관, 목섬유, 방사조직, 축방향유세포의 4종류이다. 공권의 관공은 1-2열이며 공권외는 다각형의 소관공이 복합하여 접선 방향으로 무리지어 배열한다. 방사단면에서 보면 공권 및 공권외 모두 단천공이고 공권외의 소도관벽에는 나선비후가 특징적이다. 접선단면에서 보면 4-6열의 다열방사조직이고 대부분 동성형이나 때로는 이성형Ⅲ형이며 가장자리의 방형세포에는 결정이 흔히 분포하고 있다.
이상의 특징에서 이 수종은 느릅나무과 느티나무속의 느티나무로 추정되었다.
3.2 경판전별 수종분류
경판전별 수종은 표 1과 같다.
표 1 경판전별 기둥의 수종
경판전명
|
기둥수
|
검출수종
|
기둥번호
|
기둥개수
|
점유비율
|
수다라장
|
48
|
소나무
|
18,36,38,39,44,46,47
|
7
|
14.0
|
잣나무
|
1,2상,12,13,17,20,23,24,35,37,41,43,45,48
|
14
|
28.0
|
젓나무
|
15,19,21,22,42
|
5
|
10.0
|
|
|
|
|
상수리나무류
|
4,11
|
2
|
4.0
|
느티나무
|
2하,3,5∼10,14,16,25∼33,34상하,40
|
22
|
44.0
|
소계
|
-
|
50
|
100
|
법보전
|
48
|
잣나무
|
41
|
1
|
2.0
|
느티나무
|
1∼40,42∼48
|
47
|
98.0
|
소계
|
-
|
48
|
100
|
동사간장
|
6
|
소나무
|
2하,3상하,4
|
4
|
50.0
|
리기다소나무
|
2상
|
1
|
12.5
|
느티나무
|
1,5,6
|
3
|
37.5
|
소계
|
-
|
8
|
100
|
서사간장
|
6
|
소나무
|
1,3,4하,5상하
|
5
|
62.5
|
잣나무
|
2,4상
|
2
|
25.0
|
느티나무
|
6
|
1
|
12.5
|
소계
|
-
|
8
|
|
계
|
108
|
소나무
|
-
|
16
|
14.0
|
잣나무
|
-
|
17
|
14.9
|
전나무
|
-
|
5
|
4.4
|
리기다소나무
|
-
|
1
|
0.9
|
상수리나무류
|
-
|
2
|
1.8
|
느티나무
|
-
|
73
|
64.0
|
계
|
-
|
114
|
100
|
수다라장의 기둥은 48개인데 2번기둥과 34번기둥은 보수를 위하여 기둥의 윗부분을 잘라내고 갈아넣은 {중첩기둥}이었다. 이 기둥은 수종이 다른 경우도 있으므로 편의상 별개의 기둥으로 보아 50개 기둥을 대상으로 하였다. 검출된 수종은 침엽수재로서 잣나무가 14개 28%, 소나무가 7개 14%, 전나무가 5개 10%, 활엽수재로는 느티나무가 22개 44%, 상수리나무류가 2개 4%이었다.
법보전48개의 기둥중 잘라내고 보수한 중첩기둥은 없었으며 41번 기둥하나만 잣나무이었고 나머지 47개는 모두 느티나무이었다.
동사간장은 6개 기둥중 2번과 3번기둥이 중첩기둥이었으므로 8개의 기둥을 대상으로 하였다. 소나무는 4개 50%, 리기다소나무가 1개 12.5%, 느티나무가 3개 37.5%이었다.
서사간장은 동사간장과 마찬가지로 6개의 기둥중 4번과 5번이 중첩기둥으로서 8개의 기둥을 대상으로 하였다. 소나무 5개 62.5%, 잣나무가 2개 25%, 느티나무가 1개 12.5%이었다.
4채의 경판장 전체 기둥을 종합하여 보면 중첩기둥 6개를 포함하여 114개의 기둥중 느티나무가 73개 64%, 잣나무가 17개 14.9%, 소나무가 이보다 1개 적은 16개 14%, 전나무가 5개 4.4%, 상수리나무류가 2개 1.8%, 리기다소나무가 1개 0.9%의 순이다.
기둥의 수종은 느티나무가 가장 많고 특히 법보전은 기둥 1개를 제외하면 48개의 기둥중 47개가 느티나무이다. 느티나무는 옛부터 널리 사용되었든 나무로서 원삼국시대의 고분인 임당고분, 신라의 천마총관재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무량수전, 심지어 고려초기 화물선인 완도선에서도 느티나무가 쓰이고 있다. 또 기록에서도 삼국사기의 거기(車騎)조에 보면 목재사용을 규제한 내용중에 수입 귀중목재인 자단, 침향과 같은 서열에 있을 만큼 흔하면서 귀중한 우량재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고려시대의 몽고침입등 전쟁과 사회적 혼란을 겪으면서 고려말 및 이조초기에 이르르서는 왜구를 막기 위한 선박 건조사업 및 새왕조 지배계층에 의한 각종 건축사업은 필연적으로 산림파괴를 가져왔다고 생각되며 이는 숲속에서 흔히 분포하든 느티나무가 급격히 줄어들고 소나무, 참나무등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 예로서 조선조 초기 건물인 화암사, 범어사, 무량사등의 기둥재는 느티나무외에 소나무와 전나무, 참나무류가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다.
경판을 보관한 4채의 건물중 수다라장과 법보전에 정장이 보관되어 있어서 이의 건조년대는 아직 충분히 밝혀져 있지않은 경판의 각판지역을 비롯한 역사적 사실을 유추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기록에는 중수년대만 기록되어 있을 뿐 수다라장과 법보전의 건조년대에 대한 기록은 전혀 없다. 나무의 수종으로 건조년대를 추정한다는 것은 변수가 너무 많으므로 어려움이 있겠으나 이상의 소나무종류와 느티나무의 사용추이에서 추정해 본다면 대체적으로 산림이 파괴되면서 소나무나 잣나무등의 침엽수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구성수종 전부가 느티나무인 법보전은 적어도 고려말이나 이조초기 이전, 좀더 구체적으로 추정해보면 해인사 창건 당시에서 몽고란이 일어나기 전인 고려중기의 아직 산림파괴가 심하지 않아 느티나무가 충분하던 시기에 건축된 것으로 생각되며 반면에 수다라장 기둥에 상당한 양의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등의 침엽수재가 많이 사용된 것은 산림파괴가 되어 느티나무를 구하기가 어려워져서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참나무류, 느티나무등 여러 수종을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해 볼 수 있다.
소나무가 많이 사용된 동.서 양 사간장은 보다 후대에 건축된 것으로 보이며 서사간장에서 리기다소나무가 검출된 것은 이 나무가 1900년대초 미국에서 도입된 것을 감안한다면 최근 10여년내에 문화재을 보수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구성수종 전부가 느티나무인 법보전이 적어도 이조초기 이전에 건축되고 다음이 수다라장, 동.서양 사간장은 보다 후대에 건조되지 않았나 추정된다.
4. 결론
해인사 고려대장경판을 보관하고 있는 경판장 4채의 기둥 108개에 대하여 수종을 현미경 으로 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1. 중첩기둥 6개를 포함한 114개의 기둥중 느티나무가 73개 64%, 잣나무가 17개 14.9%, 소나무가 이보다 1개 적은 16개 14%, 전나무가 5개 4.4%, 상수리나무류가 2개 1.8%, 리기다소나무가 1개 0.9%의 순이다.
2. 수다라장에서는 소나무, 잣나무, 젓나무, 상수리나무류, 느티나무등 여러 가지 수종이 검출되었으나 법보전은 48개 기둥중 47개가 느티나무이었다.
3. 검출된 수종의 특성으로 볼 때 정장을 보관하고 있는 법보전과 수다라장은 법보전이 고려중기 이전에 건조 되었으며 수다라장은 여말에서 이조초기에 건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5.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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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 상진, 안 희균. 1982. 화암사 고목재의 구조와 수종. 전남대 연습림보고. 5 : 87 - 102.
3. 박 상진. 1983. 범어사및 무량사고건축재의 구조와 수종. 보존과학연구. 4 : 59 - 69.
4. 박 상진. 1984. 강진 무위사극락전수리보고서 - 무위사 극락전 고목재의 수종. 문화재연구소. 105 - 114.
5. 박 상진, 이 원용, 이 화형. 1987. 목재조직과 식별. 향문사.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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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재창, 장경호, 장충식. 1993. 해인사. 대원사.